[Y현장] 기묘하고 매혹적이다...박찬욱의 新도전 '리틀드러머걸'(종합)

[Y현장] 기묘하고 매혹적이다...박찬욱의 新도전 '리틀드러머걸'(종합)

2019.03.20. 오후 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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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현장] 기묘하고 매혹적이다...박찬욱의 新도전 '리틀드러머걸'(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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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욱 감독의 첫 드라마 연출작 '리틀 드러머 걸'이 베일을 벗었다. 매혹적이고 미스터리한 첩보물에 미묘한 감정을 담은 로맨스까지 다음 화를 기대케 하는 매력이 있었다.

20일 오후 서울 용산 CGV아이파크몰에서 '리틀 드러머 걸: 감독판' 언론 시사회가 열렸다. 이날 현장에는 연출을 맡은 박찬욱 감독이 참석해 작품에 대해 이야기했다.

'리틀 드러머 걸: 감독판'은 1979년 이스라엘 정보국의 비밀 작전에 연루되어 스파이가 된 배우 찰리와 그녀를 둘러싼 비밀 요원들의 숨 막히는 이야기를 그린 첩보 스릴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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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는 스파이 소설의 거장 존 르 카레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평소 존 르 카레의 오랜 팬으로 알려진 박찬욱 감독은 소설 '리틀 드러머 걸'을 읽은 뒤 판권을 가진 제작사 잉크 팩토리(The Ink Factory)에 먼저 연출 의사를 전달했다.

박찬욱 감독은 "작품을 읽고 가장 좋았던 건 첩보 스릴러인 동시에 로맨스였다는 점"이라며 "처음에 저를 매료시켰던 이 특징이 사라지지 않게끔 하고 싶었다. (로맨스가) 추격이나 총격 등 첩보 스릴러의 자극적인 요소에 묻히지 않게끔 연출하고 싶었다는 말이기도 하다"고 중점을 둔 점을 밝혔다.

시대적 배경 역시 1980년대에서 1979년으로 옮겼다. 박찬욱 감독은 "원작 작가와도 이야기해 동의를 얻었는데, 유럽의 극 좌파 테러 조직이 팔레스타인 조직이 연계해 유럽에서 많은 사건을 저질렀던 시기가 1970년대였기 때문이다. 더 사실에 가깝다는 생각에서 1979년으로 옮겼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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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적 배경을 살리기 위해 노력한 점 역시 언급했다. 박찬욱 감독은 "당시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미술 감독과 많은 대화를 했다. 히피, 보헤미안, 자유 분방한 느낌을 많이 내고 싶었다"면서 "자동차, 전화, 녹음기, 도청장치 등 요즘에서 볼 수 없는 향수를 자아내는 소품들이 등장한다"고 말했다.

원작의 서사를 온전히 그려 내기 위해 감독은 영화가 아닌 6편의 드라마로 제작을 결심했다. 박찬욱 감독은 "영화로 왜 생각 안 해봤겠냐마는 120분으로 줄이면 원작이 너무 훼손될 것 같았다. 드라마를 연출하기 위해 만든 게 아니라 이 작품을 연출하고 싶었고 가장 적합한 포맷이 시리즈라고 생각했다"고 이야기했다.

'리틀 드러머 걸'은 영국 BBC와 미국 AMC에서 방송했던 작품. 여기에 감독판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나왔다. 박찬욱 감독은 기존 작품과 차이점에 대해 언급하며 "'뭐가 다른 거냐' 할지도 모르겠지만 집중해 본다면 같은 게 없다고 할만큼 모든 것이 다르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편집 자체가 다른 경우도 있고. 편집은 같은데 테이크가 다른 경우도 있다. 또 제가 좋아하는 연기와 방송국이 좋아하는 연기가 차이가 있는 경우도 있었다. 예컨대 BBC는 폭력 묘사에 엄격하고 AMC는 노출과 욕설에 엄격했다. 제 입장에서는 다 못하고 빼야했던 것"이라면서 "감독판에서는 그렇지 않았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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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로케이션에 첫 드라마 연출까지. 박찬욱 감독에게는 도전의 연속이었던 작품이다. 박찬욱 감독은 "바뀌곤 있지만 한국에서는 감독에게 촬영 횟수가 많이 주어지는 편이다. 이번 작품의 경우 6시간 넘는 분량을 80회차로 찍었다. 다시 말하면 영화 세 편 분량을 (한국에서) 한 편을 찍을 때보다 적은 회수로 찍어야 했다. 이동 거리도 많고 현지 스태프와 손발 맞출 시간도 필요한데 그 부분은 쉽지 않았다"고 고백했다.

사전 시사를 통해 공개된 1, 2회 작품에서 가장 눈길을 끈 건 엔딩이었다. 미스터리하고 매혹적인 작품의 분위기를 각 화의 엔딩이 한껏 고조시킨다. 박찬욱 감독 역시 "TV는 다음 회를 보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지 않나. 각색했을 때부터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특징에 대해 "각 에피소드의 마무리에 주인공이 새로운 인물, 중요한 대상을 마주하며 끝난다. 이 드라마를 주인공의 성장 드라마라고 봤을 때 엔딩이 고비고비마다 마주하는 중요한 대상, 사람을 짚어주는 역할을 하길 바랐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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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시지 측면에서도 주목할 만하다. 감독은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갈등을 통찰력 있는 시각으로 녹여냈다. 대중들에게는 다소 생소할 수 있는 역사적 소재기도 하다.

박찬욱 감독은 "영화나 문학의 장점이 그렇지 않나. 이를 통해 우리가 몰랐던 소재에 대해서도 잘 알 수 있다"면서 "예컨대 우리나라가 분단 등 여러 위협을 겪고 있는데 세계 사람들이 관심없다고 하면 얼마나 외롭겠나. 우리에게 멀리 떨어져있지만 수십 년 동안 폭력의 악순환 속에서 그 사람들이 얼마나 고통 받고 있는지 관심 갖고 지켜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싶었다"고 작품의 메시지를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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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 배급이 아닌 스트리밍 업체인 왓챠플레이에서 작품을 접할 수 있다는 점 역시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박찬욱 감독은 "왓챠플레이에서는 한꺼번에 공개된다. 원하는 사람은 한 번에 다 볼 수 있게 한 것이 (기존 드라마와) 가장 큰 차이가 아닐까 싶다"며 "제작자 입장에선 (에피소드를 한번에 공개하는 것이) 더 좋은 것 같다. 다음 회가 어떨까 궁금증도 좋지만 영화를 하던 사람이라서 그런지 쭉 이어서 봤을 때 더 흥미로운 경험으로 다가갈 것 같았다"고 말했다.

'리틀 드러머 걸: 감독판'은 오는 29일 전 세계 최초로 왓챠플레이를 통해 6편 전편이 공개된다.

YTN Star 반서연 기자 (uiopkl22@ytnplus.co.kr)
[사진제공 = 왓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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