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개봉작] "일한 만큼만 벌어!"…그날 '돈'이 말했다

[Y개봉작] "일한 만큼만 벌어!"…그날 '돈'이 말했다

2019.03.20. 오전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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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개봉작] "일한 만큼만 벌어!"…그날 '돈'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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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말에 그런 말이 있다. '사람 나고 돈 났지, 돈 나고 사람 났나'. 이런 평범한 진리도 다르게 해석되는 동네가 있다. 그곳에선 사람 위에 실적이 있고, 실적 위에 돈이 있으니 말이다. 영화 '돈'(감독 박누리)은 여의도 증권가에 뛰어든 한 청년의 이야기를 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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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황금 시장에 막 입성한 한 청년의 이름은 조일현(류준열). '부자가 되고 싶다'는 꿈을 안고 주식 브로커로서의 삶을 시작한다. 하지만 평범한 흙수저 청춘의 현실은 이상과는 한참 다르다. 실적이 곧 사람의 가치를 결정하는 이곳에서 거래 수수료 성적은 몇 달째 0원. 그의 위치가 위태롭다.

그러던 조일현에게도 기회가 온다. 불법 작전 설계자인 번호표(유지태)로부터 클릭 몇 번으로 거액을 손에 쥐게 해 주겠다는 제안을 받는다. 일현은 번호표가 내민 검은 손을 잡고 말도 안 되게 큰 돈을 벌기 시작한다. 자본 시장을 감시하던 금융감독원 직원 한지철(조우진)은 수상한 낌새를 채고 조일현을 조여온다. 멈추기엔 이미 너무 멀리 와버린 상황, 조일현은 어떤 선택을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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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범죄를 소재로 했지만, 영화의 진입 장벽은 높지 않다. 영리하게 선택과 집중을 한 덕분이다. 복잡한 내용을 최대한 덜었다. 대신 트렌디하고 감각적인 연출로 틈을 메웠다. 도표, 그래프, 게임에서 볼법한 게이지를 적절히 활용해 쉽게 풀어냈다. 선물, 스프레드, 공매도 같은 전문 용어가 등장하지만, 업계를 잘 모르는 사람도 무리 없이 내용을 즐길 수 있다.

증권가의 단면을 보여주는 묘사는 꽤나 흥미롭다. 쉴새 없이 울려대는 매수·매도 주문 전화, 솟구쳤다가 급락하는 그래프, 초 단위로 오가는 수억 원의 돈까지, 빠른 호흡으로 몰아친다. 업태의 특성을 살린 편집 덕분에 사무실이라는 공간에서도 긴장과 생동감이 묻어난다. 카메라가 8시 59분 59초를 비출 때 저절로 숨이 멈추고 폐장을 알리는 3시 벨이 울리면 긴장이 탁 풀리는 것도 같은 이유일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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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점도 흥미롭지만 무엇보다 영화의 장점을 꼽는다면 사건이 아니라 인물에 집중한다는 거다. 주식 영화의 외피를 입고 있지만 결국 성장 드라마인 셈이다. 그런 측면에서 주인공이자 화자인 조일현의 매력은 탁월하다. 보통 사람의 힘을 보여준다.

영화는 여타 범죄물과 달리 비범하거나 뛰어난 엘리트를 주인공으로 내세우지 않는다. 대신 주위에서 흔히 마주칠 법한 한 청년을 비추며 "누구에게도 닥칠 수 있는 일"이라고 설득한다. 피도 눈물도 없을 것만 같은 금융시장에서 어딘가 어수룩하고 인간적인 주인공이라 공감하게 된다.

이 장점은 후반부에 가서 두드러진다. 점점 그의 다음 이야기를 기다리게 된다. 나아가 고민한다. '나라면 어떤 선택을 할까.' 복잡한 서사도, 범죄 오락물하면 떠오르는 반전 없이도 몰입도가 상당히 높은 이유다. 물론 조일현의 옷을 입은 배우 류준열의 입체적인 연기가 큰 역할을 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Y개봉작] "일한 만큼만 벌어!"…그날 '돈'이 말했다

결론적으로 영화는 묻는다. 그래서 '돈의 노예가 될 거냐, 지배자가 될 거냐'고.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은 조일현의 흥망성쇠를 따라가며 마음을 가다듬게 된다. '돈의 맛'에 취하지 않아야겠다고.

영화 속 한지철의 대사가 대답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일한 만큼만 벌어!, 일한 만큼만." 그보다 더 많은 걸 바라기에 이 세상엔 문제가 끊이질 않으니. 당연한 진리가 되려 불편하게 다가오는 세상에서 그의 외침이 더없이 외로운 이유기도 할 테다.

20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115분.

YTN Star 반서연 기자 (uiopkl22@ytnplus.co.kr)
[사진제공 = 쇼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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