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피플] 25살 청춘도, 70대 노인도...김혜자라서 가능했다

[Y피플] 25살 청춘도, 70대 노인도...김혜자라서 가능했다

2019.03.20. 오전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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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피플] 25살 청춘도, 70대 노인도...김혜자라서 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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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살 청춘도, 70대 노인도 모두 배우 김혜자라서 가능했다.

지난 19일 종영한 JTBC 월화드라마 '눈이 부시게'(극본 이남규 김수진, 연출 김석윤)는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지는 시간을 잃어버리고 한순간에 늙어 버린 스물다섯 청춘 혜자(김혜자, 한지민)를 통해 의미 없이 흘려보내는 시간과 당연하게 누렸던 순간의 소중함을 이야기하는 작품.

드라마는 아빠 대상(안내상)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 시계를 찬 25살 혜자(한지민)가 갑자기 70대 노인(김혜자)으로 늙어버린 극적 전개로 흥미를 유발했다. 그렇지만 반전이 있었다. 10회 방송에서 혜자가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며 충격의 반전을 안긴 바 있다.

그간 시간 이탈을 통해 노인이 된 것으로만 알았던 혜자가 알고 보니 알츠하이머를 앓는 노인이었다는 사실은 드라마를 보던 시청자들의 '소름'을 유발하기 충분했다.

그 과정서 김혜자의 명불허전 연기력에 눈길이 갔다. 김혜자가 몸은 70대지만 마음은 25살인 혜자를 어떻게 그려낼까 많은 이들의 관심을 모았다. 김혜자는 펄펄 넘치는 에너지, 빠른 말투로 25살의 특징을 살린 것은 물론 특유의 사랑스러움으로 매력을 뽐냈다. 오빠 김영수(손호준)와는 현실 남매 '케미'는 웃음을 자아냈다.

그의 70대 적응기는 유쾌했다.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는 이준하(남주혁)를 보며 시무룩하기도 했지만 늘 준하를 걱정했다. 세밀하고 디테일한 연기는 김혜자를 진짜 25살로 느껴지게 했다.

[Y피플] 25살 청춘도, 70대 노인도...김혜자라서 가능했다

종영 2회를 남기고 진짜 혜자의 이야기가 펼쳐졌다. 준하의 키스와 프러포즈를 기다린 혜자는 준하와 결혼하고 아들 대상을 낳으며 행복한 가정을 꾸렸다. 하지만 기자인 준하는 정보부에 잡혀갔다 풀려나지 못하고 사망했다. 혜자의 시간 여행을 도와준 시계는 혜자가 준하에게 프러포즈를 받은 뒤 준하에게 준 소중한 시계였다.

노인이 된 혜자는 여전히 준하를 그리워했다. 하지만 준하와의 행복했던 기억이 사라질까 봐 두려워했다. 사고로 평생 의족을 하게 된 아들에 대한 미안함도 혜자를 짓누르고 있었다. 대상은 몰랐지만 혜자는 다리가 불편한 아들이 넘어질까 봐 눈이 오면 앞마당을 쓸었고, 기억을 잃어가는 혜자는 눈이 오자 습관적으로 요양원 앞 눈을 쓸었다.

"내 일생을 보는 것 같다"던 김혜자는 인생이 녹아있는 연기로 전 세대의 웃음과 공감을 끌어냈다. 그야말로 김혜자만이 가능한 세월의 깊이였다. 연출을 맡은 김윤석 PD 또한 "이 드라마는 김혜자라는 배우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작품"이라고 말했다.

극 후반부 김혜자의 내레이션은 그간 드라마를 보던 시청자들에게 깊은 울림을 안겼다. 마지막까지 시간과 인생의 소중함에 관해 이야기하던 '눈이 부시게'는 김혜자의 따뜻하면서도 포근한 목소리와 함께 이런 대사로 마무리됐다.

"내 삶은 때론 불행했고 때론 행복했습니다. 삶이 한낱 꿈에 불과하다지만 그래도 살아서 좋았습니다. 새벽에 쨍한 차가운 공기, 꽃이 피기 전 부는 달큰한 바람, 해 질 무렵 우러나는 노을의 냄새, 어느 하루 눈부시지 않은 날이 없었습니다. 지금 삶이 힘든 당신, 이 세상에 태어난 이상 당신은 이 모든 걸 매일 누릴 자격이 있습니다. 대단하지 않은 하루가 지나고 또 별거 아닌 하루가 온다 해도 인생은 살 가치가 있습니다. 후회만 가득한 과거와 불안하기만 미래 때문에 지금을 망치지 마세요. 오늘을 살아가세요. 눈이 부시게 당신은 그럴 자격이 있습니다. 누군가의 엄마였고 누이였고 딸이었고 그리고 나였을 그대들에게."

YTN Star 조현주 기자(jhjdhe@ytnplus.co.kr)
[사진제공=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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