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개봉작] 헛된 욕망 좇는 '우상', 강렬한 열연 vs 불친절한 전개

[Y개봉작] 헛된 욕망 좇는 '우상', 강렬한 열연 vs 불친절한 전개

2019.03.20. 오전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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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개봉작] 헛된 욕망 좇는 '우상', 강렬한 열연 vs 불친절한 전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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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렬한 열연과 불친절한 전개 사이에서 관객들은 어느 쪽에 손을 들어줄까.

영화 '우상'(감독 이수진, 제작 리공동체영화사)은 '한공주'(2014)로 데뷔와 동시에 평단의 호평을 받았던 이수진 감독이 5년 만에 내놓는 신작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세계 3대 영화제 중 하나인 베를린국제영화제 비경쟁 부문인 파노라마 섹션 초청작이기도 하다.

배우 한석규 설경구 천우희 등 배우들의 몸을 사리지 않는 열연이 잔상에 남지만, 상징과 은유로 점철된 불친절한 전개가 발목을 잡는다. 비교적 단순한 이야기 속에 끊임없이 사건이 벌어지고 알쏭달쏭한 인물들의 심리 묘사가 펼쳐지는 만큼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는 지점이 많다.

[Y개봉작] 헛된 욕망 좇는 '우상', 강렬한 열연 vs 불친절한 전개

구명회(한석규)는 청렴한 도덕성으로 시민들의 지지를 받으며 차기 도지사로 주목받고 있다. 어느 날 아들이 교통사고를 내고 이를 은폐한 사실을 알게 되자, 단순 교통사고로 위장해 아들을 자수시킨다.

지체 장애 아들 부남을 위해서라면 못할 것이 없는 유중식(설경구)은 아들이 갑자기 교통사고를 당해 죽자 절망에 빠진다. 함께 있다 자취를 감춘 며느리 최련화(천우희)를 찾으며 아들 죽음 너머 감춰진 비밀을 밝히기 위해 사고를 파헤치기 시작한다.

구명회 역시 최련화의 존재를 알고 유중식과 별개로 그를 쫓는다.

구명회는 정치적 야심을 키우며 자신을 우상화시켰고, 유중식은 핏줄에 대한 집착을 원동력으로 삼는다. 사회 하위 계급인 최련화는 생존 그 자체가 목적이다.

[Y개봉작] 헛된 욕망 좇는 '우상', 강렬한 열연 vs 불친절한 전개

러닝타임 143분 내내 사건을 은폐하려는 자와 파헤치려는 자 그리고 진실을 알고 있는 자가 내는 불협화음을 볼 수 있다. 그리고 그 파열의 끝에서 우리가 믿고 의지하며 기대고 싶어 하고 기꺼이 박수를 보내는 우상이 얼마나 헛된 욕망인지를 보여준다.

이수진 감독은 "오랫동안 한국 사회에 크고 작은 사건, 사고가 끊임없이 벌어지는 것을 보면서 그 시작이 뭘까 고민해본 적이 있었다"면서 "한 인간이 이루고 싶어 하는 꿈이나 신념이 맹목적으로 변화하는 순간, 그것 또한 우상이 아닐까 생각했고 그것이 작품의 시작이었다"라고 말했다.

메시지는 좋으나 어떤 인물에게도 쉽게 몰입이 되지 않으니 감독이 말하고자 하는 주제 의식이 와 닿지 않는다. 물론 다양한 해석의 재미를 줄 수 있으나 명확함을 원하는 관객에게는 아쉬움을 줄 수밖에 없다. 모든 작품이 친절할 필요는 없지만, 감독의 세계관을 관객에게 어느 정도 이해시켜주는 것도 연출자의 몫이 아닐까 한다.

[Y개봉작] 헛된 욕망 좇는 '우상', 강렬한 열연 vs 불친절한 전개

배우들의 열연은 깊은 잔상을 남긴다. 같은 아버지이지만 전혀 다른 삶을 살아가는 구명회와 유중식의 피 튀기는 신경전은 한석규와 설경구가 펼치는 연기 대결처럼 보여 흥미진진하다. 중반부 이후에 모습을 드러내는 천우희는 "존경한다"고 말하는 한석규의 말에 고개가 절로 끄덕여질 정도로 몸을 내던진 연기를 보여줬다.

20일 개봉. 15세이상관람가. 러닝타임 143분.

YTN Star 조현주 기자(jhjdhe@ytnplus.co.kr)
[사진제공=CGV아트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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