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리뷰] 상실의 시대, 남겨진 자들의 기억법 '생일'

[Y리뷰] 상실의 시대, 남겨진 자들의 기억법 '생일'

2019.03.19. 오후 4:03
댓글
글자크기설정
인쇄하기
[Y리뷰] 상실의 시대, 남겨진 자들의 기억법 '생일'
AD
2014년 4월 16일. 그날 이후로 삶이 완전히 뒤바뀐 사람들이 있다. 누군가에게는 입에 올리는 것조차 부담스러울 수도 있지만, 누군가에게는 현실이기도 하다. 곧 세월호 참사 5주기가 된다.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은 침몰 원인은 다양한 음모론을 야기했다. 세월호 관련 이슈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여론도 여전하다.

그런 가운데 영화 '생일'(감독 이종언, 제작 나우필름/영화사레드피터/파인하우스필름)이 베일을 벗는다. 2014년 4월 이후... 남겨진 우리들의 이야기가 스크린에 펼쳐진다.

'생일'은 2014년 4월 16일 세상을 떠난 아들의 생일날, 남겨진 이들이 서로가 간직한 기억을 함께 나누는 이야기다. 남겨진 자들은 힘겹게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영화는 그렇게 힘겹게 버티고 있는 이들에게 담담한 위로를 건넨다. 그 위로는 살아남은 이들에게 살아갈 용기를 안긴다.

연출을 맡은 이종언 감독은 세월호 참사 이후 2015년 여름부터 안산을 찾아 유가족 곁에서 봉사활동을 했다. 치유공간 '이웃'에서는 2014년 4월 우리 곁을 떠난 아이들의 생일이 다가오면 그 아이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여 생일모임을 열었다. 이종언 감독은 이 경험을 영화화시켰다.

[Y리뷰] 상실의 시대, 남겨진 자들의 기억법 '생일'

순남(전도연)은 세상을 먼저 떠난 아들 수호(윤찬영)에 대한 그리움을 안고 살아가고 있다. 수호가 떠난 날, 가족 곁에 있지 못했던 정일(설경구)이 불쑥 찾아온다. 순남은 그런 정일이 원망스럽지만 정일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가족의 일원이 되기 위해 노력한다.

그 가운데 어김없이 수호의 생일이 돌아오고, 수호가 없는 수호의 생일날 가족과 친구들은 함께 모여 서로가 간직했던 특별한 기억을 꺼내기로 한다.

이종언 감독도 모르는 게 아니었다. 아직 세월호를 상업영화의 테두리로 가져오기에는 이른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를 말이다. 하지만 이 감독은 "사고가 난 지 오래되지도 않았을 땐데 많은 매체에서 세월호 피로도 얘길 하는 걸 보고 안타까웠다"며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면 그런 말이 나오지 않을 거라는 확고한 마음으로 영화를 만들어나갔다. 영화를 만드는 과정서 중요하게 여겼던 것은 또 다른 상처를 남기지 말자는 것이었다.

[Y리뷰] 상실의 시대, 남겨진 자들의 기억법 '생일'

오랫동안 유가족과 그들을 지키는 이들과 함께했던 감독이었던 만큼, 남겨진 자들의 이야기를 담담하고 담백하게 스크린 위에 올려놓았다.

물론 순남이 수호와 나눴던 메시지를 보고, 아무렇지 않은 줄 알았지만 아파트가 떠내려갈 정도로 큰 소리로 아들을 찾으며 우는 모습을 보면 눈가에 눈물이 맺힐 수밖에 없다.

'생일'은 넘치지 않게, 그렇다고 부족하지 않게 남겨진 자들의 슬픔을 그린다.

우리의 무심함도 엿볼 수 있다. 유가족 앞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보상금 얘기를 하는 이도 있고, 순남의 울음소리가 진절머리 나는 이웃도 있다. 보상금을 받았다고 연락을 끊은 유가족에게 한 유가족은 "받을 수도 있지"라고 말한다. 이 과정서 과잉은 없었다. 현실을 오롯이 담으려는 감독의 섬세한 연출이 돋보였다.

[Y리뷰] 상실의 시대, 남겨진 자들의 기억법 '생일'

수호가 없는 생일잔치에 가족, 친구, 이웃이 모여 수호를 기억한다. "눈치가 없다"며 수호를 놀리기도 하고, 수호를 유달리 따랐던 후배의 이야기도 들을 수 있다. 그곳에 모인 이들은 운다. 그리고 또 웃는다. 영화는 상실의 시대, 남겨진 자들의 기억법을 보여준다.

설경구와 전도연은 소중한 사람을 잃은 부모의 모습을 진정성 가득한 연기로 펼쳐냈다.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던 두 사람의 열연이 스크린을 뚫고 관객들에게 전달될 것으로 보인다.

오는 4월 3일 개봉. 전체관람가. 러닝타임 120분.

YTN Star 조현주 기자(jhjdhe@ytnplus.co.kr)
[사진제공=NEW]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