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현장] 담담한 위로, 커다란 용기...설경구X전도연 '생일' (종합)

[Y현장] 담담한 위로, 커다란 용기...설경구X전도연 '생일' (종합)

2019.03.18. 오후 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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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현장] 담담한 위로, 커다란 용기...설경구X전도연 '생일'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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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심으로, 많은 분이 저희 생일 모임에 기꺼이 함께 해줬으면 하는 간절한 마음이다."

배우 설경구가 18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영화 '생일'(감독 이종언, 제작 나우필름/영화세레드피터/파인하우스필름) 언론시사회 후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희망했다.

'생일'은 2014년 4월 16일 세상을 떠난 아들의 생일날, 남겨진 이들이 서로가 간직한 기억을 함께 나누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 2014년 4월 16일 벌어진 세월호 참사를 극에 녹였다.

우리 곁을 떠난 아이들의 생일이 다가오면 그 아이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두 모여서 아이를 기억하고 추억하는 '생일 모임'을 모티브로 했다.

이날 이종언 감독은 "주인공이 세월호 유가족 당사자이긴 하지만 우리의 이야기도 담고 싶었다. 그 사건이 유가족과 보통의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을 어떻게 만들었는지를 담담하게 담고 싶었다"고 밝혔다.

실제 세월호 참사 이후 2015년 여름부터 안산을 찾아 유가족 곁에서 봉사활동을 했던 이종언 감독은 보고 듣고 느낀 경험을 담담한 시선으로 보여줬다.

[Y현장] 담담한 위로, 커다란 용기...설경구X전도연 '생일' (종합)

이 감독은 "생일 모임을 같이 준비했다. 설거지도 하고 사진도 찍어드렸다. 한 아이의 생일 모임을 하려면 3주 정도 유가족을 만나고 준비를 한다. 그 당시 (사건이 일어난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도 '세월호 피로도'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 마음이 아팠다"면서 "시작할 때 걱정은 많았지만 만들려는 마음은 확고했다"고 설명했다.

베일을 벗은 '생일'은 슬픔을 강요하는 영화가 아니었다. 살아남은 자들은 힘겹게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영화는 그렇게 버티고 있는 이들을 담담하게 위로를 건넨다. 그리고 그 위로는 살아남은 이들에게 살아갈 용기를 안긴다.

설경구와 전도연은 소중한 사람을 잃은 부모의 모습을 진정성 가득한 연기로 펼쳐냈다. 설경구는 가족에 대한 미안함을 안고 살아가는 아빠 정일 역을 맡았다. 해외에서 일하며 오랜 시간 가족과 떨어져 지냈고 수호가 떠난 날 가족 곁에 있지 못했다.

설경구는 "'생일'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촬영을 할 수 있는 스케줄이 안 됐다. 책을 읽고 생각을 고쳐먹었다. 스케줄을 조정해서라도 해야 할 것 같았다. 참사가 있고 난 후에 시인은 시를 섰고 소설가는 소설을 썼고 가수는 노래를 불렀다"면서 "저희는 영화를 하는 사람이다. 시기가 빠르다는 이야기도 있었지만 저는 오히려 '왜 없었을까?' 싶었다. 일주일 정도 고민하고 스케줄을 양해를 구해서 이 작품에 참여하게 됐다"고 이야기했다.

[Y현장] 담담한 위로, 커다란 용기...설경구X전도연 '생일' (종합)

전도연은 떠나간 아들에 대한 그리움을 안고 살아가는 엄마 순남을 연기했다. 아들을 잃은 상처를 묵묵히 견뎌내며 딸 예솔과 살아가야 하지만 떠난 아들 수호에 대한 그리움은 나날이 커져만 간다.

"슬픔이 너무 커서 감당할 수 있을까? 싶었다"던 전도연은 처음에는 작품을 고사했다. 그렇지만 "진정성 있는 이야기고 앞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라서 용기를 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굉장히 떨리고 무서웠다. 오랜만에 이런 자리에 앉는데 과연 '생일'이 어떻게 받아들여지고 보일지 걱정이 돼서 한숨도 못 잤다. 그런 마음으로 개봉을 기다릴 것 같다"면서 "많은 관객에게 사랑받고 응원받는 작품이길 바란다"고 소망했다.

이 감독은 "많이 걱정하면서 시작했다. 촬영을 끝내는 순간까지 걱정했던 것은 또 다른 상처가 생기지 않길 바랐다는 점"이라면서 "만드는 과정 안에서 조심스러움이 컸다"고 연출의 어려움을 짚었다.

그는 "마주하기 어려울 것 같다는 의견이 있는 것도 안다. 그만큼 힘들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며 "그런데 보고 나면 단지 슬프고 힘들기만 하지 않다는 걸 알 거 같다. 직접 보신 분들이 누군가를 데려오고 소개할 수 있지 않을까 바란다"고 말했다.

[Y현장] 담담한 위로, 커다란 용기...설경구X전도연 '생일' (종합)

설경구와 전도연은 2001년 개봉한 영화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에서 호흡을 맞춘 바 있다. 두 사람은 무려 18년 만에 조우했다.

설경구는 "전도연이 이 영화를 한다고 해서 정말 좋았다"고 웃었고, 전도연은 "제가 어떤 감정을 표현해도 그걸 받아주는 설경구가 있어서 쏟아낼 수 있었다"면서 "옆에서 든든하게 친오빠처럼 순남을 지켜주고 우뚝 서 있어줬다"고 고마움을 드러냈다.

설경구는 "국민적 트라우마가 있던 사건인 만큼 각자의 아픔이 있을 것"이라며 "상처받은 사람이 상처받은 사람을 위로한다. 그런 작은 물결이 힘이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전도연 또한 "살아갈 힘이 생길 수 있는 영화고 그렇게 믿는다"며 "많은 응원과 사랑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생일'은 오는 4월 3일 개봉한다.

YTN Star 조현주 기자(jhjdhe@ytnplus.co.kr)
[사진제공=N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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