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리뷰] '알함브라', 실험적 소재가 아까운 씁쓸한 결말

[Y리뷰] '알함브라', 실험적 소재가 아까운 씁쓸한 결말

2019.01.21. 오전 10:32
댓글
글자크기설정
인쇄하기
[Y리뷰] '알함브라', 실험적 소재가 아까운 씁쓸한 결말
AD
시작은 창대했으나 끝이 묘연했다. 다양한 추리 요소로 매회 궁금증을 높였지만 풀어내지 못한 이야기들이 아쉬움을 남겼다. 드라마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이다.

지난 20일 방송된 tvN 토일드라마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극본 송재정, 연출 안길호) 최종회에서 게임 안에서 1년 간 갇힌 채 살아가고 있는 유진우(현빈)와 그와의 재회를 믿는 정희주(박신혜)의 모습이 그려졌다.

지난 방송에서 진우는 본인을 비롯해 차형석(박훈), 차교수(김의성), 정훈(민진웅)이 모두 게임 속 '버그'로 분류됐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에 눈물을 흘리며 직접 제 손으로 '천국의 열쇠'로 이들을 찔렀다.

버그인 세 명의 NPC(Non-player Character, 유저에게 퀘스트나 아이템을 제공하는 가상의 캐릭터)가 사라지자, 엠마(박신혜)가 나타났다. 진우는 게임에 남은 마지막 버그인 자신의 운명을 엠마의 손에 맡겼다. 모든 오류가 사라지자 게임은 리셋(재시작)됐다.

이후 1년 뒤 상황이 그려졌다. 제이원홀딩스는 리셋 됐던 게임을 다시 개발해 세상에 내놓았고, 사람들에게 폭발적인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선호(이승준)는 진우가 살아있기를 바라며 이메일을 보냈지만, 끝내 포기했다. 진우가 돌아오기를 포기하지 않은 유일한 사람은 희주(박신혜)뿐이었다.

세주(EXO 찬열)는 게임 개발자로서 제이원홀딩스에 스카우트됐다. 세주가 회사를 방문한 첫날, 카페에서 세주를 기다리려던 희주의 귓가에 유저들의 대화가 들렸다. 출시된 지 얼마 안 돼 최고 레벨이 25인 게임 속에 총을 쏘는 아이디 없는 유저가 있다는 것이었다. 50레벨 이상의 유저부터 사용할 수 있는 총. 희주는 본능적으로 진우임을 깨달았다.

세주는 "인던(인스턴트 던전)이 있을 수 있다. 위기 상황에서 그럴 수 있다. 적들의 눈을 속이는 건데, 누구에게도 보이지 않는 인던이었다"라고 말했다. 희주 또한 '인던'의 존재를 알게 됐고 게임에 접속, '세상 모두가 안 믿어도 상관없다. 나는 믿는다. 우리가 다시 만날 것을'이라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진우는 게임 안에서 살아가고 있었다. 드라마는 '인던'의 존재와 진우와 희주, 두 주인공의 재회를 암시하며 열린 결말을 암시하며 막을 내렸다.


[Y리뷰] '알함브라', 실험적 소재가 아까운 씁쓸한 결말

'알함브라의 추억'은 AR(증강 현실)과 게임이라는 신선한 소재를 접목해 각광받았다. '인현황후의 남자' '나인' 'W'에 이어져온 송 작가 특유의 독특한 세계관은 새로운 기술인 증강 현실로 이어졌다. 비슷한 소재, 기시감에 지친 시청자는 스페인 그라나다의 이국적인 풍광과 어우러진 이 판타지물에 열광했다.

게임을 현실 세계에 구현한듯한 컴퓨터그래픽(CG)는 시청자를 끌기 충분했다. 여기에 현빈의 화려한 액션이 더해져 마치 실제 게임을 하는 듯한 느낌으로 몰입감을 높였다. 드라마에서 진우가 '레벨업'을 할 때마다 벌어지는 새로운 이야기와 미스터리는 매회 궁금증을 안겼다.

하지만 뒷심이 부족했다. 특히 후반 4회분에서는 미처 주어담지 못한 이야기들이 파편처럼 갈곳을 잃었고 현실 세계와 판타지는 물과 기름처럼 따로 놀았다. 결국 마지막 회에서 매듭 짓기 위해 주인공의 대사 한 줄로 거대한 서사의 미스터리가 풀리는 황당한 상황이 연출됐다. 용두사미 결말 속 개연성은 없었다.

이밖에 지나친 회상 장면과 PPL의 반복은 시청자의 피로감을 불러일으켰다. 애청자 사이에선 최종회 속 주인공인 현빈이 PPL 제품보다 존재감이 적었다는 불만까지 터져나왔다. 독창적인 소재의 강점이 무색하게 또 다시 제기된 '개연성 부족'은 시청자의 추억 속 아쉬움만 남기게 됐다.

이날 방송분은 케이블, IPTV, 위성을 통합한 유료플랫폼 시청률에서 가구 평균 9.9% 최고 11.2%를 기록하며 케이블, 종편 포함 동시간대 1위를 차지했다. 지난 19일 방송분과 비교해 0.9% 상승한 수치를 보이며 종영했다. 후속작으로는 이종석, 이나영 주연의 '로맨스는 별책부록'이 방송된다.

YTN Star 반서연 기자 (uiopkl22@ytnplus.co.kr)
[사진제공 = tvN]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