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터뷰] '극한직업' 류승룡 "배우는 극한의 감정 다루는 세공사"

[Y터뷰] '극한직업' 류승룡 "배우는 극한의 감정 다루는 세공사"

2019.01.19. 오전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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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터뷰] '극한직업' 류승룡 "배우는 극한의 감정 다루는 세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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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란 직업은, 글쎄요... 감정의 세공사가 아닐까."

배우 류승룡(50)이 웃음과 액션이란 원석을 멋지게 세공했다. 그가 주연을 맡은 영화 '극한직업'(이병헌 감독)은 오는 설연휴 극장가의 보석이 될 전망이다.

'극한직업'은 해체 위기의 마약반 5인방이 범죄조직 소탕을 위해 위장창업한 '마약치킨'이 일약 맛집으로 입소문을 타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코믹 수사극. 액션과 웃음이 반반 치킨처럼 절묘하게 어우러진다.

특히 '7번방의 선물', '내 아내의 모든 것' 등 유쾌한 웃음과 감동을 선사하는 코미디 장르까지 관객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아온 류승룡이 '희극지왕'의 반가운 귀환을 알리고 있다. 바쁘고 고달픈 소시민 가장이자 리더 고반장 캐릭터와 싱크로율 100%를 자랑하는 류승룡표 생활 연기가 돋보인다.

사실 처음에는 "조폭에, 마약에, 형사물에 어떻게 보면 기피하는 소재들"이라 우려도 됐다고. 그럼에도 류승룡이 이 작품을 선택한 이유는 흔해 보이는 이 소재들이 묶여서 전혀 다른 얘기가 됐기 때문이다.

그는 "뛰어난 작가들과 기획자들이 기존의 틀을 계속 깨주는 이야기를 만드는 거 같다. 다음에는 또 어떤 이야기꾼들이 새로운 인물을 만들어 내게 전달해 줄지 늘 설렌다"는 말로 이번 작품에 대한 소감을 대신했다.

[Y터뷰] '극한직업' 류승룡 "배우는 극한의 감정 다루는 세공사"

이병헌 감독의 전작 '스물', '바람바람바람' 등과 비교에 대해서는 "전작들은 19금 코미디나 호불호가 갈리는 요소들이 꽤 있더라. 이번 '극한직업'은 조금 세지 않나 싶은 부분을 꽤 걷어냈다. 그래서 관객들이 많이 보고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코미디지 않을까. 그게 좀 차별점인거 같다"라고 소개했다.

특히 다양한 코미디 작품으로 관객들의 호응을 얻었던 류승룡임에도 "이런 코미디 연기는 처음인거 같다"고 말해 눈길을 모았다. 그 차이는 바로 팀워크다.

"여럿이 협동해서 만들어 갔고, 한 사람이 유난히 두드러지는 게 아니라 다섯 명이 필두로 호흡했다. 이렇게 코믹망이 촘촘한 건 처음이라고 느꼈다."

이병헌 감독 특유의 '말맛' 코미디를 표현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 같기도 한데, 류승룡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리듬감있게 소화해 냈다.

"'난타' 초기 멤버로 5년동안 활약했는데 반전, 호흡 등 미묘한 순간의 캐치가 도움이 됐다. 또 장진 감독과 '택시 드리벌', '박수 칠 때 떠나라' 등의 코미디에서도 기발한 말맛들이 있었는데 이번에 큰 도움이 된 거 같다. 만약 그런 경험들 없이 이번 작품을 했다면 많이 떠듬거렸을거다."

대사가 가진 재미를 100% 살려내야 한다는 부담은 또 별개였다.

"제가 오열하는 신이 있었는데 그게 슬픈게 아니라 웃음이 나와야하는 장면이다. 텍스트로 읽을 때는 엄청 웃으면서 봤는데, 자칫 잘못했서 주옥같은 대사와 장면의 재미를 못 살리면 제 탓이잖나. 그런 스트레스를 받았던거 같다. 아무리 현란한 드리블을 해도 관중들은 축구의 흐름을 보는 것처럼, 왜 이 상황이 재미있는지가 고스란히 전달됐으면 했다."

류승룡의 의도대로 오열신은 웃음을 유발한다. 그는 "웃기려고 하지 않으려 노력했다. 진지하게 연기하면서 텍스트의 묘미를 훼손하지 않고 배가시키자라는 사명감이 있었던거 같다. 다 재미있지만 힘들었던거 같아, 아니 힘들었다기보다는 고민이라고 표현하는게 맞는거 같다"라며 고반장 연기에 수반됐던 생각들을 털어놨다.

[Y터뷰] '극한직업' 류승룡 "배우는 극한의 감정 다루는 세공사"


류승룡이 이번 코미디의 장점으로 다섯 명의 호흡을 꼽았듯, '극한집업'은 마약반 팀원들의 한 몸 같은 케미가 빛을 발한다. 류승룡 또한 현장에서의 호흡이 워낙 좋았다며 후배들을 연신 칭찬했다.

그는 "공명 배우는 태권도 선수 출신이고, 진선규 배우도 '델라구아다'처럼 액션이 가미된 공연을 했었기 때문에 몸을 굉장히 잘 쓴다. 이동휘 배우는 연습을 제일 꾸준히 열심히 했다. 하루도 안 빠지고 나오더라. 이하늬 배우도 정말 '토가 나올 정도'로 열심히 했다"라고 감탄했다.

"그렇다고 제가 열심히 안 했다는 것은 아니고"라는 너스레와 함께 류승룡은 "다행히 데뷔작인 '거룩한 계보'와 초창기 '표적'이라는 작품에서 액션을 했기에 어느 정도 몸에 좀 익었던거 같다. 다른 배우들보다는 조금 수월하게 했던거 같다"라고 덧붙였다.

후배들이 조언을 구하지는 않았냐는 물음에는 "오히려 조언을 가능한 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며 "무한한 잠재력들이 있는데 편하게 해줘야 그게 나온다고 생각했다. 동료 배우들이 좀 편안하게 자기 것을 마음껏 보여주고, 놀고 장난칠 수 있는 분위기를 해 주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차를 즐겨 마시는 류승룡은 맛과 향이 좋은 차를 현장에 챙겨 다니며 후배들과 친분을 다졌다. 최대한 편안하게 연기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기 위한 류승룡의 배려 덕에 두바퀴 띠동갑인 공명은 그를 ''아빠'라 부르며 껴안기도 했고, 이동휘는 애드리브 성공을 웃으며 자랑하기도 했다.

류승룡은 "배우들과 자주 얘기한 게 오버하지 말자는 거였다. 다만 골 결정력이라고 할까. 자기 몫은 충실히 해내자, 드리블 하다가 골 뺐기지 말자고 했었다. 너무 다행이고 감사한 것은 다섯 명 중 누구 하나 튀거나 뒤쳐지지 않고 팀워크로 잘 묶였다는 점"이라며 마약반 케미에 거듭 만족감을 드러냈다.

특히 "영화에서 이동휘가 범인들은 묶으면서 하는 대사들이 다 애드리브"라고 귀띔하며 "그날 '한 건 했다'고 얼마나 좋아하던지.(웃음) 이동휘 배우가 많이 고민하고 탐구하는 진지함이 있더라. 코미디도 즐거워서 나오는 연기가 있는한편, 고민해서 나오는 연기가 있는데 이동휘 배우가 그런 준비된 애드리브의 정수를 보여준 거 같다"라고 칭찬했다.

[Y터뷰] '극한직업' 류승룡 "배우는 극한의 감정 다루는 세공사"

류승룡이 연기한 고반장은 극중 아무리 범인과 혈투를 벌여도 죽지 않고 살아나 '좀비'라는 별명을 지닌 인물. 설득력 있는 형사 이미지가 필요했다. 체중도 12kg이나 감량했다.

"'염력' 때 11kg를 찌웠다가 이번에 12kg을 뺐다. 감량이라기보다는 원상복귀 차원이다. 하지만 아무래도 뒤에 액션도 있는데다, 죽지 않는 캐릭터란 설정인만큼 다부진 단단함이 있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때문에 영화 속 침샘을 자극하는 치킨은 거의 손대지 못했다. 대신 그는 "닭의 텁텁한 부위(가슴살)만 먹거나, 닭이 되기 전에 아이(달걀)을 많이 먹었다"고 답해 웃음을 안겼다.

코미디 연기부터 좀비 액션까지 팔색조 연기를 소화, 고반장으로 완벽하게 변신한 류승룡. 그야말로 극한 연기를 펼쳤다. 비단 이번 작품 뿐 아니라 몸과 마음을 사리지 않고 매 회 새로운 캐릭터를 창조해내야 하는 배우라는 직업 또한 하나의 극한직업이 아닐까.

"저는 아직 그런 말할 단계는 아닌 거 같다. 끝이 보이지 않는 공부를 하는 분들도 있고, 열정을 투자한 만큼 보장이 안 되는 일도 많다. 절대평가로 보면 모두가 극한직업이다. 저는 배우로서 지금 행복하고, 이 정도 힘듦은 누구나 다 겪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힘든 부분은 정해진 답 없이 최상의 것을 뽑아내야 하는 부분이랄까. 감정의 극한 고민들이 늘 따르는 것 같다."

연기란 실제 겪어 보지 못한 일이라 할지라도, 자신의 경험과 상상으로 인물을 창조하는 일. 류승룡은 그래서 '극한직업' 대신 배우란 직업을 '감정의 세공사'라고 표현했다.

"배우는 비워내야 되는 동시에 채워내야 하는 직업이다. 또 끊임없이 배우고, 세월을 담아내고, 사람의 마음을 담아낼 준비가 돼 있어야 된달까. 스포츠 선수들이 육체적으로, 음악가들은 악기를 다루듯이 배우는 마음과 생각을 다룬다. 그렇게 끊임없이 감정을 세공하는 게, 바로 배우의 일인 것 같다."

YTN Star 최보란 기자 (ran613@ytnplus.co.kr)
[사진 = CJ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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