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피플] "전적으로 믿습니다"...신애리→김주영, 믿고보는 김서형표 악녀

이쯤되면 '악역 장인'이다.

배우 김서형이 '레전드 악녀'로 꼽히는 SBS '아내의 유혹' 신애리 역에 이어 JTBC 'SKY캐슬' 김주영 역으로 다시 한 번 '인생 캐릭터'를 경신했다. 그는 김주영을 통해 결이 다른 악녀 연기로 다시 안방극장을 쫄깃한 긴장감으로 물들이고 있다.

그가 연기하는 김주영은 VVIP 입시 코디네이터로, 매년 한 명의 학생을 원하는 대학에 무조건 입학시키는 100% 합격률을 자랑한다. 그 명성이 하늘을 찌를 듯해 제 아무리 돈 많고 훌륭한 집안이라도 김주영이 원하는 기준을 충족시키지 않으면 그녀를 고용할 수 없다.

전에 없던 입시코디네이터라는 캐릭터에 도전한 김서형은 비주얼부터 강렬하다. 한치의 흐트러짐도 용납 않겠다는 듯이 쫙 붙인 올림머리, 무채색 정장과 킬 힐이 합격률 100%를 자랑하는 김주영의 완벽주의를 대변한다.

여기에 김서형 특유의 도회적 이미지와 매사 동요 없는 포커페이스가 압도적인 카리스마를 뿜어낸다. "전적으로 믿으셔야 합니다", "혜나를 댁에 들이십시오"와 같이 정중한 듯 강압적인 말투와 속을 읽을 수 없는 표정은 캐릭터의 미스터리함을 한껏 끌어올린다.

냉혹한 카리스마 뿐 만이 아니다. 자신을 계속해서 의심하는 캐슬퀸들을 홀리는 설득력 있는 태도부터 본인의 딸 케이 앞에서는 소리 한번 내지 못하고 오열하는 모성애, 돌연 외면하는 양면성까지. 김서형만의 절제된 감정 연기가 김주영이란 인물이 지닌 비범함을 더욱 증폭시킨다.

이에 인기를 반증이나 하듯 많은 개그맨들과 유투버들까지 '김주영 따라하기'에 나서는 등 돌풍을 넘어선 광풍을 일으키고 있다.

특히 김서형은 2008년 '아내의 유혹' 신애리를 비롯해 '샐러리맨 초한지'의 모가비, '기황후'의 황태후 등 숱한 악역을 소화해 왔기에, 다시 한 번 악역으로 세운 인생 캐릭터 경신이 더욱 놀랍다.

김서형은 '아내의 유혹' 당시 '버럭애리'라는 별명을 얻었을 정도로 에너지를 쏟아 붓는 열연을 펼쳤다. 목이 쉴 정도로 소리를 내지르는 김서형의 연기가 시청자들을 압도했으며, 처절하게 복수 당하다 악에 받쳐 패악을 부리는 모습으로 통쾌함을 더했다.

이어 '샐러리맨 초한지'에서는 자신을 총애하던 그룹 총수인 진시황(이덕화)을 살해하는 악행으로 극의 긴장감을 폭발시키는 기폭제 역할을 했으며, '기황후'에서는 시류에 따라 돌변하는 영민함을 지닌 황태후 역으로 기승냥(하지원)과 끝까지 대립각을 세웠다.

김서형은 이처럼 연이은 악역 연기가 전혀 질리지 않는, 매 작품 이전 캐릭터를 탈피하는 새로운 악역 연기로 장인 같은 섬세함을 뽐내고 있다. 전작에서 강렬한 이미지를 남겼음에도, 그 잔상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확연한 변신을 보여주는 것. 그러면서도 '미친 존재감'은 여전하다는 것이 놀랍다.

과거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김서형은 잇단 악녀 연기에 대해 "혹시 또 비슷한 캐릭터가 와도 겁내지 않을 것 같다. 악역을 했기 때문에 또 악역을 못하는 게 아니라, 해 봤기 덕분에 비슷하다고 해도 다르게 표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낸 바 있다.

그녀의 말처럼 김서형의 연기 스펙트럼이 대중에게 한층 깊게 다가선 느낌이다. 매번 카리스마 있는 연기로 눈도장을 찍어온 그녀이지만, 자신만의 노하우와 내공으로 소화해 또 한 번 시청자들의 마음을 훔치는 캐릭터를 탄생시켰다.

YTN Star 최보란 기자 (ran613@ytnplus.co.kr)
[사진 = JTBC, SBS, MB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