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피플] 오! 샌드라, 할리우드 변화의 물결

[Y피플] 오! 샌드라, 할리우드 변화의 물결

2019.01.09. 오후 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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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피플] 오! 샌드라, 할리우드 변화의 물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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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의 순간을 목격하고 싶었다."

시상식을 여는 자리, 한국계 캐나다인 배우 샌드라 오는 객석을 향해 이같이 말했다. 지난 6일(현지시간) 미국 베버리힐즈 힐튼 호텔서 열린 제76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다. 이날 샌드라 오는 아시아계로는 최초로 골든 글로브 시상식의 호스트를 맡았다.

샌드라 오는 "오늘 밤 이 무대에 서는 것이 두렵다. 하지만 여러분을 바라보고 변화의 순간을 지켜보고 싶었다. 지금 이 순간만큼은 진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진행으로 화제를 모은 그는 이날 수상 낭보도 전했다. 샌드라 오는 BBC아메리카의 TV 드라마 '킬링 이브'로 여우주연상까지 거머쥐면서 수상자로서 영예도 함께 안았다. 골든글로브 TV 드라마 부문 여우주연상을 아시아계 배우가 받은 건 일본 배우 시마다 요코가 1981년 NBC '쇼군'으로 받은 이후 무려 38년 만이다. 그에게는 2006년 '그레이 아나토미'로 받은 여우조연상에 이어 두 번째 골든 글로브 트로피다.

샌드라 오는 무대에 올라 트로피를 안고 감격했다. 특히 소감 말미 한국어로 "엄마 아빠 사랑해요"라고 말한 후 객석에 있는 부모님을 향해 고개 숙이는 모습이 비춰지며 눈길을 끌었다. 카메라에 비친 샌드라 오의 부모는 누구보다 딸의 수상을 축하했다.

1971년생인 샌드라 오는 캐나다 오타와 교외인 네피안의 이민 온 부모님 밑에서 나고 자랐다. 어려서부터 춤을 좋아했던 그는 뮤지컬에 빠졌고 자연스럽게 연기에 발을 디뎠다. 1997년 TV프로그램 '에블린 라우의 일기'에 출연하며 유명세를 얻기 시작했다.

그에게 세계적인 인기를 가져다준 건 단연 인기 미국 드라마 '그레이 아나토미'(2005)다. 현재 시즌10 이상 방송된 이 드라마에서 그는 외과 의사 크리스티나 양을 연기해 한국을 비롯해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었다.

이번 골든글로브 수상의 영예를 안겨준 드라마 '킬링 이브'로 에미상에서 그는 아시아계 배우 최초로 여우주연상 후보로 노미네이트됐다. 아쉽게도 수상은 불발됐지만 그가 남긴 족적은 작지 않았다.

그렇기에 골든글로브에서 샌드라 오의 활약이 갖는 의미는 남다르다. 그는 골든 글로브 진행과 주연상으로 아시아계의 약진과 다양성 측면에서 변화를 직접 보여줬다.

샌드라 오는 지난해 진행한 한 인터뷰에서 할리우드에서 아시아계 배우들의 활약에 "아직 변하지 않은 게 많다. 그 변화가 느린 것 같다고도 느낀다. 하지만 매일 변화가 점진적으로 일어나고 있다는 점은 유의미하다"고 말했다.

이어 "다른 (인종) 커뮤니티도 '블랙팬서'와 같은 영화를 원한다. 이런 날이 분명 올꺼다. 다만 그날이 오기까지 그것이 어떤 의미인지 알려고 노력해야 하고 매일 연습해야 한다. 다른 사람에게 일어나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건 정말 고통"이라며 의식과 실천의 중요성을 역설하기도 했다.

영화 '블랙팬서'는 제작·출연진의 대부분을 아프리카계 흑인으로 채운 작품이다. 이 작품은 지난해 북미 최고 흥행작에 등극했다. 이밖에도 작년 북미 박스오피스에서 열풍을 불러일으킨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은 출연 배우 전원을 아시아계로 캐스팅해 화제를 모았다.

김헌식 평론가는 "최근 스티브 연 역시 미국 비평가협회에서 남우조연상이라는 낭보를 전해왔고, DC 코믹스는 '아쿠아맨'의 주인공으로 혼혈인 제임스 모모아를 캐스팅했다"면서도 "다만 이런 변화는 하루아침에 벌어진 게 아니다. 샌드라 오의 경우 할리우드에서 20년 이상 꾸준히 활동해 온 배우"라고 평가했다.

이런 현상은 '수익적 관점'과 '가치 지향적 관점'이 맞물려 생긴 결과라는 분석이 따른다. 김 평론가는 "수익성을 생각할 때 중국과 한국을 비롯해 아시아 시장을 결코 무시할 수 없다"면서 "가치 지향적인 면에서도 작품을 평가할 때 다양성이 그만큼 중요한 척도로 대두됐음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YTN Star 반서연 기자 (uiopkl22@ytnplus.co.kr)
[사진제공 =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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