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터뷰①] "꾸밈없어 정이 가는"…'말모이'와 윤계상의 교집합

[Y터뷰①] "꾸밈없어 정이 가는"…'말모이'와 윤계상의 교집합

2019.01.09. 오전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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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터뷰①] "꾸밈없어 정이 가는"…'말모이'와 윤계상의 교집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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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성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선악을 떠나 관객을 마음을 움직이는 연기를 할 수 있다면 멋지지 않을까요. 그때까지는 분명히 숙성의 시간이 필요한 거 같아요. 나이도 삶의 경험도 해야 하고요. 아직은 한없이 부족할 따름입니다."

배우 윤계상은 꾸밈없다. 그에게는 부족한 점을 포장하려 하지 않고 애로 사항이 있으면 허심탄회하게 털어놓는 진솔함이 있다. 그래서일까. 그가 선택한 영화에는 한 번 더 눈이 간다.

'범죄도시'(2017) 흥행 이후 1년 만에 그가 들고 온 영화는 '말모이'(감독 엄유나)다. 1942년 '조선어학회' 사건을 모티브 삼아, 까막눈 판수(유해진)가 조선어학회 대표 정환(윤계상)을 만나 사전을 만들기 위해 비밀리에 전국의 우리말과 마음을 모으는 이야기를 그렸다. 전작에서 충격적인 비주얼과 섬뜩한 눈빛으로 놀라게 하더니 이번에는 역사의 귀중한 한 페이지를 건져 올리는데 힘을 보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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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처럼 익숙한 우리말이지만 이를 지키기 위해 노력한 이들의 이야기는 생경하다. 윤계상 역시 촬영 전에는 이 역사적 사건을 알지 못했단다. '말모이' 원고에 얽힌 이야기를 접하고 죄송함과 소재에 대한 궁금증이 공존했던 이유다. 그 부채 의식이 그를 영화로 이끌었다.

이 영화에서 윤계상이 연기한 류정환은 복잡한 인물이다. 친일파인 아버지 밑에서 우리말을 연구하는 단체인 조선어학회를 이끌며 내외적 고뇌를 거듭한다. 영화의 중요한 메시지가 류정환의 입을 빌려 관객에게 전달된다.

촬영 내내 엄유나 감독은 그에게 "벼랑 끝에 서 있는 사람"의 모습을 주문했다. 엄혹한 시대 상황에 맞서 힘겹게 서 있는 모습이 렌즈에 담기길 바랐다. 제작진에게도 배우에게도 지난한 과정이었다.

"배우들은 보통 배역에 자신을 비춰 감정을 표현하곤 합니다. 그런데 이 인물의 경우는 그 과정이 너무 버거웠어요. 류정환의 막중한 책임감은 대체 어디서 나오는 것인가를 생각하다 죽을 뻔했거든요. 보통 누군가가 다치거나 위기가 오면 현실에서는 타협하잖아요. 꿋꿋한 신념을 이해하는 게 쉽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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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 중 인물과 좁혀지지 않은 간극에 애를 먹었지만, 닮은 점도 찾았다. 목표를 위해 잔꾀 부리지 않고 우직하게 나아가는 모습이 꼭 그렇다. 과거엔 힘든 일이 있어도 쉬이 입 밖에 내지 않았다. 요새는 많이 바뀌었단다. 영화의 메시지처럼 "함께의 힘"을 느끼고 있다고 했다. 나이가 들면서 생긴 변화다.

"과거의 윤계상은 힘들어도 힘들다고 이야기하지 않았어요. 내색하지 않고 짊어지다가 크게 터져버리곤 했죠. 요즘은 생각이 달라요. 혼자서 되는 일은 없더라고요. 보이지 않지만 누군가 도와주고요. 같이 만들어 가는 과정이 참 귀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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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세대 아이돌 god로 데뷔한 그는 '발레교습소'(2004)로 배우로서 발을 내디뎠다. 그동안 영화 '비스티보이즈'(2008), '풍산개'(2011), '소수의견'(2015) '죽여주는 여자'(2016) 등에서 다양한 연기 스펙트럼을 뽐냈다. 그 속에는 용산 참사 재판에 뛰어든 국선 변호인, 장애를 가진 청년, 조선족 두목까지 다양하다. 경력에 비해 쉽지 않은 역할에 연이어 도전해왔다.

"쉽지 않아요. 하지만 도전하고 나면 뿌듯함을 느끼죠. 그동안 했던 작품을 진열장에 놓듯이 소중히 생각하는데 저 나름대로 살아가는 큰 재미에요. 진득하게 끝까지 파고드는 성향인데 연기는 끝이 없고 완성이 없어서 매력이 있어요."

2017년에는 '범죄도시'라는 메가 히트작을 내며 배우 생활에 전성기를 맞이하기도 했다. 흥행에 고무될 법도 한데 아직도 한참 부족하다며 고개를 젓는다. 그저 천천히 걸어갈 뿐이라고 덧붙였다.

"처음 연기를 시작했을 땐 너무 잘하고만 싶었어요. 돌아보면 노력 외에도 숙성의 시간이 분명히 필요한 일이에요. 나이도 삶의 경험도 있어야 연기에 공감이 실리거든요. 여전히 저는 죽을힘을 다해 노력하고 있지만 한없이 부족합니다."

[Y터뷰①] "꾸밈없어 정이 가는"…'말모이'와 윤계상의 교집합

차기작은 윤재근 감독의 '유체이탈자'다. 기억을 잃은 한 남자가 기이한 상황에 놓이며 진실을 좇아가는 판타지 액션물이다. 또 한 번의 쉽지 않은 역할에 도전장을 냈다. 소재와 장르는 다르지만 배우로서 그가 추구하는 방향과 맞닿는다.

"다양한 장르, 소재를 추구하지만 작품이 갖고 메시지가 가장 중요해요. 큰 뜻을 품고 있기보다 인간 사회에서 벌어질 수 있는 따듯한 이야기, 사랑 이야기에 끌립니다. 역할이 선하든 악하든 윤계상을 통해 나갔을 때 전해지는 특유의 느낌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마음을 두드리는 감성? (웃음) 배우로서 추구하는 방향성이죠."

YTN Star 반서연 기자 (uiopkl22@ytnplus.co.kr)
[사진제공 = 롯데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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