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터뷰①] "작품 선보일 때마다 불안해"...하정우의 고백

[Y터뷰①] "작품 선보일 때마다 불안해"...하정우의 고백

2018.12.29. 오전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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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터뷰①] "작품 선보일 때마다 불안해"...하정우의 고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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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개의 작품을 넘게 했지만, 매번 '리셋'되고 다시 시작하는 느낌입니다. 아버지(김용건)한테 작품을 많이 했는데 왜 불안한 건지 여쭤봤을 정도예요. 아무것도 없는 느낌이고 심지어 '어떻게 연기를 해야 하지?'라는 생각도 들죠. 매번 어려워요. 지금은 '백두산' 촬영을 앞두고 있는데 공허하네요."

'최연소 1억 배우'라는 타이틀을 지닌 배우 하정우의 말이다. 그는 지난 26일 개봉한 영화 'PMC: 더 벙커'(감독 김병우, 제작 퍼펙트스톰필름)로 관객들을 만나고 있다. '더 테러 라이브'(2013)로 한 차례 호흡을 맞췄던 김병우 감독과 다시 한번 호흡을 맞춘 작품으로 하정우의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하정우는 'DMZ 지하에 지상과 데칼코마니 같은 공간이 있으면 어떨까?'라고 김병우 감독에게 말했고, 김 감독은 이를 구체화하기 시작했다.

"김병우 감독이 어딘가에 갇혀 있는 걸 좋아하니까요. 맞춤형 서비스였죠.(웃음) 건물 책상에서 벗어나 DMZ 밑에 지하 벙커가 있다면 엄청난 일이 벌어지지 않을까 생각했죠. 2013년 12월에 말을 했고 무려 5년간의 준비를 마치고 선보이게 됐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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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아이디어가 하나의 거대한 작품으로 나왔다. 이에 대해 하정우는 "신기했다"면서 "시사회 때 '드디어 보는구나'라고 생각했다. 무엇보다 관객들이 이 영화를 잘 받아들여 줬으면 좋겠다"고 애정을 드러냈다. 이어 "김병우 감독과 세 번째 작품을 한다면 5년까지 걸리게 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도 들었다"고 털어놨다.

'PMC: 더 벙커'는 글로벌 군사기업(PMC)의 캡틴 에이헵(하정우)이 CIA로부터 거액의 프로젝트를 의뢰받아 지하 30M 비밀 벙커에 투입되어 작전의 키를 쥔 닥터 윤지의(이선균)와 함께 펼치는 리얼타임 생존액션 영화다. 하정우는 뒤늦게 작전의 실체를 알게 되며 함정에 빠지는 캡틴 에이헵 역을 맡아 열연했다. 무엇보다 극 속 대사가 80% 이상이 영어로 이뤄진 만큼 하정우는 만반의 준비를 해야 했다.

"시나리오를 해석하고 이해하는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렸어요. 대사, 발음을 연습하는데 집중력을 높이기 위해서 한 달 동안 외국에 나가서 공부했죠. 갔다 와서도 6주 정도 감독님과 연습을 했고요. 에이헵은 7년 동안 미국 생활을 한 인물인 만큼 영어를 할 때 미국인이 봐도 이상하지 않을 수준까지만 갔으면 좋겠다 싶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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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MC: 더 벙커’는 게임의 설정을 빌려왔다. 영화는 지하 벙커에 갇힌 에이헵과 윤지의가 어떻게 이곳에서 탈출하는지를 마치 게임처럼 설계했다. '최종 탈출'이라는 목표 아래 점점 더 어려워지는 전투와 미션이 펼쳐진다.

실제 김병우 감독은 관객들이 객석이 아닌 에이헵 옆에서 같이 호흡하길 원했다. POV(1인칭 앵글)캠 카메라와 드론 카메라 장비를 투입, 관객이 액션에 참여하는 듯한 체험을 중점에 뒀다. 강렬한 사운드와 한껏 고조되는 상황 여기에 끝까지 방심할 수 없게 만드는 위기가 계속되며 체험형 영화의 매력을 보여준다. 에이헵은 캡틴으로 이를 이끌어간다. 물론 호불호는 갈린다. 영화에 대한 진입장벽이 꽤 높다.

"영화에 들어가기 어려울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죠. 늘 한국말을 했던 하정우가 영어를 하잖아요. 그런 생소함도 있겠다 싶었어요. 또 대사도 자막으로 확인해야 하는데 설정이 촘촘하게 돼 있거든요. POV캠 같은 경우도 분명 익숙지 않은 부분이 있을 것 같았죠. 사실 그건 감독님이 그렇게 만든 거라서 뭐라 할 수가 없어요. 관객들이 잘 봐주길 바라는 것이 배우의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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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헵은 캡틴이지만 일반적인 캡틴은 아니다. 트라우마로 가득 찼고, 이기적인 면모도 보인다. 하정우는 "에이헵은 갈팡질팡하고 우유부단한 면모도 있다.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으로 극한에 몰리면서 리더로서의 모습과 진짜 내면이 갈등을 겪었겠다고 여겼다"면서 "관객들에게 혼란을 줄 수도 있지만 마지막 낙하산 장면에서 여러 의문을 해결해주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선균은 'PMC: 더 벙커' 촬영장에 대해 "하정우가 반장으로 있는 국제학교에 전학 온 느낌"이라고 말했었다. 하정우는 "현장에서 바라봤을 때 그런 느낌을 받았을 수도 있다"면서 "사실 (외국인 배우들과)긴말은 하지 않았다. 심도 있는 대화를 주고받지도 않았다"고 미소 지었다.

'별명제조기'답게 이선균에게 '소주 대통령'이라는 별명을 지어준 하정우는 "이선균 형은 어디를 가든 소주를 시켜 먹는다. 저도 소주를 좋아하다가 맥주의 세계에 빠져들었는데 다시 소주에 손을 댔다"고 특유의 유쾌한 웃음을 보였다.

[Y터뷰①] "작품 선보일 때마다 불안해"...하정우의 고백

'PMC: 더 벙커'는 하정우가 최연소 1억 배우라는 타이틀을 받은 뒤 처음으로 선보이는 작품이다. "부담도 있다"고 말한 하정우지만 곧 "영화를 불편하게 보신 분들도 계실 테지만 이 이야기는 내년 여름 즈음에 다시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곧바로 너스레를 떨었다.

2019년에도 하정우의 계획표에는 영화로 가득 차 있다. '롤러코스터'(2013) '허삼관'(2015)에 이어 또다시 연출도 계획하고 있다.

"내년 2월 초에 '백두산' 촬영이 시작되고 7월 초부터 '보스턴 1947' 촬영에 들어갑니다. 두 작품을 찍으면 내년이 다 갈 거 같아요. 촬영을 마친 '클로젯'은 여름이나 초가을 즈음 개봉하지 않을까 합니다. 물론 CJ 마음이죠.(웃음) 시나리오 초고는 완성됐는데 언제 찍을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제작만 할 수도 있고 감독을 할 수도 있고요. 오픈된 상태입니다."

YTN Star 조현주 기자(jhjdhe@ytnplus.co.kr)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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