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터뷰] '마약왕' 송강호 "전혀 보지 못했던 송강호를 만나실 겁니다"

[Y터뷰] '마약왕' 송강호 "전혀 보지 못했던 송강호를 만나실 겁니다"

2018.12.22. 오전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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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터뷰] '마약왕' 송강호 "전혀 보지 못했던 송강호를 만나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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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송강호(52)의 새로운 얼굴을 만날 수 있다는 것만으로, 영화 '마약왕'을 볼 이유는 충분하다.

'마약왕'은 마약도 수출하면 애국이 되던 1970년대, 근본 없는 밀수꾼 이두삼(송강호 분)이 전설의 마약왕이 되고 몰락하는 과정을 시대상과 함께 풀어내는 영화. 한국 영화에서는 잘 다뤄지지 않았던 마약 세계를 소재로 하고, 사건이 아닌 한 인물의 일대기에 초점을 맞춰 색다르다. 특히 청불 영화 흥행사에 한 획을 그은 '내부자들'의 우민호 감독이 3년만에 내놓은 신작이라는 점에서도 기대가 모아졌다.

허나 무엇보다 관객의 기대감을 증폭시키는 요소는 바로 송강호의 '변신'이다. 서민적인 모습으로 공감을 자아내고, 정의로운 면모로 카타르시스를 안겼던 그가 희대의 범죄자 이두삼으로 분했다는 자체가 영화의 관전 포인트다. 송강호 스스로도 이번 영화를 '도전'이었다고 칭했다.

"접해보지 못했던 세계를 그린다는 것이 배우로서 가장 도전이었다. 가장 걱정됐던 부분은 마약 세계에 대한 디테일한 표현들을 어떻게 실감나게 잘 할 수 있을까 하는 점이었다. 이번 작품에서는 또 다른 송강호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거다. 때론 20년전 데뷔 할 때의 모습, '살인의 추억', '초록물고기', '넘버 쓰리' 등 한 20년전 제 모습들이 얼핏얼핏 나오는 거 같아서 반가웠다. 후반부 같은 경우는 전혀 보지 못했던 모습도 있다. 관객들도 반가워하고, 또 새롭게 봐 주지 않을까. 저 또한 신나게 촬영 했다."

[Y터뷰] '마약왕' 송강호 "전혀 보지 못했던 송강호를 만나실 겁니다"

송강호의 말처럼, 이두삼으로 분한 그는 변화무쌍한 연기로 한 인물의 파란만장한 일대기를 펼쳐냈다. '택시운전사', '변호인', '괴물' 등에서 보여준 송강호의 모습들이 총망라되며, 이두삼의 삶 속에 한 시대가 집약됐다.

"일부러 다채로운 모습을 보여드리려 애를 쓴 것은 아니다. 소재가 마약 세계이긴 하지만, 주된 이야기는 인간의 비뚤어진 욕망, 희노애락의 인생사라고 생각했다. 순박하고 소박하며 가족을 위해 열심히 살아가는 인물의 모습과, 권력과 돈에 맛들이며 변해가는 모습, 파멸돼 가는 모습이 담긴 일대기다. 저로서는 충실하게 그 상황에 맞게 인물의 내면을 표현 해야 되겠단 생각으로 차근차근 연기 했다."

이번 작품에서 송강호가 보여준 연기는 변신 그 이상이다. 영화의 후반 30분 가량 홀로 펼치는 그의 파노라마 연기는 좌중을 압도한다. 마약에 취한 이두삼의 광기와 혼돈이 뒤섞인 표정 연기는 소름이 돋을 정도. 이는 누구의 도움도 없이 오롯이 송강호의 상상과 연구로 완성된 장면이라 더욱 감탄스럽다.

"연기적으로 전혀 참고를 할 수 없었다. 마약을 하고 싶어서 한 게 아니라, 어떤 사건으로 느껴지는 공포와 두려움을 이기기 위해서 하게 된 것이고. 그런 상황에 대한 집중이 필요했다. 다른 자료나 영상을 참고하진 않았다. 감독이나 작가도 구체화 시킬 수 없었기에 대본도 없었고. 개인이 체화된 연기를 해야했기에, 순전히 상상력과 연습과 연구를 통해 이뤄내야 했다."

[Y터뷰] '마약왕' 송강호 "전혀 보지 못했던 송강호를 만나실 겁니다"

그래서일까, "외로움은 배우의 숙명"이라는 송강호도 이번 작품이 유독 외로웠다고 토로한 것은.

"배우들이 외롭다는 말을 많이 한다. 그 이유는 카메라 앞에서는 누구도 도와줄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본인 혼자 남게 되는 것. 이 작품은 유독 혼자 하는 것이 많았고, 새로운 세계에 대해 묘사해야 하니까 더욱 외로움을 느꼈던 거 같다."

"친동생 같이 느껴진다"는 두 후배, 배두나와 조정석이 든든한 연기력으로 그의 외로움을 덜어 줬다. 송강호는 조정석과 '관상'(2013) 이후 5년 만에, 배두나와는 '괴물' 이후 12년 만에 함께했다. 특히 배두나와는 '복수는 나의 것'(2002)까지 3번을 함께 했다.

"'괴물'에서 배우나의 큰 오빠 역할이었는데 세월이 지나서 다시 만나니까 감회가 새롭다. 풋풋했던 그때가 되살아나면서 가족같은 느낌이 들었다. 조정석도 마찬가지다. '관상' 때 너무 호흡이 좋았기에 친동생 같다. 이두삼과 대치되는 역할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주 재미있게 호흡했다. 두 사람의 뛰어난 연기력이 큰 힘이 됐다."

배두나와 조정석 외에도, 이두삼의 인생 역정에 따라 수많은 인물들이 등장한다. 이를 연기하는 새로운 얼굴들을 만나는 재미도 크다.

송강호는 "조정석이 연기한 김인구 검사에게 잡혀서 취조 당하는 쇠파리 역에 이서환이라는 배우가 있다"고 언급하며 "이번에 처음 봤는데 아주 재미있고 유연하게 연기해서 깜짝 놀랐다"고 눈여겨 본 후배를 칭찬하기도 했다.

[Y터뷰] '마약왕' 송강호 "전혀 보지 못했던 송강호를 만나실 겁니다"

한편 송강호는 '마약왕'에 대해, 연기적으로도 도전이었을 뿐 아니라 구성이나 연출에 있어서도 새로운 시도였다고 평했다. 때문에 "낯설수도 있고 익숙함에 대한 배반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새롭게 받아들이는 관객도 계시는데, 당혹감을 느낄 수도 있다"라고 설명하기도. 하지만 "다양성이라는 측면에서 우민호 감독에게 박수를 쳐주고 싶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또 "물론 호불호가 생길 수는 있다는 생각은 들지만 새로움이라는 측면에 무게 중심을 둔다면 흥미로운 작품이 될 수 있다고 본다. 부정적인 호불호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거듭 강조하며 "제가 처음 생각한 거보다 훨씬 잘 구현됐다고 생각한다. 깊고 세고 강력하게 구현이 되지 않았나 싶다"라고 작품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천만 배우' 송강호이기에 '마약왕'의 놀라운 연기도 가능했다 싶었다. 하지만 어쩌면 그가 '마약왕' 같은 실험작과 이두삼 같은 파격 캐릭터에 도전을 주저 않는 배우이기에, 세 번이나 천만 관객을 불러들인게 아닐까.

"좋은 성적과 좋은 결과를 내놓아야 한다는 부담이 없다면 거짓말이겠다. 그런 부담에서 자유로워지려고 무척 애를 쓴다. 작품 선택이나 연기의 방향에 있어서 꼭 결과에만 목표를 두진 않는다. 단지 목표가 있다면, 나태하지 않은 모습으로 새 작품에 임하는 것, 결과를 떠나 새로운 도전을 하는 것. 다행히 결과까지 좋으면 너무 좋겠지만, 세상사가 꼭 그렇지만은 않을 수도 있다. 그럼 또 겸허히 받아들여야 하는 거고. '천만 배우'란 수식어보다는, 관객에게 새로움을 주기 위해 늘 도전하고 노력하는 배우란 얘기를 듣고 싶다."

YTN star 최보란 기자(ran613@ytnplus.co.kr)
[사진제공 = 쇼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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