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터뷰①]조세현 작가 "'천사들의 편지' 마무리…4년 뒤 재회의 사진전 열고파"

[Y터뷰①]조세현 작가 "'천사들의 편지' 마무리…4년 뒤 재회의 사진전 열고파"

2018.11.24. 오전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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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터뷰①]조세현 작가 "'천사들의 편지' 마무리…4년 뒤 재회의 사진전 열고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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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고 하는데, 강산이 한 번 변하고 6년이 더 흐를 만큼의 긴 시간이다. 조세현 작가(60)가 올해 전시회를 마지막으로, 지난 16년간 이어온 '천사들의 편지' 캠페인을 마무리한다.

조세현 작가와 대한사회복지회가 2003년부터 진행해온 '천사들의 편지' 캠페인은 국내 입양 인식을 개선하고 입양 문화를 확산하는데 공헌했다. 한 예로, 2006년 보건복지부는 5월 11일을 입양의 날로 제정했다.

성공적인 캠페인을 이어왔지만, 마지막에 대한 아쉬움은 남을 수밖에 없을 터. YTN Star는 지난 22일 '천사들의 마지막 편지'가 전시되고 있는 서울 종로구 관훈동 인사아트센터에서 조세현 작가와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Y터뷰①]조세현 작가 "'천사들의 편지' 마무리…4년 뒤 재회의 사진전 열고파"

◆사회복지사의 전화 한 통으로 시작한 촬영

조세현 작가는 중동고, 중앙대 사진학과를 졸업했다. 전지현, 김민희 등 톱스타를 모델로 발탁해 데뷔시킨 일화는 유명하다. 이렇듯 스타들이 사랑하는 작가가 아이들의 사진을 찍기 시작한 건 사회복지사의 전화 한 통 때문이었다.

"16년 전 알던 사회복지사 분의 연락을 받았어요. 제가 인물 사진을 찍다보니, 아기의 백일사진을 찍어달라고 부탁하시더라고요. 3개월에서 5개월 즈음의 아기가 가정에 입양됐을 때 가장 적응이 자연스럽게 된다고 하더라고요."

당시 촬영했던 아기가 설이. 조세현 작가는 촬영 후 설이가 입양됐단 소식을 듣고 기뻐했지만, 이후 충격적인 소식을 듣게 된다. 설이에게 시각장애가 있다는 사실이 뒤늦게 발견됐고, 입양 가정에서 파양된 것.

"'이러면 안 되겠다, 다시 입양되도록 도와줘야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예정에 없던 캠페인이었는데 설이가 일회성으로 끝나면 안 되는 이유를 만들어줬죠. 그다음 해부터는 자발적으로 시작해 벌써 10년 넘는 시간이 흘렀어요."

전시회가 진행 중인 갤러리에는 아기를 품에 안은 스타들의 흑백 사진으로 빼곡했다. 그중 기자의 눈에 띈 사진이 있었다. 2004년 배우 권상우가 상진이란 이름의 아기를 안고 찍은 사진으로, 아기의 배에 세로로 긴 상처가 있었다.

"흑백사진은 사실 상진이가 계기가 됐어요. 태어나는 아이들이 다 건강한 게 아니고, 심장병을 가진 아이는 온몸이 새파랗죠. 컬러로 찍으면 파란색이에요. 아픔을 다 보여줄 필요는 없잖아요. 평등을 생각하며 흑백으로 찍게 된 거죠."

[Y터뷰①]조세현 작가 "'천사들의 편지' 마무리…4년 뒤 재회의 사진전 열고파"

◆"티파니, 이병헌 이민정 부부 기억에 남아"

16년이란 긴 시간 동안 이 캠페인에 참여한 스타는 총354명, 아이들은 348명이다. 수많은 이들과 함께 작업한 만큼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도 많을 터. 조세현 작가는 "1박 2일 동안 얘기해도 다 못할 것"이라며 곰곰이 기억을 되짚었다.

"기억에 남는 일 많은데…티파니가 기억에 남아요. 아기들은 생리적인 본능을 참지 못하기 때문에 촬영할 때 똥오줌을 싸서 저도 당황할 때가 있거든요. 근데 '아기들 똥오줌은 약이 돼요. 괜찮아요' 하면서 옷 갈아입고 오더라고요."

그런가 하면 조세현 작가의 사진전에 함께 하면서 사랑을 키운 스타도 있다. 바로 이병헌 이민정 부부. 이제는 한 아이의 부모가 된 두 사람은 지난 2010년 사진 모델로 출연하면서 깊은 인연으로 발전했다.

"그 해 촬영 때 병헌이가 3시, 민정이가 2시 촬영이었어요. 그날 민정이와 촬영하는 아기 컨디션이 안 좋아서 늦게 시작했는데 다음 모델인 병헌이가 일찍 왔더라고요. 그래서 두 사람이 촬영장에서 만나게 된거죠."

너무 타이트하게 촬영을 잡았던 것 아니냐는 기자의 말에 조세현 작가는 손사래를 쳤다. 아기들 촬영은 오래 할 수 없다는 것. 어떻게 하면 아기들을 놀라게 하지 않으면서 촬영을 시작하는지 설명하는 그의 눈에 아기들을 향한 애정이 가득했다.

"아기들과의 작업은 10분~15분 안에 끝내야 해요. 오래 할 수가 없어요. 인물 사진 빨리 찍는 비결이라면…마음만 통하면 아무 문제가 없을 것 같아요. 오래 찍는다고 무조건 좋은 사진이 나오진 않아요. 진이 빠질 뿐이죠."

[Y터뷰①]조세현 작가 "'천사들의 편지' 마무리…4년 뒤 재회의 사진전 열고파"

◆"4년 뒤면 20주년…재회의 사진전 열고파"

빠른 시간 안에 촬영을 마치는 작가로 유명하지만, 올해 촬영 때는 이례적인 상황을 겪었다. 배우 정우성, '워너원' 강다니엘이 참여한 올해 사진전 촬영은 아기들의 컨디션 난조로 꽤 긴 시간이 걸렸다고.

"이번 작업은 너무 오래 걸렸어요. 10년 넘는 시간 동안 이렇게 힘들게 한 적이 없었는데, 이번엔 아기들이 잘 때까지 한 텀을 쉬었죠. 그 바쁜 사람들이 2시간을 기다렸어요. 마치 저한테 끝내지 말라는 것 같기도 했어요."

그런가 하면 정우성과 강다니엘은 선한 영향력을 갖고, 올해 활발한 활동을 펼쳤기에 마지막 작업을 함께 하게 됐다고. 정우성은 워낙 친분이 두터운 스타고, 첫 작업을 함께 한 강다니엘에 대해서는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기자님도 아시겠지만, 강다니엘 굉장히 나이스하죠? 너무 밝고 좋았어요. 조카가 있어서 많이 안아봤다고 걱정하지 말라면서 저를 안심시키더라고요. 강다니엘과 함께 촬영한 아기는 입양이 결정돼서 더욱 기쁩니다."

촬영을 함께 한 아기들과는 지속적인 교류가 이어지고 있다. 국내는 물론이고, 미국에 있는 아기의 입양 가정을 여러 차례 방문했다. 16년을 마지막으로 전시회를 마치지만, 아기들에 대한 애정을 바탕으로 조 작가는 다음을 기약했다.

"해마다 많은 천사들을 만났는데, 조금 더 욕심은 있어요. 4년 뒤에 다시 만나게 해주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그때 되면 20년 전에 찍은 아이는 스무살 어른이 되어 있을 거잖아요. 얼마나 재미있겠어요. 그때가 기다려집니다."

한편 조세현 사랑의 사진전 '천사들의 마지막 편지'는 오는 26일까지 서울 종로구 관훈동 인사아트센터 내에서 전시된다.

YTN Star 강내리 기자 (nrk@ytnplus.co.kr)
[사진 = YTN Star 김태욱 기자 (twk557@ytnpl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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