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터뷰①] 신비주의 벗다...이나영, 6년 만의 외출

[Y터뷰①] 신비주의 벗다...이나영, 6년 만의 외출

2018.11.19. 오전 08:00
댓글
글자크기설정
인쇄하기
[Y터뷰①] 신비주의 벗다...이나영, 6년 만의 외출
AD
"얼굴에 삶이 담긴다고 하잖아요. 눈동자에도 담겼다고 생각해요. 이번 작품에서는 감정을 표현할 것이 눈동자밖에 없어서 더 노력했죠."

배우 이나영이 유달리 까맣고 큰 눈동자를 껌뻑이며 이같이 말했다. 이나영이 '하울링'(2012) 이후 6년 만에 돌아왔다. 원빈과의 결혼 그리고 출산이라는 삶에서 중요하면서도 크나큰 과정을 겪었던 그 인만큼 궁금증이 쏟아질 수밖에 없었다. 왜 6년이라는 시간이 걸렸고, 그간의 삶은 어땠는지 말이다.

영화 '뷰티풀 데이즈'(감독 윤재호, 제작 페퍼민트앤컴퍼니) 개봉을 앞두고 만난 이나영은 "전 느린 듯 빠르다"며 "시나리오를 읽으면서 출연을 확신했다. 결정은 느린데 '이거다'하면 일을 빠르게 진행한다. 윤재호 감독님의 다큐멘터리 '마담B'를 보고 본인의 메시지가 있을 거라는 생각에 만나서 구체적인 걸 물어봤다"고 출연 당시를 돌이켰다.

[Y터뷰①] 신비주의 벗다...이나영, 6년 만의 외출

신비주의. 이나영을 대표하는 수식어일 테다. 그도 그럴 것이 작품 출연이 잦은 것도 아니었고 나이가 들어도 변치 않은 외모, 원빈과의 비밀스러운 결혼 등 그에 대한 대중의 궁금증은 이나영을 신비주의 연예인으로 만들었다.

그렇지만 실제로 마주 앉은 이나영은 신비주의와는 거리가 멀었다. 민낯에 검은색 스웨터 차림으로 등장한 이나영은 그 자체로도 아우라가 있었지만 소탈했고, 거리낌이 없었다. "저는 단순하다. 신비주의 이미지는 정말 모르겠다"고 웃었다.

'뷰티풀 데이즈'는 아픈 과거를 지닌 채 한국에서 살아가는 여자(이나영)와 14년 만에 그를 찾아 중국에서 온 아들 젠첸(장동윤), 그리고 마침내 밝혀지는 여자의 숨겨진 진실에 관한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이나영은 작품 속에서 10대 중후반, 20대, 30대 세 연령대의 모습은 물론 연변어, 중국어, 현재의 서울말 등 다양한 모습을 보여줬다.

[Y터뷰①] 신비주의 벗다...이나영, 6년 만의 외출

"10대는 말 그대로 소녀로 접근했어요. 그렇지만 탈북했을 때 감당할 수 없는 일을 겪었죠. 다양한 사건을 겪은 20대는 동물적이라고 생각했어요. 현재는 그 모든 걸 다 겪어낸 엄마가 있고요. 현재의 엄마는 감정을 표현하는 게 안 어울리더라고요. 오랜만에 아들을 만났는데도 표정이 없어요. 미안함이나 죄책감을 굳이 표현하지 않아도 될 거 같은 느낌이었죠. 그래서 연기하면서 많이 걷어냈습니다."

극 중 이나영의 이름은 없다. 그저 엄마다. 여자와 엄마로 겪는 무거운 감정의 변화가 절절했다. 이나영은 모진 세월의 풍파를 겪은 젊은 시절부터 덤덤하게 본인의 삶을 살아가는 여자의 모습을 다채롭게 표현했다.

"'뷰티풀 데이즈'는 끝나고도 한 번 더 생각할 수 있는 영화인 거 같아요. 그런 영화가 됐으면 하는 바람으로 연기했고요. 이런 시나리오가 많이 나와서 관객들도 익숙해지면 좋겠더라고요. 정말 좋아서 촬영했거든요."

[Y터뷰①] 신비주의 벗다...이나영, 6년 만의 외출

민낯에 촌스러운 옷을 입어도 마치 화보 속 한 장면처럼 보이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이나영은 헤어스타일부터 의상까지 직접 준비했다. 그는 "제가 연기하는 캐릭터가 어떤 옷을 입는지, 어떤 가방을 메는지, 어떻게 걸어가는지가 너무 궁금하다"며 캐릭터의 외향에 공을 들이는 이유를 설명했다.

"연기할 때 저 스스로 재미를 찾아가려고 합니다. 저 자신을 자극하죠. 쉽게 해왔던 건 하지 않으려고 해요. 왠지 모르게 저 자신을 꼬는 거 같아요.(웃음)"

이나영은 2015년 5월 원빈과 결혼 후 그해 11월 출산했다. 아내, 엄마로서의 삶을 살아왔던 이나영인 만큼 일을 할 때 달라진 점이 있을지 궁금했다. 그는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면서 "'뷰티풀 데이즈' 속 엄마의 삶은 워낙에 굴곡졌다. 내 감정을 이입할 수 없을 정도의 시나리오였지만 아무래도 (엄마가 됐으니까) 머리가 반응하기 전에 마음으로 느낀 것이 있었을 것"이라고 여운을 남겼다.

[Y터뷰①] 신비주의 벗다...이나영, 6년 만의 외출

"작품을 선택하는 정확한 기준은 잘 모르겠어요. 예전에는 몇몇 신(scene)들에 꽂혀서 선택하기도 했죠. 이번 작품은 강아지의 목덜미를 던지는, 중국에서의 삶을 연기해 보고 싶은 마음이 컸어요. 뚜렷한 선택 기준은 없는 거 같네요. 하하."

작품 출연이 잦은 건 아니었지만 대중들이 그를 잊지 못한 건 작품 속 그만의 독특한 분위기 때문이다. 드라마 '네 멋대로 해라' '아일랜드' 영화 '후 아 유' '아는 여자'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등 이나영은 다수의 대표작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나영은 "아직 인생작은 못 만난 거 같다"며 "앞으로를 기대해보자"고 활짝 웃었다. "늘 최선을 다했다. 딱히 이것이 나의 대표작이라고 불릴 만한 것은 없다"며 "앞으로 조금 더 자연스럽고, 제약을 두지 않는 작품으로 대중들을 찾고 싶다"고 털어놨다.

YTN Star 조현주 기자(jhjdhe@ytnplus.co.kr)
[사진제공=페퍼민트앤컴퍼니]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