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터뷰①] "침 뱉고 욕하고"...한지민의 이면을 마주하다

[Y터뷰①] "침 뱉고 욕하고"...한지민의 이면을 마주하다

2018.10.14. 오전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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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터뷰①] "침 뱉고 욕하고"...한지민의 이면을 마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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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학대를 다룬 이 시나리오가 영화화됐으면 좋겠더라고요. 내가 '잘 해낼 수 있을까?' 하는 이성적인 생각은 나중에야 들었죠. 영화 속 상처받은 두 사람을 안아주고 싶다는 마음이 우선이었습니다."

영화 '미쓰백'에 우리가 아는 한지민은 없었다. 세상에 비극을 온몸으로 겪으며 지독하게 상처받은 사람 백상아가 오롯이 남았다. 기존의 사랑스럽고 단아한 이미지는 온데간데 없다. 초롱초롱한 두 눈은 어느새 거칠고 날 선의 그것으로 변해 있었으니.

[Y터뷰①] "침 뱉고 욕하고"...한지민의 이면을 마주하다

11일 개봉한 '미쓰백'에서 한지민이 맡은 역할은 스스로를 지키려다 전과자가 된 후 미쓰백이라는 가명 뒤에 살아가는 여성 백상아다. 세상과 담을 쌓고 살던 그는 학대를 당하고 거리로 쫓겨난, 자신과 똑 닮은 소녀 지은(김시아)을 만나 본능적으로 손을 내민다.

영화 개봉을 앞두고 진행한 인터뷰에서 한지민은 "시나리오를 읽고 남다른 감정을 느꼈다"며 선택한 이유를 설명했다. 배우로서 대대적인 변신이 필요한 역할이었지만 두려움보다 이 시나리오가 영화화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앞섰다고. 덕분에 결정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단다.

[Y터뷰①] "침 뱉고 욕하고"...한지민의 이면을 마주하다

막상 시작한 촬영은 쉽지 않았다. 영화의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한지민은 곧 미쓰백, 백상아 그 자체가 되어야 했다. 이를 위해 캐릭터의 전사(前事)를 만드는 작업에 특별히 공을 들였다. "제 기존 이미지 때문에 관객이 몰입할 수 없다면 이 영화는 실패라 생각했다"며 "시나리오에 없는 백상아의 과거를 고민하며 인물을 만들었다"고 덧붙여 말했다.

"매 순간 상아의 감정을 깊게 파고들었어요. 기구한 사연을 읽다 '세상을 살고 싶지 않았겠다'라는 생각까지 들었죠. 이런 삶을 살아온 상아는 누군가의 눈조차 바라보기 어려울 것 같더라고요. 늘 삐딱한 시선부터 몸짓과 손짓 하나까지 하나하나 신경 썼습니다."

파격적인 외적 변화도 고민의 연장선이었다. 전시적 효과가 아닌 명분 있는 변신이 되길 바랐다. 늘 담배를 입에 물고 쪼그려 앉아 거침없이 욕설을 내뱉는 백상아의 '센 모습'엔 분명 사연이 있었다.

"작은 체구의 백상아가 홀로 세상에 맞서, 마치 '나 건들지 마'라고 외치는 듯한 모습을 표현하고 싶었어요. 매끈하기보다 거친 피부에 짧고 헝클어진 탈색 머리, 짙은 립스틱, 가죽 치마까지. 강렬한 스타일에는 다 이유가 있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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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가짐도 불사했다. 지은의 계모로 출연한 권소현과 거친 몸싸움을 벌이는가 하면 술에 취해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로 한탄하기도 한다. "'그래도 여배우인데'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몸을 던졌다"고 말하자 오히려 "'백상아처럼 안 보이면 어떡하지?' 걱정했는데 다행"이라며 미소 짓는 그다.

"여배우가 작품 속에서 예쁜 모습을 내려놓으면 '망가짐'이라는 단어를 써주시는 거 같아요. 연기자로서 인물이 처한 상황과 감정 상태에 맞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한 것일 뿐인데도요. 개인적으로 카메라에 내가 '예쁘게 나올까?'를 별로 의식하지 않습니다. 의식하는 순간, 관객도 100% 알아차리고 몰입에도 방해된다고 생각하거든요."

촬영이 끝난 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미쓰백'의 여운은 그에게 짙게 남았다. 스물 여섯 개 남짓한 필모그래피에서도 남다른 의미를 지닌 듯 보였다. 한지민은 "'미쓰백'은 얻은 것도, 잔상도 많이 남는 작품"이라며 말을 이어갔다.

"끝났는데도 주인공 상아와 지은, 두 사람이 염려돼요. 결국 만난 두 사람은 어떻게 잘 살아가고 있을까, 궁금하고.(웃음) 인터뷰에서 그때 이야기를 하면 여전히 울컥하죠. 평소 어른으로서 보호해주지 못했다는 죄책감과 책임감, 가해자에 대한 분노가 컸기 때문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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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민이 '미쓰백'으로 받고 싶은 평가는 대단한 게 아니었다. 그가 영화로부터 느낀 진심이 관객에게도 전달됐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불편한 현실의 아픈 이야기이지만, 바로 내 옆에서 일어날 수도 있는 일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갖고 들여다 봐주길 바라고 있었다.

"들여다보고 관심 두지 않으면 문제는 변하지 않고 계속 반복됩니다. '미쓰백'이 불편한 현실의 아픈 이야기이지만 나도 지은이가 될 수 있고, 내 옆에서 일어날 수도 있는 일입니다. 관객들이 부모 가 된 마음으로 봐주셨으면 합니다."

YTN Star 반서연 기자 (uiopkl22@ytnplus.co.kr)
[사진제공 = 리틀빅픽쳐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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