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터뷰] 마패 삼촌의 갈증...박충선 "다양한 역할 만나고파"

[Y터뷰] 마패 삼촌의 갈증...박충선 "다양한 역할 만나고파"

2018.10.13. 오전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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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터뷰] 마패 삼촌의 갈증...박충선 "다양한 역할 만나고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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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어리에 일한 날짜를 표시해두는 편인데, 노는 기간이 길었어요. 더그아웃 할 때가 많았죠. 그래서 늘 갈증이 커요. 배우는 타석에 서 있어야 하는 거 같아요. 앞으로 선택권이 많아졌으면 합니다."

영화 '명당'(감독 박희곤, 제작 주피터필름)에서 존재감을 뽐낸 배우 박충선이 이러한 바람을 드러냈다. 박충선은 "배우는 현장에 있어야 한다"고 목소리에 힘을 주었다. 그렇지 못한 시간이 많았기에 더욱더 현장이 간절했다. 그런 그에게 '명당'은 기회였다. 작품은 추석 시즌 개봉해 200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다소 아쉬운 성적이다. 박충선 또한 "개인적으로도 공을 많이 들였고 좋은 배역이라 기대가 컸던 것도 사실"이라면서도 "200만 명의 관객들에게 감사하다"고 고마워했다.

박충선이 "태어나서 처음으로 지인들에게 '보라'고 권유한 작품"은 '명당'이 처음이었다. 처음에 제작사인 주피터필름 주필호 대표에게 시나리오를 받고 "이 역을 너무 하고 싶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극 중 박충선은 천재 지관 박재상(조승우)과 같이 땅의 기운을 읽는 지관인 정만인 역을 맡았다. 영화 속 긴장감을 높이는 역할로 세도가인 장동김씨 김좌근(백윤식), 이대천자지지를 노리는 흥선(지성)의 숨은 욕망을 자극한다.

"뒤에서 전체를 조정하는 사람이잖아요. 그런 밀도를 표현하고 싶었죠. 굉장히 잘해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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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할이 확정된 뒤 박충선은 정만인의 당위성을 확보하기 위해 시나리오에 없는 그의 전사를 구축해나갔다. 화면에 나오지 않는 정만인의 어린 시절과 그로 인한 트라우마, 세계관 등을 꼼꼼하게 만들었다. 박충선은 "김좌근이 능구렁이라면 정만인은 독사 같은 인물"이라며 "긁는 소리가 나는 목소리로 관객들이 기분 나쁘게 빠져들길 바랐다"고 했다.

그는 "목소리도 지금의 내 톤이 아니라 싹 스며드는 소리를 내기 위해 집중했다. 웃음소리, 눈빛 등도 연구했다. 중학교 3학년 아들이 내가 웃을 때마다 매번 놀라더라"고 미소 지으며 "5kg을 감량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눈에 힘이 들어갔다"고 이야기했다.

"그동안 소시민적인 역할을 많이 했어요. 그래서 정만인 역할이 더 소중했죠. 흔히 말하는 인생 캐릭터, 그런 건 아니지만 절차탁마해서 준비했습니다. 제 안에 있는 것을 하나씩 끄집어내서 버무렸죠. 앞으로 배역이 다양해지고 현장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습니다. 안 해본 배역이 정말 많거든요. 한 게 별로 없는 거 같아요. 그런 갈증이 연기자로서 저를 살게끔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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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충선은 처음부터 연기자를 꿈꾸지 않았다. 국어국문학을 전공했던 그는 연극 동아리 활동을 계기로 연기자에 대한 꿈을 키웠다. 군대에서 자신의 꿈을 확정한 그는 제대한 뒤 스물여섯의 나이로 중앙대학교 연극영화과에 입학했다. 그는 "이범수, 임호가 학교 동기다. 나이가 많다 보니까 극단도 못 들어갔다. 이리저리 떠돌아다니면서 공연을 했다"라고 당시를 떠올렸다.

그러다 박충선은 1989년 주연으로 '오! 꿈의 나라'로 영화 작업에 참여했다. 공연만 해왔다. 영화 출연은 꿈꿔본 적이 없었던 그였지만 "'오! 꿈의 나라'로 카메라를 처음 접했는데 너무 재밌었다. 영화의 매력을 느꼈다. 영화배우는 특별한 사람이 하는 거로 생각했는데 그 작품을 통해 마음가짐이 달라졌다"라고 말했다.

그렇게 단역과 조연을 오가며 영화계에서 활약했다. 어린이 드라마 등에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아직도 '매직키드 마수리' 속 마패 삼촌으로 그를 기억하는 사람들도 많다.

"여전히 마패를 기억하면서 반갑게 악수를 권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15년의 세월이 지난 만큼 새로운 모습을 자주 보여드리고 싶은데 그렇지 못했죠. 요즘 '매직키드 마수리' 팬들을 만나면 얼마나 고마운지 모르겠어요. 당시에는 몰랐는데 팬클럽도 있었다고 하더라고요. 지금은 그들에게 빚을 진 느낌이에요. 좋은 연기로 인사를 드리고 싶다는 생각이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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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당'은 박충선의 바람에 어느 정도 일조를 한 작품이 됐다. '명당'을 보고 난 뒤 박충선이라는 이름을 다시 검색했다는 이야기가 속속 들려왔기 때문. "힘들 때는 스스로 다독여줄 때가 많다. 재주도 없는 놈이 여기까지 오느라 고생이 많았다"고 말한 그는 지치지 않고 여전히 자신을 보여줄 작품을 찾고 있었다.

"대단하지 않더라도 부끄럽지 않은 작품을 하고 싶어요. 저에게 선택권이 많이 주어지지는 않지만, 그 안에서 좋은 작품을 만나길 늘 바라고 있어요. 새로운 맛이 나는 배역이 있다면 언제든 도전할 준비가 돼 있거든요."

YTN Star 조현주 기자(jhjdhe@ytnplus.co.kr)
[사진제공=메가박스중앙 플러스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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