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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희와 녹양' 안주영 감독, 소년과 소녀를 위해 (인터뷰)
 '보희와 녹양' 안주영 감독, 소년과 소녀를 위해 (인터뷰)
Posted : 2018-10-12 08:40
보희와 녹양. 심상치 않은 이름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이 영화, 사랑스럽다. 소심한 소년, 대담한 소녀의 이야기가 입가에 미소를 짓게 한다. 청량한 기운이 극을 감싼다. 아빠를 찾는 소년의 여정을 함께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자신의 10대를 만날지도 모르겠다.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이하 부국제) 한국영화의 오늘_비전 부문에 초청돼 관객들을 만나고 있는 영화 '보희와 녹양'(감독 안주영)이다.

'보희와 녹양'은 소년 보희(안지호)가 아빠를 찾는 과정에서 다양한 인물들을 만나는 작품이다. 보희 옆에는 소녀 녹양(김주아)이 있다. 보희와 녹양의 성격은 정반대다. 보희는 이름 때문에 놀림을 당하지만, 꾹 참는다. 녹양이 대신 분노한다. 입가가 축 늘어지고 말도 느리게 하는 보희와 달리 녹양은 말도 빠르고, 씩씩하다.

엄마와 둘이 사는 보희는 죽은 줄만 알았던 아빠가 죽지 않았다는 걸 알게 된다. 그리고 녹양과 함께 아빠를 찾기로 한다. 그 과정서 사촌 누나, 사촌 누나의 남자친구, 아빠의 친구들까지 만나게 된다. 아빠를 찾는 여정을 통해 보희와 녹양은 한 뼘 자라난다.

 '보희와 녹양' 안주영 감독, 소년과 소녀를 위해 (인터뷰)

안주영 감독은 한국영화아카데미 32기 졸업생이다. 2016년 졸업했다. '옆구르기'(2014) '할머니와 돼지머리'(2016) 등 단편을 연출했다. '보희와 녹양'은 그의 첫 장편 연출작이다.

'보희와 녹양'은 안주영 감독이 예전부터 구상한 작품이었단다. 한국영화아카데미에서 정규과정을 졸업한 학생을 대상으로 장편 과정을 모집했고 고민을 하다가 낸 시나리오였다. 안주영 감독은 "하고 싶은 얘기 중 하나였다. 아이들의 외로움을 그리고 싶었는데, 무리에 완전히 잘 섞인 친구들이 아니라 보희와 녹양처럼 조금은 다른 친구들"이라며 "서사가 너무 뚜렷하지 않고 대중적인 느낌이 없어서 지금이 아니면 못 찍으리라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첫 장편 영화로 부국제에 초청받은 그는 "너무 좋다. 영화제에 오지 않으면 홍보 기회가 많지 않고 배급하기도 힘든데, 이렇게 큰 영화제에 와서 관객들을 만날 수 있어서 기쁘다"고 고백했다.

"관객들이랑 같이 영화를 봤어요. 영화를 볼 때 생각보다 많이 웃으셔서 놀랐죠. '왜 이런 장면에서 웃지?'라는 생각도 들었고요. 제가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더 좋았습니다."

 '보희와 녹양' 안주영 감독, 소년과 소녀를 위해 (인터뷰)

각각 보희와 녹양으로 연기를 펼친 안지호와 김주아는 극 속에서 반짝거린다. 마치 진짜 보희와 녹양처럼 티격태격하다 서로를 의지하고 힘이 되어준다. 안 감독은 "정말 운이 좋았다"고 웃었다.

"이 친구들 자체가 캐릭터 같은 면을 가지고 있었어요. 지호는 다른 영화에서 보고 한번 만나 보고 싶었는데 실제 보희랑 비슷해서 크게 고민을 안 하고 캐스팅했죠. 녹양 캐릭터는 오디션을 몇 명 봤는데 주아가 당차고 똑 부러진 성격을 지녔더라고요. 큰 고민 없었습니다."

'보희와 녹양'이라는 제목에 대해서는 "너무 어려워서 제목으로 좋지 않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다른 제목을 엄청나게 고민했다"면서도 "추상적인 제목보다 아이들에 관한 영화니까 아이들 이름으로 가는 게 좋지 않을까 싶었다"고 밝혔다.

보희와 녹양만큼이나 사촌 누나의 남자친구 성욱으로 나오는 서현우의 존재감도 만만치 않다. 무서워 보이는 첫인상과 달리 순박하고 아이들을 위하는 성욱은 서현우를 만나서 한층 더 생생하게 살아났다.

"연기를 잘한다는 건 잘 알고 있었어요. 시나리오상에서 성욱은 덩치가 크고 수염이 있고, 산적 같은 얼굴이라고 쓰여 있거든요. 그런데 그걸 보고 '제가 몸이 정말 하얗다'고 말하더라고요. 그러면서 감독님이 원하는 느낌이 안 날 수도 있다고 했는데, 이게 거절인지 아닌지 잘 모르겠더라고요.(웃음) 결국 같이하기로 해서 두말할 필요 없이 좋았죠."

 '보희와 녹양' 안주영 감독, 소년과 소녀를 위해 (인터뷰)

보희와 녹양의 사연은 서글프다. 보희에게는 아빠가 없고 녹양에게는 엄마가 없다. 같이 다니는 두 사람을 반 친구들은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본다. 그렇지만 10대들의 에너지가 파릇파릇하게 그려진다. 두 사람을 둘러싼 어른들도 착하다. 안 감독은 "아이들을 괴롭히고 싶지 않았다. 캐릭터 자체에 충분히 아픔이 있다"며 극을 밝게 유지한 이유를 말했다.

"'보희와 녹양'은 관객들이 편하고 재밌게 볼 수 있는 독립영화가 아닐까 해요. 보고 나서 '나한테도 이런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거나 유년 시절을 떠올릴 수 있는 작품이 되어도 좋을 거 같아요."

안주영 감독은 영화 연출에 늦게 입문했다. 막연하게 영화를 좋아했지만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몰랐단다. 그는 "대학교도 영화와 관련 없는 과를 나왔다. 영화제 쪽 일을 하다가 뒤늦게 대학원에서 영화를 전공하고 한국영화아카데미에 들어갔다"고 했다.

"그때부터 쉬는 시간 없이 계속 달렸어요. 무조건 찍고 썼죠. 빈 시간이 없었어요. 시간이 지나가는 것도 인식을 못 했어요. 방황하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시간에서 제가 할 수 있는 건 계속해서 영화를 만드는 일뿐이었어요."

안주영 감독의 다음 목표를 물으니 "장르 영화를 찍고 싶다"고 답했다. 대신 지금 시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영화는 아니란다. 그는 "'보희와 녹양'도 어쩌면 뻔하고 전형적인 서사를 지니고 있지만, 캐릭터에 변화를 줬다. 다음 작품도 그렇게 변주를 줘서 찍어보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부산=YTN Star 조현주 기자(jhjdhe@ytnplus.co.kr)
[사진제공=부산국제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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