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rd BIFF] '뷰티풀데이즈' 윤재호 감독 "고향에 개막작으로, 영광" (인터뷰②)

[23rd BIFF] '뷰티풀데이즈' 윤재호 감독 "고향에 개막작으로, 영광" (인터뷰②)

2018.10.11. 오전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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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rd BIFF] '뷰티풀데이즈' 윤재호 감독 "고향에 개막작으로, 영광" (인터뷰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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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재호 감독은 단편 '약속'(2010)을 시작으로 다큐멘터리 '북한인들을 찾아서'(2012), 단편 '히치하이커'(2016), 다큐멘터리 '마담B'(2018) 그리고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이하 부국제) 개막작으로 선정된 '뷰티풀 데이즈'까지, 분단과 탈북자 등에 대한 이야기를 오랜 시간 다뤄왔다. 프랑스 파리의 민박집을 하던 조선족 엄마와의 인연이 시작이었다. 그것이 실사 장편영화로까지 이어진 것이다.

'뷰티풀 데이즈'는 중국 조선족 대학생 젠첸(장동윤)이 병든 아버지의 부탁으로 한국에 있는 엄마(이나영)를 찾아가는 내용이다. 조선족 가족을 버리고 한국으로 도망간 엄마와 그런 엄마를 미워하던 아들의 16년 만의 재회를 통해 분단국가의 혼란과 상처를 그린다. 고향인 부산에 본인의 영화를 들고 온 윤재호 감독은 "엄청난 영광"이라며 기쁜 마음을 드러냈다. 그러면서도 관객들이 '뷰티풀 데이즈'를 "어렵지 않게 느끼기 위해 노력을 했다"며 긴장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23rd BIFF] '뷰티풀데이즈' 윤재호 감독 "고향에 개막작으로, 영광" (인터뷰②)

Q. '뷰티풀 데이즈'가 부국제에 개막작으로 선정된 소감은?
윤재호 감독(이하 윤) : 정말 좋다. 인생에 한 번 올까 말까 한 영광이지 않나. 제가 태어난 고향에 작품을 들고 왔는데, 그럴 줄 몰랐다. 작은 영화를 선정해줘서 감사하다.

Q. 가족들의 반응은?
윤: 아버지, 누나, 조카가 영화를 보러 왔다. 다들 좋아했다. 아버지는 영화에 잠깐 출연한다. 극 초반에 바(bar) 장면이 있는데 특별출연했다.(웃음) 옛날에 영화배우가 꿈이었는데 키가 작아서 꿈을 접었다고 하더라. 찍으러 오겠냐고 했는데 멀리서 왔다. 영화를 보고 '왜 이렇게 조금 나오나~'라고 했는데 감미롭더라. 누나도 마지막에 눈물을 흘렸다고 하더라. 조카의 반응은 걱정했다. 이해할 수 있을까 싶었는데 다행히 조카가 이해했다고 하더라.

Q: 영화 제작 과정을 설명해준다면?
윤: 시작은 2011년도다. 그때 기획했고 시나리오 완성은 2016년도에 했다. 그 전에 제작자들과 미팅도 몇 번 했는데 현 제작자인 페퍼민트앤컴퍼니 김현우 대표님이 시나리오를 좋게 봐줘서 함께 하기로 했다. 이나영 선배님께 캐스팅 제안을 했고 흔쾌히 하자고 했다. 개인적으로 5년이 넘는 시간을 준비했는데 캐스팅하고 투자받고 촬영하는 시간은 약 한 달 반, 촬영으로 치면 15회차 정도밖에 안 됐다. 굉장히 집중해야 하는, 실수하면 안 되는 현장이라서 1분 1초를 소중하게 생각하고 준비했다. 배우들이 모니터링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서로서로를 믿고 굉장히 빠르게 돌아가는 시스템이었다.

[23rd BIFF] '뷰티풀데이즈' 윤재호 감독 "고향에 개막작으로, 영광" (인터뷰②)

Q: 분단, 탈북자 등 한 주제에 대해 꽤나 오랜 시간 심도 있게 그려내고 있다. 이유가 있는가?
윤: '약속'이라는 단편을 만들 때 파리의 민박집에서 일하는 조선족 아주머니와 친해졌다. 자연스럽게 그 아주머니의 사연에 관심이 많아졌다. 중국에 아들을 두고 오랜 시간 보지 못했는데 제가 직접 만나러 갔다. 그곳에서 탈북하신 분들과 연결이 됐다. 중국에서 활동하는 브로커를 알게 됐다. 그렇게 가족이라는 테마 속에 분단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저 역시 분단 이후에 태어난 세대로 그것과 떼려야 뗄 수 없다고 본다. 분단이 제가 원해서 된 것이 아니듯이 가족도 우리가 원하는 대로 구성된 것은 아니다. 그런 것에 대한 질문을 던지면서 여기까지 왔다.

Q: 굉장히 느린 호흡의 작품이다. 연출적인 의도인가?
윤: 엄마의 이야기는 마치 일기장을 보는 듯한 느낌을 주고 싶었다. 빠르게 가는 것보다 느린 호흡이 좋을 것 같았다. 그러다보니 슬로우를 많이 활용했다. 자비에 돌란 작품을 좋아하는데 사람의 감정과 영화의 분위기에 맞춰 슬로우를 잘 사용하더라. 저 역시도 엔터테인먼트적인 슬로우가 아니라 그런 작품에서 영감을 받아 의미 있는 슬로우를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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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극 중 중국 장면을 다 한국에서 찍었다고 들었다. 정말 감쪽같던데?(웃음)
윤: 중국으로 갈 예산이 안 됐다. 파주에서 대부분 찍었는데 미술 감독님께 '마담B'를 보여줬다. 감독님이 직접 중국에 갔다. 쓰레기통을 뒤져서 한국에 없는 것들을 가져와서 쓸 정도로 대단한 열정을 보여줬다.

Q: 윤재호 감독이 생각하는 가족이란?
윤: 정의될 수 없지 않을까? 가족은 우리가 선택할 수 없다. 피가 섞여서 가족이기도 하지만 남남이 가족이 되는 경우도 있다. 영화에서는 젠첸을 통해 가족에 관해 이야기한다. 엄마의 모든 사연과 자신의 비밀을 알고도 젠첸이 다가갈 수 있을까를 보여준다. 앞으로 나아가느냐, 아니면 아무것도 안 하고 남남으로 살아가느냐. 영화를 통해 전달하고자 한 것은 앞으로 다가가는 것이 쉬워 보이지만 수많은 고통이 따른다는 것이다.

Q; 어떻게 영화 연출을 시작하게 됐나?
윤: 원래는 그림을 했었다. 그러다 스물 때 프랑스로 넘어갔다. 떠나고 싶었다. 한 도시에 살았는데 제집 근처에 예술종합학교가 있었다. 시험을 쳤는데 붙었다. 그 학교에서 영화를 접했다. 영화는 물론 조각, 음악, 그림, 노래, 설치 등 다양한 분야를 공부하는 학생이 있었고 그곳에서 영화를 좋아하는 친구를 만났다. 그 친구 덕에 프랑스 영화를 알게 됐다. 프랑스 고전을 접하면서 영화 역사도 공부했다. 2003년도에 처음 단편을 만들었다. 그렇게 시작을 했다. 그렇게 한 것이 여기까지 온 것이다.

[23rd BIFF] '뷰티풀데이즈' 윤재호 감독 "고향에 개막작으로, 영광" (인터뷰②)

Q: 2003년 시작해서 첫 장편영화가 나오기까지 무려 15년이 걸렸다. 지난 시간을 돌이켜보자면?
윤: 정통으로 영화를 배운 건 아니었다. 직접 부딪치면서 작업을 했다. 단편을 많이 만들었지만, 실패도 많았다. 저조차도 볼 수 없는 작품들도 많다.(웃음) 미친 듯이 만들었던 거 같다. 그렇게 고민도 많이 하다 보니까 여기까지 왔다.

Q: 차기작은?
윤: 김현우 대표님과 호러 영화를 구상하고 있다. 나름 사회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는 작품이 될 거 같다. 요즘 사회는 일등, 최고를 권하지 않나. 최고라는 욕망의 대상을 호러로 만들어 보려고 한다. 그런 대상들을 모았는데 오히려 실망하게 되는 메시지를 담으려 한다.

부산=YTN Star 조현주 기자(jhjdhe@ytnplus.co.kr)
[사진= YTN Star 김태욱 기자(twk557@ytnplus.co.kr),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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