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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진 "소수자 역할, 가짜이고 싶지 않았죠" (인터뷰①)
 이영진 "소수자 역할, 가짜이고 싶지 않았죠" (인터뷰①)
Posted : 2018-10-10 09:30
"섣부르게 예측하거나 단정 짓지 않으려고 했어요. 흔히 저지르는 오류가 있잖아요. 일반화시키지 않았죠."

배우 이영진은 꽤 조심스러운 얼굴이었다.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이하 부국제)에 본인이 주연을 맡은 영화 '계절과 계절 사이'가 한국영화의 오늘_비전 부분에 초청됐다. 부국제 개막식 레드카펫부터 GV(관객과의 대화), 무대인사 등 다채로운 행사를 즐기는 와중에 이영진이 잠깐의 시간을 냈다.

'계절과 계절 사이'는 '부당거래' '범죄와의 전쟁' '베를린' '협녀' '해어화'에 연출부 및 조감으로 참여한 김준식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 극 중 이영진은 연고 없는 지방 도시로 이사를 와 카페를 열고 새 삶을 시작한 해수 역을 맡았다. 해수는 단골 여고생 예진(윤혜리)과 사장과 아르바이트생으로 관계가 발전한다. 예진은 해수와 지낼수록 그에 대한 감정이 진짜임을 깨닫는다. 예진의 고백에 해수는 숨겨왔던 비밀을 고백한다. 해수의 비밀은 예상치 못한 반전이다. 이영진은 파격적인 해수 역할을 섬세하게 연기했다. 그의 비밀이 풀리는 순간 모든 것이 이해가 된다. 득이 될 리 없는 인물을 연기한 이영진의 진심은 무엇이었을까?

"선택의 계기는 아주 개인적이에요. 제 주변에 성소수자 친구들이 많아요. 같이 세상을 살아가는 친구들이죠. 시나리오를 받고 그들의 성장, 사랑, 정체성에 대해 큰 고민 없이 넘겨왔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들이 일상을 지켜내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알지 못했죠. 멀리 있는 존재가 아니기에 그걸 이해하면 제 삶이 더 나아지지 않을까 싶었어요. 개인적인 욕심이 컸어요. 물론 자기반성도 있었죠. 조금 더 이해하고 공감하려는 마음이 컸습니다."

 이영진 "소수자 역할, 가짜이고 싶지 않았죠" (인터뷰①)

성소수자의 이야기인 만큼 접근이 어려웠다. 이영진은 일반화시키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역할을 준비하면서 인터뷰도 하고 그들이 어떤 물리적 변화를 겪는지 공부하면서 해수에 다가갔다. 김준식 감독과 예진 역의 윤혜리와는 한 번 만나면 8시간은 기본으로 대화를 나눴다. 이영진은 해수에 대해 "절제되어있지만, 순간순간 보이는 폭발력이 있는 인물"이라고 말했다.

"해수는 인생의 큰 고비를 넘겼는데 영화에서 설명은 없죠. 단단하고 흐트러짐이 없어요. 절제하려고 했는데 그런에도 속에서 혼자 싸우고 있었겠죠. 배우자를 놓치고 정체성을 버린 해수가 많은 걸 잃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의 입장에서는 본인 것을 지키는 과정이었을 것 같아요. 치열한 전쟁을 해온 사람이죠. 그래서 예진도 이해하고 침착하게 보듬을 수 있지 않았을까요?"

작품은 한국영상대학교 졸업 작품이다. 촬영 환경이 녹록지 않았다. 지난해 겨울 바닷가에서 촬영하다가 동상 초기 증상까지 왔을 정도로 이영진은 혹독한 추위와 싸워야했다. 모든 촬영을 끝내고 "살아남았다"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던 그다. 어려운 작업을 마치고 이영진의 연기는 물론 작품의 진정성에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부국제 남동철 프로그래머는 '계절과 계절 사이'를 초청하며 "가짜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이런 이야기를 담은 영화는 민감할 수밖에 없어요. 요즘엔 더 예민하잖아요. 이 영화를 접했을 때 '가볍게 접근하지 않았구나' 이 정도만 생각해줘도 좋은데, 그것이 저에게 힘든 미션이었습니다. 일반적으로 예측하거나 상상할 수 있는 인물이 아니잖아요. 큰 용기가 필요했어요. 물론 용기를 냈다고 잘 봐달라는 건 아니에요. 잘해도 본전을 찾기가 힘들다는 생각도 했죠. 고생하면서도 놓치고 싶지 않았던 건 가짜로 다가가지 않았다는 거예요. 예산도, 촬영 현장도 미흡했어요. 여유 부릴 수 없었죠. 영화적으로 단점이 있을 수 있지만, 인물만큼은 진정성 있게 보이고 싶었습니다."

부산=YTN Star 조현주 기자(jhjdhe@ytnplus.co.kr)
[사진제공=매니지먼트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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