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미션'①] '태후'→'도깨비'→'미션'...김은숙 로코, 어떻게 계속 새로울까

[굿바이 '미션'①] '태후'→'도깨비'→'미션'...김은숙 로코, 어떻게 계속 새로울까

2018.09.30. 오전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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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미션'①] '태후'→'도깨비'→'미션'...김은숙 로코, 어떻게 계속 새로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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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틱 코미디는 거기서 거기? 김은숙 작가의 로코는 뭔가 다르다.

'로코의 여왕' 김은숙 작가가 오늘(30일) 종영을 앞둔 tvN 토일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으로 또 한 번 자신의 연타석 히트 기록을 경신했다.

2003년 SBS '태양의 남쪽'을 시작으로 방송가에 입문한 김 작가는 2004년 박신양, 김정은 주연의 '파리의 연인', 2005년 전도연, 김주혁, 김민준이 주연한 '프라하의 연인', 2006년 이서진, 김정은 주연의 '연인'에 이르기까지 연인시리즈를 연이어 성공시키며 스타 작가로 자리매김 했다.

[굿바이 '미션'①] '태후'→'도깨비'→'미션'...김은숙 로코, 어떻게 계속 새로울까

이후에도 2008년 이범수, 김하늘, 송윤아, 故 박용하가 주연한 '온에어'와 2009년 김선아, 차승원 주연의 '시티홀'도 호평을 얻으면서 그 입지는 더욱 탄탄해 졌다. 그리고 2010년 최고의 히트작으로 손꼽히는 현빈, 하지원 주연의 '시크릿 가든'으로 '로코의 여왕'으로 우뚝 섰으며, 2012년 장동건의 안방 복귀작으로 화제를 모은 '신사의 품격'에서는 40대 남성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또 한 번 로코의 새 바람을 불러 일으켰다.

그런가하면 2013년에는 이민호와 박신혜가 주연을 맡은 '왕관을 쓰려는 자, 그 무게를 견뎌라 - 상속자들'을 통해 처음으로 하이틴 로맨스를 선보여 눈길을 모았다. 김 작가는 당시 이 같은 도전에 대해 '어른을 위한 하이틴 로맨스'라 표현하며 "제가 제일 잘 하는 것(로맨틱 코미디)을 하고 싶었다. 그러면서도 도전을 더하기 위해 인물들을 10대로 설정했다"고 밝혔다.

그는 "'상속자들'에 온갖 클리셰가 들어있다는 것을 인정한다. 그러나 기존 제 작품들도 클리셰 덩어리였지만 많은 시청자들이 봐 주셨다. 같은 재벌이더라도, 같은 가난한 여주인공이라도 기존 드라마와 다른 행보를 벗어나는 게 드라마를 새롭게 하는 일이고 제가 잘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스스로 한 말처럼, 김 작가는 자신이 가장 잘 하는 로맨틱 코미디 장르의 길을 고수하면서도 매 작품 시청자의 기대를 뛰어 넘었다. 반복되는 구성에도 불구하고 '자가 복제'라는자신의 장점과 새로운 시도를 잘 조화시키기 때문이.다 귀에 쏙쏙 박히는 김은숙표 찰진 대사, 매력적이고 공감 가는 캐릭터는 장르적인 변형 속에서도 힘을 발휘한다.

'태양의 후예'가 최고 시청률 38.8%를 찍고 국내를 넘어 세계 32개국에 판권을 판매하는 기록을 세운 데는 드라마 속 송혜교와 송중기의 로맨스가 주효했다. 하지만 김원석 작가가 쓴 초고에는 이 같은 러브라인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기획자는 지인인 김은숙 작가에게 기획안과 대본을 보여주며 조언을 구했고, 그녀는 로맨스가 추가되면 더욱 시청자의 사랑을 받을 것이라 예감했다.

'상속자들'을 끝내고 새로운 방식의 작업에 갈증이 있었던 김은숙 작가는 "김원석 작가에게 동의를 얻을 수 있다면 동참하고 싶다"는 뜻을 전했고, 그렇게 한국 드라마 사상 보기 힘들었던 클록버스터급 휴먼 멜로 드라마가 탄생하게 됐다. 김은숙 작가의 합류로 '태양의 후예'는 송혜교와 송중기라는 세기의 커플을 탄생 시킨 역대급 로맨스가 더해졌고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굿바이 '미션'①] '태후'→'도깨비'→'미션'...김은숙 로코, 어떻게 계속 새로울까

'태양의 후예'로 만난 이응복 감독과 의기투합한 '도깨비'는 화려한 영상미와 스펙터클한 서사로 기존 김은숙 표 로코를 또 한 번 뛰어 넘었다. 그녀는 도깨비와 저승 사자 같은 한국의 설화 속 인물들을 현대적으로 재창조하고, 여기에 환생이라는 소재를 버무려 색다른 판타지 장르를 개척했다.

'미스터 션샤인' 또한 조선에서의 핍박 받는 삶을 뒤로 하고 미군이 된 유진초이(이병헌 분)와 나라를 위해 총을 꺼내 든 양반댁 애기씨 고애신(김태리 분)이라는 신선한 캐릭터와 이들의 낯선 조합으로 또 한 번 안방극장을 사로잡았다.

특히 실제 역사를 바탕으로 했다는 점에서도 새로운 도전. '미스터 션샤인'은 당초 이완용에서 따 온 것으로 보이는 가상의 인물 이완익을 내세워 드라마를 전개했다. 하지만 이완익을 극 중후반 애신의 손에 예상보다 일찍 죽음을 맞으며 의문을 자아냈고, 이어 이완용을 비롯해 권중현, 이근택, 송병준 등 '을사오적', '정미칠적'으로 불리는 실존 인물등이 등장했다. 이는 역사를 기반으로 한 가상의 스토리로 끝맺지 않고, 아픈 역사를 정면으로 다뤄내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이처럼 자신의 장점을 극대화 시키면서도 끊임없는 변주로 스펙트럼을 넓혀 가고 있는 김은숙 작가의 차기작은 또 어떤 거대한 이야기가 될지 벌써부터 궁금해 진다.

YTN Star 최보란 기자 (ran613@ytnplus.co.kr)
[사진 = 각 방송사, 화앤담픽처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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