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터뷰①] '상류사회' 변혁 감독이 '악플러'에 칼 빼든 까닭

[Y터뷰①] '상류사회' 변혁 감독이 '악플러'에 칼 빼든 까닭

2018.09.05. 오전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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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터뷰①] '상류사회' 변혁 감독이 '악플러'에 칼 빼든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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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 전부터 작품 안팎으로 시끌시끌했다. 배우 수애와 박해일의 만남, 청소년관람불가 등급, 일본 AV(성인물) 배우의 출연으로 화제를 모았다. 여기에 감독 개인적 이슈까지 더해져 연일 영화 '상류사회'에 대해 자극적인 이야기가 쏟아져 나왔다.

9년 만에 신작을 내놓은 감독의 바람이 비단 이것만은 아니었으리라. '인터뷰'(2000)로 데뷔해 '주홍글씨'(2006), '오감도'(2009)를 연출한 변혁 감독은 작품 속에서 인간의 욕망과 에로티시즘에 깊이 천착해왔다. 이 작품 역시 상류사회 진입이 목표인 한 부부를 내세워 그들이 동경하는 세상의 화려함 속 추악함을 거침없이 꺼낸다. 전작에 비해 허위와 위선을 향한 냉소적인 시선이 더 짙고 강렬하게 자리 잡았다.

의도하건, 의도치 않았건 그의 작품은 또 한 번 이슈의 중심에 섰다. 노골적인 정사신, 여성의 대상화를 포함해 '상류사회'를 둘러싼 논란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개봉일에 만난 변혁 감독 역시 영화를 향한 기대와 우려 섞인 시선을 알고 있었다. 다만 영화가 자극적인 일부 장면, 그 자체로만 비치는 것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드러냈다.

[Y터뷰①] '상류사회' 변혁 감독이 '악플러'에 칼 빼든 까닭

Q. 9년 만에 신작이다. 오래 걸린 이유가 있나?
변혁(이하 변): 작품을 하지 않는 동안 영상 인터뷰 작업을 했다. '7천만의 한국인들'이라는 프로젝트인데 올해로 6년째다. 통일 여성 교육 환경, 네가지 주제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외에 공연, 전시, 오페라 연출도 했다. 그러다 '상류사회' 시나리오 썼고 연출까지 맡게 됐다. (남들은 모르지만) 9년간 굉장히 바빴다. (웃음)

Q. 바쁜 와중 왜 '상류사회' 시나리오를 썼나?
변: '이 시대에 사는 우리는 왜 이렇게 열심히 뛰어갈까'가 궁금했다. 절박하게 공부해서 대학 가고, 취직하는데 취업해도 열심히 살더라. 기성 세대도 예외는 아니다. '쉬어야지' 해도 아침에 일본어 배우고 퇴근 후 수영 다녀오고 난리다. 늘 자기보다 한 단계 높은 곳을 향해 나아가려 하지 않나.

영화 역시 다음 단계, 상류사회에 오르고자 하는 이들의 욕망을 다룬다. 그런데 이 욕망이라는 게 흥미롭다. 욕심있는 삶이 좋다고 장려하다가도 탐욕이라고 비판받는 것도 한순간이다. 영화는 묻는다. 어디까지 긍정적인 에너지고 어디서부터 비난받을 탐욕인지, 그 선과 기준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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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경험에서 나온 문제의식일까?
변: 그렇다. 나도 아무것도 안 하고 있으면 '너 뭐하니?' 라는 질문을 받는다. 나이가 들면서 좀 덜하지만 그런 질문을 받았을 때 (나 역시) 많이 좌절한다. 아마도 이런 좌절이 쌓이면 피해의식과 분노로 드러나는 것 같다. 요즘에 (사회에 퍼진) 해도 안된다는 인식도 여기서 시작한 것이 아닐까?

그러다 보니 우리 인생에선 달려가는 게, 목표가 된 거 같다. 목표가 있어서 달리는게 아니라 달리기 위해 목표 만드는 셈이다. 그 목표가 바람직한지, 긍정적인 에너지인지 살피지 않은 채 말이다.

Q. 그런 풍속에 대한 비판이 직접 쓴 대사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변: 대사에 힘을 많이 썼다. (웃음) 관객이 듣고 '피식'했으면 했거든. 동시에 유머로 그치지 않고 세태를 풍자할 수 있었으면 했다. 예컨대 태준이 수연에게 "너 힐러리 같다?"라고 하자 수연은 "그러니까 클린턴 되고 나서 사고 치란 말이야"로 맞받아친다. 그게 이 시대를 끌고 가는 힘처럼 보였다.

'일단 취업한 다음에' 혹은 '지금 하는 프로젝트 끝나고 다시 이야기하자'고 하는데, 사실 그 다음이 없다. 또 다른 목표가 생기거든. 심지어 이 한 줄에는 '사고 쳐도 좋으니 클린턴 되자'라는 사고가 깔린 거다. 우리 사회의 무서운 동력이다.

그런데 요즘 이 사고의 맹점이 드러나는 것 같다. 과거에는 클린턴 되면 무마가 됐는데 요즘은 그런 사람들이 이 영화처럼 서서히 몰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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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사회를 생생하게 담으려 한 만큼, 몇몇 장면이 최근 일어난 정치·사회적 사건을 연상시키는데?

변: 안희정 도지사 사건이나 한진그룹 갑질, 정유라 승마가 5년 전에는 없었을까.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미술관 비자금도 마찬가지다. 원래 문제인데 이제야 문제시된 거다. (저격이라 하기엔) 비단 나뿐만 아니라 모든 작가가 알 법한, 관심 가졌을 소재들이다.

다만 내가 좀 더 욕심을 냈던 부분은 우리 역시 우리 자리에서 할 수 있는 '갑질'을 한다는 걸 말하고 싶었다. 이 영화에서 수연은 관장에게 '갑질' 당하는 데 자신 역시 비서에게 똑같이 행동한다. 박해일도 마찬가지다. '저들은 부당하고 우리는 정의롭다'는 구도에서 벗어나길 바랐다.

Q. 영화를 통해 전달하고 싶었던 메시지도 이와 같은가?
변: 그렇다. 아직 '우리가 정의로우나 한심한 구석도 있고 저들이 부당하나 괜찮은 구석도 있다'는 이야기는 시작부터 불편하다. 하지만 이것 역시 너무나 중요한 인식이다. 그들이 나쁘지 않다는 게 아니라 우리 또한 그들의 시스템 속에서 타협해 왔다는 거다. 이걸 깨달을 때 이 사회가 '진짜' 개선의 여지가 있다. 한 단계 나아간 방향이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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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개봉 전 개인적인 이슈가 하나 있었다. '악플러'를 고소했는데?
(*변 감독은 故 이은주와 얽힌 루머를 지속해서 퍼뜨린 누리꾼을 이달 초 허위사실 유포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변: 지난 13년간 '안고 가자'는 생각이 컸던 거 같다. 유가족을 비롯해 누구에게도 꺼내고 싶지 않은 기억이니까. 저라고 왜 (고소) 생각이 없었겠나. 학교에서 가르치는 학생들도 그 루머를 보고 들어왔을텐데.

그런데 이 영화를 개봉을 앞두고도 계속 이야기가 나오더라.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작품에 폐를 끼치는 것은 부당하다고 생각했다. 고소를 잘한 건지 저도 아직 잘 모르겠다. 그래도 작품은 존중받아야 한다는 생각이 있다. '상류사회'가 선입견 없이 오롯이 작품으로서 보이길 바라는 마음이다.

YTN Star 반서연 기자 (uiopkl22@ytnplus.co.kr)
[사진제공 = 롯데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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