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터뷰] "유한한 배우생활...할 수 있을 때까지"...박해일의 욕망

[Y터뷰] "유한한 배우생활...할 수 있을 때까지"...박해일의 욕망

2018.08.26. 오전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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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터뷰] "유한한 배우생활...할 수 있을 때까지"...박해일의 욕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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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의 얼굴'

배우 박해일을 표현하는 수식어 중 하나다. 말간 얼굴로 늘 다양한 배역을 소화한다. '질투는 나의 힘'(2002) '국화꽃 향기'(2003) '살인의 추억'(2003) '연애의 목적'(2005) '괴물'(2006) '극락도 살인사건'(2007) '모던 보이'(2008) '이끼'(2010) '최종병기 활'(2011) '은교'(2012) '덕혜옹주'(2016) '남한산성'(2017) 등 굵직한 작품에서 늘 색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순진하고 순수한 면모부터 속을 알 수 없는 용의자, 바람둥이, 능구렁이 같은 삼촌, 강인한 전사, 젊음에 매혹당한 노인, 유약한 왕 등 '천의 얼굴'이라는 수식어에 걸맞은 연기력을 펼쳐왔다.

오는 29일 개봉하는 영화 '상류사회'(감독 변혁)에서도 박해일의 또 다른 얼굴을 볼 수 있다. 그는 경제학 교수이자 촉망받는 정치 신인 장태준 역을 맡았다. 장태준은 서민경제 발전을 위해 애쓰지만, 상류사회로의 진입 앞에서 야심가의 기질을 보이는 욕망 넘치는 인물이다. 아내인 미술관 부관장 오수연(수애)과는 부부보다는 동지에 가깝다. "박해일이 장태준이 되고 싶었다"는 배우로서의 욕망으로 박해일은 '상류사회'에 발을 내디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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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 박해일과 나눈 일문일답

Q: 영화는 어떻게 봤나?
박해일(이하 박): 배우가 일차적으로 작품을 만나는 건 시나리오다. 글을 읽으면서 상상했던 장면들이 미세하게 다를 수 있지만, 시나리오에 담긴 만큼은 나온 거 같다.

Q: '상류사회'를 어떻게 선택하게 됐나?
박: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이야기가 속도감 있게 풀릴 거 같았다. 제가 맡게 될 장태준이라는 캐릭터의 환경과 공간이 흥미로웠다. 그 인물의 시작부터 끝까지 감정의 변화를 경험해보고 싶었다. 배우 박해일이 장태준이 돼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선택을 하게 됐다.

Q: 수애가 먼저 '상류사회'를 제안했다고?
박: 맞다. 수애가 먼저 정보를 줬고 시나리오를 받게 됐다. 수애는 시상식에서 지나가다 만난 적은 있었지만 따로 만난 적은 없었다. 영화도 이번이 첫 호흡이었다.

Q: 수애와의 첫 호흡은 어땠나?
박: 성향이 비슷한 거 같더라. 하나의 작품을 통해서 한 사람을 다 알 수는 없지만, 작업하면서 편했다. 둘이 데뷔도 비슷해서 그런지 동지, 친구, 동료의 느낌이 들어서 반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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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노출과 자극적인 장면이 강한 영화지 않나. 경계심이나 부담감은 없었는지?
박: 그걸 감안하면서도 해볼 만한 이유가 충분히 있었다. 영화 속에서 장태준은 욕망이라는 단어를 빼놓고 얘기할 수 없다. 그동안 제가 해보지 못한 이야기라서 호기심이 강하게 들었다. 자극적으로 받아들이는 분도 분명히 있을 거다. 관객마다 차이가 있을 거 같다. 그런데도 '왜?'라고 물어본다면 극 속에서 두 부부 외에도 다양한 인물들이 나온다. 욕망의 색깔과 질량의 흔적이 남겨져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나가 아니라 여러 가지 방식으로 해석될 수 있는 영화라고 느껴졌다.

Q: 장태준 대사에서 웃음이 많이 터졌다. 특히 불륜을 들키고 나무라는 오수연에게 '너 힐러리 같다'고 한 대사는 예상치 못했는데, 대본에 적혀 있었던 건가?
박: 명확히 대본에 적혀 있었다. 그건 두 사람의 관계를 관통하는, 함축적인 대사라고 생각했다. 지난 1월 여의도 옥상 빌딩에서 찍었다. 노을을 배경으로 찍어야 해서 꽤 기다렸는데 굉장히 추웠었다. 그럼에도 잘 찍고 싶었는데, 만족한 만큼 잘 나온 거 같다.

Q: 장태준과 오수연은 부부지만 마치 동료와 같은 느낌이 든다. 두 사람의 관계를 어떻게 받아들였나?
박: 정말 '쿨'한 부부지 않나.(웃음) 두 사람의 주거공간으로 촬영을 하러 갔는데 침대가 두 개더라. 놀라웠다. 그걸 보고 딱 느꼈다. 두 사람은 동지에 가깝다고. 각자의 목표를 향해 가는데 집안에서는 친구처럼, 상호 보완하는 관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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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이미 많은 걸 가지고 있는 장태준이 더 높은 곳으로 가려는 욕망을 어떻게 이해했는지?
박: 납득이 안 가는 건 없었다. 장태준은 극 중간 오수연에게 '너 선 넘지 마'라는 말을 한다. 어떤 선에 관해 이야기하는데, 그걸 관객들이 어떻게 볼지가 궁금하다. 전 그 부분에서 장태준이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Q: 경제학 교수와 정치 신인의 역할을 위해 특별히 노력했던 지점은?
박: 뉴스와 기사를 많이 봤다. 뉴스를 보다가 작품의 뉘앙스가 느껴진다면 자세하게 들었다. 정치에 입문하는 분들의 태도나 눈빛, 어떤 상황에서의 호흡 등에 집중했다. 보면 볼수록 도움이 됐다. 실제로 YTN 방송국에서 TV토론회 장면을 찍었다. 경력이 오래된 아나운서와 실제 교수님이 있었는데 긴장되는 촬영이었다. 엄숙한 분위기에 기가 죽었다. 완전히 집중하지 않으면 안 되겠구나 싶었다. TV토론회 출연자들을 존경하게 됐다.(웃음)

Q: 박해일의 욕망은 무엇인가?
박: 배우가 일이기 때문에 당장 이 작품이 관객들과 재밌게 얘기를 나누는 것이 첫 번째다. 배우 생활은 유한하다. 언제 끊어질지 모르는 줄타기를 한다고 생각한다. 능력이 된다면 해보고 싶은 작품을 할 수 있을 때까지 하는 것이 큰 욕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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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데뷔 때와 지금의 가장 큰 변화가 있다면?
박: 인터뷰에 여유가 생긴 거 같다. 예전에는 쓸데없이 많은 긴장감을 가지고 임했다. 지금은 부담이 경험을 통해 줄어들었다고 해야 할까. '상류사회'를 선택한 것도 경험이 쌓였기 때문일 것이다. 초년 때부터 이 작품을 선택하지는 않았을 거 같다. 이렇게 저렇게 밟아가면서 다양한 것들을 만났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배우로서 40대는 열심히, 많이 작업해야 하는 나이인 거 같다.

Q: 여담이지만 나이를 진짜 먹지 않는 거 같다. 비결이 있나?
박: 메이크업 기술 때문이다.(웃음) 꾸준히 나이를 먹고 있다. 생각도 변하고 까먹기도 잘 꺼먹는다. 특별하게 안티에이징을 하지 않는다. 스트레스를 덜 받아서 일상을 살아가는 데 좋지 않을까 한다.

YTN Star 조현주 기자(jhjdhe@ytnplus.co.kr
사진 = YTN Star 김태욱 기자(twk557@ytnpl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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