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터뷰] 윤종빈 감독 "어려운 '공작'? 사극 보듯이 봐주길"

[Y터뷰] 윤종빈 감독 "어려운 '공작'? 사극 보듯이 봐주길"

2018.08.26. 오전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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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터뷰] 윤종빈 감독 "어려운 '공작'? 사극 보듯이 봐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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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words)은 총보다 강하다."

영화 '공작'(감독 윤종빈, 제작 영화사 월광/사나이픽쳐스)을 소개하기에 이보다 좋은 말은 없을 것이다. 전무후무한 '구강 액션'을 선보인 '공작'은 한국형 스파이 영화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작품은 흔히 볼 수 있는 액션 장면도 총싸움도 없이 오로지 인물 간 대사와 치밀한 심리전으로 긴장감을 유발했다. 올해 칸영화제 미드나이트 스크리닝에 초청돼 '웰메이드'라는 극찬을 들었다.

'용서받지 못한 자'(2005) '비스티 보이즈'(2008)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의 전성시대'(2012) '군도: 민란의 시대'(2014) 등 늘 다른 내용과 방식으로 작품을 들고 온 윤종빈 감독은 북으로 간 스파이, 흑금성 박채서 씨에 대한 호기심으로 2015년 '공작' 프로젝트에 돌입했다. 그렇게 윤종빈 감독은 현실적이고 과장되지 않은, 상업영화로서 다소 도전적인 첩보 영화를 세상에 내놓았다.

'공작'은 1990년대 중반 흑금성이라는 암호명으로 북핵 실체를 캐기 위해 북한으로 잠입한 실존 안기부 첩보원 박석영(황정민)의 이야기를 그렸다. 실제 1997년 대선 직전 당시 김대중 후보를 낙선시키기 위해 벌어졌던 '총풍사건'을 모티브로 삼아 놀라움을 자아냈다. 당시를 기억 못 하는 이들에게 윤종빈 감독은 "사극을 보듯이 보면 좋을 것 같다"고 웃으며 말했다.

[Y터뷰] 윤종빈 감독 "어려운 '공작'? 사극 보듯이 봐주길"

이하 윤종빈 감독과 나눈 일문일답

Q: 늘 다른 소재와 주제의 작품으로 돌아옵니다. '공작'은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요?
윤종빈 감독(이하 윤): '용서받지 못한 자'는 제 경험을 토대로 했습니다. '비스티보이즈'는 호기심에서 시작했고요. '범죄와의 전쟁'은 주제를 먼저 정하고 소재를 찾은 작품이고요. '군도'는 액션영화가 하고 싶어서 한 작품입니다. '공작'은 실화를 접하고 흥미를 느꼈죠. 호기심으로 시작했어요.

Q: 2015년 1월 작품을 하기로 하고 지금까지 왔습니다. 꽤 오랜 시간이 걸렸네요.
윤: 창작자는 자기 것에 충실해야 해요. 짧게는 2년 길게는 4~5년까지 매달려야 하는데 작품을 만들고 싶은 욕구가 강하지 않으면 안 되죠. 사랑하지 않으면 어떻게 4~5년을 똑같은 걸 볼 수 있겠어요. 전 영화를 100번 정도 본 거 같아요. 내용도, 대사도 모두 다 알죠. 그런데도 보면 또 보게 되더라고요. 이야기와 연기의 힘이 있는 작품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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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흑금성을 연기한 황정민의 이중 스파이 연기가 무엇 보다 돋보였습니다. 특별히 내린 디렉션이 있다면요?
윤: 액션이 없는 첩보물이잖아요. 다른 재미를 줘야겠다 싶었죠. 첩보원은 국익을 위해 상대방을 속이잖아요. 연기자에 가깝다고 봤어요. 그걸 영화에서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지를 고민했습니다. '공작' 러닝타임이 137분인데 90분이 지날 때까지 박석영이 어떤 인물인지 정확하게 파악이 안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어떤 생각을 가지고 어떤 선택을 할지 예측이 안 됐으면 했죠. 그래서 박석영이 선택을 할 때 관객들이 그에게 들어갔으면 했어요. 이야기의 힘을 믿었죠. 팽팽한 긴장감의 힘이요. 예측되면 긴장감이 생기지 않아서요.

Q: 이성민 씨는 '공작'에서 이전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데, 어떻게 캐스팅하게 된 건가요?
윤: 리명운 역할이 중요했죠. 초반에 박석영과 리명운의 관계를 설정하지 않았거든요. 서로를 의심하고 견제를 해요. 다만 다른 신념을 가지고 있지만, 서로를 존중하고 인정해주죠. 이성민 배우는 표현하지 않아도 인간적인 따뜻함이 느껴지는 사람이에요. 차가운 척해도 따뜻함이 묻어나는 사람들 있잖아요. 그런 면에서 적격이었죠.

Q: 극 말미에 등장하는 이효리 씨의 캐스팅을 손편지로 했다고요?
윤: 이효리 씨가 20대 시절의 본인을 재연하는 것이 부담스러웠는지 거절했어요. 그런데 저희 영화는 이효리 씨가 없으면 안 됐거든요. '안 나오면 안 된다'고 '살려달라'고 편지를 썼죠.(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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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영화의 실제 모델인 박채서 씨는 어떤 느낌이었나요?
윤: 어떤 사람인지 파악이 안 되더라고요. 포커페이스였죠. 그걸로 캐릭터를 구축해보고 싶었습니다.

Q: '공작'은 말을 통해 액션의 긴박감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걱정은 없었는지요?
윤: 말을 통해 긴장감이 느껴져야 하니까 배우들이 힘들었을 거예요. 저도 안 해봤기 때문에 현장을 가는 게 겁이 났기도 했고요. 5분 동안 대화를 하는 것이 안 지루할까? 싶었죠. 대본상으로는 7~8페이지가 됐거든요. 배우들도 기댈 곳이 없었을 거예요.

Q: 어떤 방법으로 촬영했나요?
윤: 특별한 방법이 있었던 건 아닙니다. 현장에서 찍고 다시 한번 가고, 획일적으로 만들지 않고 고민해가면서 다양한 방식으로 만들었어요.

Q: 칸영화제 상영 버전보다 4분가량 더 편집한 이유가 있다면요?
윤: 칸영화제 상영에 맞춰서 빠듯하게 편집했어요. 최선을 다했고 베스트라고 생각했는데, 칸에서 상영 후에 찜찜하더라고요. 몰입도가 떨어지는 부분들이 있었어요. 다시 한번 손을 봐야겠다고 마음먹었고 시사회 일주일 전까지 편집했습니다.(웃음) 대화 신(scene)이 많잖아요. 영화를 처음 보는 사람을 기준으로 했을 때 이해가 안 되면서 몰입도가 떨어지는 부분들이 있어서 편집했죠. 또 내레이션이 잘 안 들린다고 해서 추가로 녹음을 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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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확실히 쉬운 내용은 아니었는데, 스토리텔링의 어려움이 있었을 것 같네요.
윤: 정치를 모르는 사람이 봐도 이해를 해야 하잖아요. 중학생들이 봐도 이해할 수 있는 스토리텔링을 해야 한다고 봐요. 그러려면 전달을 단순하게 해야 하거든요. 당시의 상황을 모르는 이들은 사극을 보듯이 보면 될 거 같아요. 옛날에 김대중 대통령 때 이야기라고 말하면서요.

Q: 김정일을 연기한 기주봉 씨에 대한 호평이 대단한데, 특별히 신경 썼던 부분이 있다면요?
윤: 실제 김정일의 말투를 따라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어요. 처음에는 김정일의 육성을 들려달라고 하더라고요. 사람들이 김정일의 얼굴은 잘 알지만, 육성을 아는 사람은 없거든요. 김정일처럼 보이는 게 중요하지 김정일을 따라 하지는 말라고 했죠.

Q: 영화가 세상에 공개되면서 많은 이들이 총풍사건에 관심을 두게 됐습니다. 어떤 영향력을 예상하시나요?
윤 : 다른 것보다 정치하는 사람들이, 영향력 있는 사람들이 어떤 세력을 이용해서 정치하려고 하는 건 그만했으면 좋겠습니다. 정말로 적폐를 끊어내야 할 때가 오지 않았나 싶네요.

[Y터뷰] 윤종빈 감독 "어려운 '공작'? 사극 보듯이 봐주길"

Q: 감독 말고도 제작자로도 활약 중입니다. 어떤 마음으로 임하고 계시는가요?
윤: 저의 1 정체성은 감독입니다. 제작으로 나선 영화의 감독들이 대부분 제 영화의 조감독 출신이었어요. 도움이 필요할 거 같았죠. 사실 제작자로서 큰 생각을 하는 건 아니었어요. 도움을 주는 정도로만 생각하고 있어요. 어떤 영화를 만들고 싶어 할 때 잘 만들 수 있게 서포트 해주는 거죠. 상업적으로 잘 된 건 그들의 재주 때문이죠. 상업적인 센스는 예술적인 센스만큼 타고나는 게 있거든요.

Q: 감독님은 어떤 센스가 있는 감독인가요?
윤: 전 약간 마이너한 성향이 있는 상업영화감독이지 않을까요?

Q: 차기작은요?
윤: 최근 들어서 '비스티 보이즈' '범죄와의 전쟁' 같은 작품을 만들어달라는 이야기를 많이 듣고 있어요. 거친 남자 이야기를 해보면 어떨까 싶네요.

YTN Star 조현주 기자(jhjdhe@ytnplus.co.kr)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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