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터뷰①] '버닝'을 만나기까지...전종서에게 생긴 일

[Y터뷰①] '버닝'을 만나기까지...전종서에게 생긴 일

2018.06.13. 오전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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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터뷰①] '버닝'을 만나기까지...전종서에게 생긴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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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종서는 용모나 감성, 특히 내면에 있어 지금까지 한국 영화계에서 볼 수 없었던 배우다."

'버닝' 이창동 감독은 말했다. "해미 역에 '이 사람밖에 없다'는 강한 확신이 들었다"며 극찬에 가까운 호평을 아끼지 않았다. 그동안 오디션만 수백 번, 신인부터 베테랑까지 수많은 배우를 만나왔을 그다. 무엇이 거장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을까.

전종서를 만났다. 솔직하고 가감 없이 생각을 드러냈지만, 결코 이를 타인에게 강요하려는 무례함은 없었다. 기억조차 희미한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당연한 것에 질문을 던지는 용기로 지금껏 살아온 그였다. '싫은 건 싫다', '아닌 건 아니다', 그 솔직함이 본인을 다소 먼 길로 이끌었을지라도 그런 지난날이 그다지 후회스럽지는 않은 듯 보였다.

[Y터뷰①] '버닝'을 만나기까지...전종서에게 생긴 일

올해 스물다섯, '버닝'이 데뷔작인 이 배우를 향해 혹자는 혜성처럼 나타난 '신데렐라'라 표현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꼭 그런 것 만은 아니다. 전종서는 꾸준히 충무로에 문을 두드렸다. 어렸을 때부터 배우를 꿈꿨고 예고에 진학했다. "연기에는 정답이 없어요. 그래서 더욱 매력적고요."

부푼 꿈을 안고 들어간 학교는 예상과 달랐다. 마치 하나의 답 외에는 존재하지 않는 수학 문제 마냥, 연기와 예술을 규정지었다. 아무런 의심없이 대학 연극영화학과 진학이 당연시됐고, 획일화된 분위기에 그는 조금씩 염증을 느꼈다.

"대학 입시 준비할 땐 더했어요. '너는 A 연기, 너는 B 연기를 해'라는 말부터 발걸음, 표정, 인사하는 방법까지 하나하나 잡아요. 전형 중 질의응답이 있는데 이 역시 대사 외우듯 대답을 준비시킵니다. 똑같은 걸 시키는데 누군 붙고 또 떨어져요. 저 역시 이유도 모르는 채 대학에 붙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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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학교를 거의 다니지 않았습니다. 실망을 많이 했어요. 좀 다르겠지 생각했나 봐요. 꼭 갈 필요는 없지만 작은 사회라 생각해 두드린 문이었어요." 하지만 상아탑 역시 창의적 사고를 위한 길을 틔워주진 못했다. 1년간 학교에 몸담으며 유일하게 관심을 뒀던 건 실습에 가까운 '무대 작업 수업'이었다.

"감독 부터 조감독, 메이크업 의상까지 영화 현장과 많이 닮아 있어요. 각자의 롤이 있어서 스태프 혹은 배우로 참여할 수 있고요. 톱질도 해서 무대도 직접 만들어요. 하지만 이 수업은 학점으로 인정되지 않았어요. 방학에 열리는 수업이고요. 평소 수업도 안 가는데 학점이 안되는 걸 열심히 하니까 주변서 이상하다는 얘기까지 들었죠."

결국 그는 학교를 나왔다. 하지만 연기가 하고 싶었고 선생님을 찾아다녔다. 많은 학원을 수소문했고 그 중엔 1주일도 안 다닌 학원, 상담 중간에 나온 곳도 있었다. 한참을 헤매다 지금의 선생님을 만났다. "연기는 가르쳐 줄 수 없는 거라고 하더라고요. 다만 옆에서 네가 어떤 사람인지 발견해가는 과정에 도움을 줄 순 있다고 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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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를 찾는 데만 2년이 걸렸어요." '선택받는데' 익숙한 업계에서 직접 '찾는다'는 표현이 이질적이면서도 통쾌한 느낌마저 들었다. 현장에서 연기하고 싶어 국내 유수의 기획사를 만났지만 원석 자체로 보존을 약속할 회사를 만나는 건 쉽지 않았다. "누군가는 '네가 가진 이미지는 이러하니 역할의 스펙트럼은 이정도야'라고도 했죠."

"신인이 아무것도 아닌 건 누구나 알아요. 저도 알고요. 그렇다고 해서 회사가 배우를 사가는 건 아니잖아요. 저는 상품은 아니거든요. 하지만 많은 회사가 갑의 입장에서 마치 슈퍼마켓에서 과자 고르듯이 취향에 맞게 사가려고 합니다."

그들은 끊임없이 단정 짓고 어딘가 맞추려 했다. 그 부분이 전종서에게는 진정 문제가 됐다. 더 이상 구조가 아닌 개개인의 무능력함을 탓하지 않았다. 대신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줄 수 있는 회사를 선택의 기준으로 삼았다.

[Y터뷰①] '버닝'을 만나기까지...전종서에게 생긴 일

"물론 그 과정에서 상처도 많이 받았어요. 울기도, 스스로에게 화도 많이 났었죠. 한편으론 오기가 생기더라고요. 지금은 시기가 아니라 생각하고 학원으로 돌아갔고 머지 않아 회사를 소개받았는데 그곳이 현 회사예요. 계약하는데 이틀도 안 걸렸죠. 그래도 제겐 확신이 있었어요. 날 알아볼 수 있는 사람을 찾는 건 힘들지만, 어딘가 분명 있다는 걸요."

'버닝' 이후 쏟아진 수많은 관심에 여전히 얼떨떨하지만, 자신의 신념 만은 분명해 보였다. 전종서는 배우 타이틀을 단 앞으로도 지금의 자세, 태도, 가치관을 유지하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직업적으로 타협하는 순간이 제게도 찾아오겠죠. 하지만 변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기본적으로 제가 가진 가치관, 관점, 순수성, 생각을 지키면서 가고 싶습니다. 하고자 하는 일을 묵묵하게 수행할 거고요. 배움의 자세 역시 잃지 않으려고요."

②편으로 이어집니다

YTN Star 반서연 기자 (uiopkl22@ytnplus.co.kr)
[사진제공 = CGV 아트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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