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수첩] 다시 쏟아지는 '일드' 리메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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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6.06. 오전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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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수첩] 다시 쏟아지는 '일드' 리메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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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드' 바람이 다시 분다.

국내 안방극장에 일본 드라마(일드)를 리메이크한 작품들이 쏟아지고 있다. 일드 리메이크는 빈번한 일이었다. '꽃보다 남자'(2009) '결혼 못하는 남자'(2009) '공부의 신'(2010) '직장의 신'(2013) '수상한 가정부'(2013) '그 겨울, 바람이 분다'(2013) '내일도 칸타빌레'(2014) '라이어 게임'(2014) '심야식당'(2015) '끝에서 두 번째 사랑'(2016) '그녀는 거짓말을 너무 사랑해'(2017) 등 일드는 방송가에서 꾸준히 리메이크됐지만 올해 들어 그 바람이 유난히 거세다.

지난 3월 종영한 이보영 허율 주연의 tvN '마더'는 리메이크의 좋은 예로 남았다. 2010년 NTV에서 방영된 동명의 드라마를 원작으로 하는 '마더'는 '학대받는 소녀를 납치하고 그 소녀의 어머니가 되기로 한 여자 이야기'라는 큰 설정을 차용했다. 국내판에서는 다양한 엄마의 모습을 통해 진정한 모성애가 무엇인지 질문을 건네며 '웰메이드 드라마'로 각광 받았다.

현재 방영 중인 MBN '리치맨'은 2012년 후지TV에서 방송된 '리치맨 푸어맨'을 리메이크한 작품으로 엑소 수호와 하연수가 열연을 펼치고 있다.

[Y수첩] 다시 쏟아지는 '일드' 리메이크

이외에도 올해 공식적인 일드 리메이크 제작 편수는 무려 4편이다. 올 하반기 tvN에서 방영될 '하늘에서 내리는 1억개의 별'과 MBC '감사역 노자키' 그리고 최근 캐스팅 소식을 알린 '최고의 이혼' '절대그이' 등도 눈여겨볼만하다. 일본에서 크게 사랑을 받았던 '명작 드라마'의 재해석이 대중들의 관심을 끌고 있으나, 이 같은 현상이 다양한 플랫폼 속 '소재 고갈'이라는 한국 드라마의 실상을 보여준다는 지적도 존재한다.

후지TV에서 2002년도에 방영된 '하늘에서 내리는 1억 개의 별'은 두 사람의 얽히고설킨 운명적인 만남을 통해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아냈다. 기무라 타쿠야 주연으로 큰 인기를 끌었지만 '근친'이라는 파격적인 소재가 담겨 있는 만큼, 국내에서는 어떤 식으로 이를 풀어낼지 관심이 모아진다. 최근 서인국이 주인공으로 최종 출연을 확정했다. 정소민은 긍정적으로 검토 중이다. '고교처세왕' '오 나의 귀신님' '내일 그대와' 등을 연출한 유제원 PD가 연출을 맡는다. 오는 10월 방송 예정이다.

MBC가 올 하반기 선보일 '감사역 노자키'는 일본의 인기 만화를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앞서 WOWOW에서 지난 1월부터 3월까지 '감사역 노자키 슈헤이'라는 제목의 8부작 드라마로 방영됐다. 버블 경제가 붕괴하고 금융 당국이 기존의 정책을 전환하는 등 돈과 권력이 소용돌이치는 시대에 은행원 노자키가 정의를 관철하기 위해 활약하는 모습을 담았다. 한국판에서는 김상중이 활약을 펼칠 예정이다. '내 딸 금사월' '별별며느리' 등을 연출했던 이재진 PD가 메가폰을 잡는다.

2013년 후지TV에서 방영된 '최고의 이혼'은 '마더' 원작자 사카모토 유지가 쓴 또 다른 히트작이다. 30대의 미숙한 결혼관을 통해 결혼 본연의 자세나 가족에 대해 말하는 러브 코미디 드라마다. '브레인' '내 딸 서영이' '착하지 않은 여자들' 등을 연출한 유현기 PD의 신작으로 올 하반기 KBS 편성을 검토 중이다. 차태현 배두나 손석구 이엘 등이 출연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다.

[Y수첩] 다시 쏟아지는 '일드' 리메이크

걸스데이 민아, 여진구 등이 출연을 확정한 '절대그이'는 일본 작가 와타세 유우의 순정만화를 원작으로 하는 로맨틱 코미디다. 2008년 후지TV 드라마로 제작된 이후 2012년 대만에서도 '절대달령'이란 이름으로 리메이크된 바 있다.

국내판은 '완벽한 이상형의 연인을 주문해 갖는다'는 원작의 상상을 모티브로 가져왔다. 민아가 사랑에 상처 받아 차가운 강철 심장이 된 특수분장사 다다 역으로, 다다에게 완벽한 연인용 피규어인 영구 역에는 여진구가, 대한민국 최고의 톱스타 마왕준 역에는 홍종현이 캐스팅됐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리메이크작이 많아지는 이유에 대해 "예전보다 리메이크의 리스크(risk)가 적어지고 있다. 과거에는 국내 정서와 외국 정서에 대한 차이가 있다면 최근에는 일드, 미드 등 다양한 나라의 드라마를 접할 수 있는 통로가 훨씬 많아지면서, 거기에 대응하는 감수성이 생기고 있다"며 "그 와중에 국내 제작사들의 리메이크 경험이 많아지면서 정서적 차이를 맞춰나갈 수 있게 된 것 같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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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미드의 첫 리메이크였던 '굿와이프'(2016)를 시작으로 국내에서 '안투라지'(2016) '크리미널 마인드'(2017)와 최근 종영한 '미스트리스' 그리고 '슈츠' 등 미드 리메이크 또한 꾸준히 이뤄지고 있다.

리메이크작은 제작 단계부터 호기심과 화제성을 모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검증된 작품성이라는 측면에서도 제작자들의 구미를 당기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지만 계속되는 리메이크의 증가가 가져올 문제점 역시 존재한다.

정 편론가는 "당연히 신인 작가들을 양산하고 새로운 콘텐츠를 계속 개발하는 것이 맞다. 대중들의 눈높이가 높아지고 있는 만큼, 그에 맞는 쉬운 선택으로 오리지널 드라마보다 리메이크를 내놓는 형태로 흘러갈 위험성도 있다"면서 "우리나라 드라마 산업이 아직 그 정도는 아니다. 그렇지만 이 같은 형태가 지속되면 향후 그럴 가능성도 있다. 지금은 단편 드라마도 별로 나오지 않은 상황이지 않나. 국내 작품들을 어떻게 생산하고 신인들을 키울 수 있는 방안이 치열하게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짚었다.

YTN Star 조현주 기자(jhjdhe@ytnplus.co.kr)
[사진제공=각 드라마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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