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st 칸 현장] 이창동 감독, '버닝'의 시대를 이야기하다 (종합)

[71st 칸 현장] 이창동 감독, '버닝'의 시대를 이야기하다 (종합)

2018.05.17. 오후 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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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st 칸 현장] 이창동 감독, '버닝'의 시대를 이야기하다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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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 국적, 계급에 상관없이 많은 사람들이 마음속에 분노를 품고 있다. 그 원인을 알지 못하는 것이 요즘 시대의 문제이지 않나 싶다." (이창동 감독)

거장이 돌아왔다. 8년 만에 돌아온 이창동 감독은 젊은이들의 무력감과 분노를 품었다. 그 이미지를 '버닝' 속에 담았다.

'버닝'은 제71회 칸영화제 공식 경쟁부문에 초청된 작품으로 지난 16일 오후(현지시간) 프랑스 칸의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공식 상영됐다. '버닝'은 상영 직후 미국 영화잡지 아이온시네마는 평점 3.9점(5점 만점)을 받았다. 이는 지금까지 공개된 16편의 경쟁부문 진출작 중 최고점이다. 황금종려상에 한 발자국 더 다가간 것.

칸영화제 티에리 프리모 집행위원장은 '버닝'에 대해 "대단하고 훌륭하며 강하다"면서 "순수한 미장센으로서 영화의 역할을 다하며 관객의 지적 능력을 기대하는 시적이고 미스터리한 영화"라고 극찬했다.

17일 오후(현지시간) 칸영화제 본부 팔레 드 페스티벌에서 영화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날 현장에는 '버닝'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입증하듯 한국은 물론 프랑스, 이탈리아 등 유럽과 중국, 일본, 터키 등 다양한 국적의 취재진이 참석해 질문을 쏟아냈다.

이창동 감독은 '버닝' 탄생 배경에 대해 "NHK 방송에서 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 소설을 영화화하는 것이 어떻겠느냐는 요청을 받았다"면서 "원작 소설이 가지고 있는 미스터리한 부분을 요즘 우리의 젊은이들의 이야기로 확장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작품은 유통회사 아르바이트생 종수(유아인)가 어릴 적 동네 친구 해미(전종서)를 만난 뒤 그녀에게 정체불명의 남자 벤(스티븐 연)을 소개받으면서 벌어지는 미스터리한 이야기를 다뤘다. 1983년 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소설 '헛간을 태우다'를 원작으로 한다.

이 감독은 "젊은 사람들이 표현할 수 없는, 마음속에 분노를 가지고 있으면서 현실에서는 무력하다"며 "무엇인가에 대해 공정하지 못해 분노하는데 그 원인을 분명히 알 수 없다는 것이 문제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에는 분노의 대상과 이유가 분명했다. 세상은 좋아지고 세련되어지고 있는데 나는 미래가 없는, 이런 시대에 놓여있다는 것이 젊은이들의 감정인 거 같다"고 한 뒤 "젊은이들에게는 이 세계 자체가 미스터리로 보이지 않을까했다"고 했다.

[71st 칸 현장] 이창동 감독, '버닝'의 시대를 이야기하다 (종합)

유아인, 스티븐 연, 전종서는 '버닝'에서 각각 종수, 벤, 해미 역을 맡아 강렬한 존재감을 뽐냈다. 마이크 굿리지 마카오 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은 '버닝'을 본 뒤 "이창동 감독은 최고의 연출력으로 세 명의 배우들로부터 최고의 연기를 이끌어내어 관객들로 하여금 흥분되고, 심장이 멈출 듯한 경험을 안겨줬다"고 감탄했다.

유아인은 이 감독에 대한 무한한 신뢰를 드러냈다. 그는 "감독님의 팬이고, 절대적인 믿음이 있었다. 이창동 감독님이 '이 세계의 신이다'라는 생각으로 임했다"며 "촬영하는 내내, 배우로서 느꼈던 때가 벗겨지는 기분이었다"고 소회를 털어놨다.

스티븐 연은 이 감독과의 작업에 대해 "상상했던 것보다 좋았다. 많은 걸 배웠고 용기를 낼 수 있었다. 이창동 감독님이 나를 자유롭게 했다. 굉장히 큰 경험을 해서 다음 작품에서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고 만족했다.

'버닝'은 이 감독이 그간 선보였던 작품들 중에서 훨씬 더 대중성을 띈다. 이에 대해 이 감독은 "사회적인 코드, 경제적인 코드, 젊은 사람의 이야기, 그리고 예술과 문학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등 많은 코드들이 영화 속에 숨겨져 있다"면서도 "그것을 설명하는 방식이 아니고 굉장히 단순하게 영화적으로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편의 스릴러 영화를 보는 것처럼 관객들도 단순하게 느끼길 바랐다"고 덧붙였다.

칸=YTN Star 조현주 기자(jhjdhe@ytnpl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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