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파일] '잡채 좋아요' 마차도..."다 맞혀만 주세요!"

[와이파일] '잡채 좋아요' 마차도..."다 맞혀만 주세요!"

2020.05.11. 오후 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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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파일] '잡채 좋아요' 마차도..."다 맞혀만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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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야구는 팀 스포츠라고 하지만, 선수 한 명이 팀 분위기를 바꾸는 일도 불가능한 것 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7년 만에 개막 5연승, 선두를 질주 중인 롯데 이야기인데요. 롯데 돌풍의 중심에 베네수엘라 출신 외국인 선수 딕슨 마차도가 있습니다.


그래도 빅리그 출신!

메이저리그 출신이라고는 하지만, 4년간 홈런 단 2개, 타율 2할 2푼 7리로 평범한(?) 선수였습니다. 결국 마이너리그로 강등됐는데, '혹시, 매니 마차도?' 해프닝까지 빚으며 롯데가 계약을 한 거죠. 고질적인 약점인 수비 강화를 위한 것으로 봤습니다.


'잡채 좋아요'..."NOODLE이면 OK"

정작 본인은 자신의 장점을 'A LITTLE BIT OF EVERYTHING' 그러니까 '이것저것 조금씩 잘하는 선수'라고 소개하더군요. 한국 생활을 하면서 NOODLE, 면류를 좋아하게 됐다는데 구단 통역 말로는 그 중에 잡채를 제일 좋아한답니다. 잡채가 면류인지는 좀 애매하지만, 채소와 당면 등 이것저것 조금씩 다 들어있어서 그런 게 아닐까 추측해 봅니다. 어떻게 보면 본인 소개와도 비슷한 점이 있는것도 같습니다. 호주 전지훈련부터 롯데의 훈련프로그램이 마음에 들었다며, 시즌 개막을 전후해 타격코치의 조언은 물론, 본인도 경기중, 혹은 덕아웃에서 상대팀 투수들의 공을 나름 분석한 것이 효과를 보고 있다는 말도 해줬습니다. 외국인선수 성공 요소 중 하나가 한국음식 등 현지 문화 적응인데, 이런 부분에서 보면 긍정적입니다. 과거 스테이크 등만 고집했던 입맛 까다로운 용병들도 있었으니까요. 면류를 좋아한다니 부산의 명물 '완당'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남포동 00집이 유명한데, 프런트들이 일간 데려갈 계획을 세우고 있다는 후문입니다.


뚜껑을 열고 보니 '양수 겸장!'

개막전 4타점 활약에는 다들 그러려니 했을 겁니다. 그런데 금욜 SK전에서 동점 홈런을 치고 일요일 경기에서 쐐기 투런까지 날리면서 5경기 타율도 5할에 육박하고 있습니다. 홈런은 공동 1위입니다.본업인 수비는 물론이고, 방망이까지 뜨거우니 롯데 프런트들은 입이 벌어질 지경입니다. 수비 부담이 많은 유격수인만큼 보통 2할 5푼만 쳐줘도 만족했을텐데 말입니다.


"다혈질 중남미 선수?. NO. NO"

보통 중남미 선수하면 다혈질에다 덥고 습한 현지 날씨 탓에 성실성이 떨어진다고 보기 쉽습니다. "제가 시카고 컵스에서 마이너리거 마차도와 같이 생활했습니다. 누구보다 성실하고 침착합니다. 144경기 모두 문제없이 소화할 수 있다고 봤습니다."

미국 프로야구 스카우터 출신 롯데 성민규 단장의 평가입니다. 수비력도 수비력이지만, 인성을 보고 뽑았다는 얘기로 들립니다.


애증의 롯데팬들..이번만은?

제가 그래도 야구기자이고 부산 출신이다 보니 흔히 지인들이 '롯데 편'이냐고 물어봅니다. 그때마다 손사레를 치죠. 전 '빨리 끝내는 편' 이라고요. 사실 구기종목 가운데 야구 경기시간이 가장 길지 않습니까? 야구기자가 일년에 수십 경기를 보고, 또 야구 자체를 일로 접해야하는 만큼 '농담 반 진담 반'으로 하는 얘기지만, 그만큼 제 자신도 롯데에 대한 기대를 걸었다 번번이 접었던 경험에서 비롯된 반응이기도 합니다. 참고로 경상도 사투리로 "마차도!"는 "맞혀주라" "맞혀다오" "쳐 다오" 등등의 의미로 해석되는 '다의어'입니다. '마차'는 '맞히다'.'도'는 청유형 '다오'라는 뜻의 명령형 어미(맞나요?)로 사용됩니다. '다오'의 기본형은 달다....여기서 'ㄹ'이 탈락하고 어쩌고...(그만하겠습니다) 시간이 되면 주변 경상도 친구 분들의 본토 발음을 청해 들어보시길.

뜨거운 응원 열기로 '세계에서 가장 큰 노래방'으로 불리는 사직야구장. 코로나가 물러가고 열정으로 유명한 부산 팬들이 입장한다면 기존의 "마!" "쌔리라" 등에 이어 "마차도, 마차 도!(마차도 선수, 맞혀주세요)"라는 응원 구호가 등장할 지도 모르겠네요.
이제 불과 5경기, 이번 주부터 두산 등 강팀과 만나는데, 롯데가 상승세를 유지하고, 또 마차도가 말 그대로 계속 '맞혀줄 수' 있어야 한다는 전제가 물론 뒤따르긴 하지만요.

서봉국[bksuh@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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