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카로움 잃은 벤투호...3회 연속 우승 가능할까

날카로움 잃은 벤투호...3회 연속 우승 가능할까

2019.12.12. 오후 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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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행 : 박광렬 기자
■ 출연 : 허재원 기자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앵커]
스포츠 소식 스포츠부 허재원 기자와 함께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일단 축구 얘기를 먼저 해야 될 것 같습니다. 어제 동아시아챔피언십 경기가 있었는데 축구에 크게 관심이 없는 분들이 왜 손흥민 선수 안 나왔지 이런 생각을 했을 것 같아요. 어떤 대회인지 먼저 한번 들어볼까요?

[기자]
동아시아 네 나라가 출전하는 대회입니다. 원래는 한중일 그리고 북한이 출전하는 대회인데 이번에 북한이 안 나왔기 때문에 남자부에서는 홍콩, 여자부에서는 타이완이 대신 출전을 했습니다. FIFA가 주관하는 대회가 아니기 때문에 지금 한창 시즌 중인 유럽파는 차출이 불겅합니다. 그래서 우리 대표팀도 K리그 선수들 위주로 팀을 꾸렸습니다.

[앵커]
그래서 K리그 선수, 국내파 위주 선수로 선발이 됐는데 어제 홍콩과 2:0이었습니다. 이기긴 했는데 찜찜했던 것 같아요.

[기자]
우리나라가 지금 FIFA 랭킹이 41위고 홍콩이 139위입니다. 거의 100위 차이가 나는데 전력차가 당연히 크고요. 당연히 홍콩은 밀집수비로 나왔습니다. 원톱 공격수 한 명을 제외하고는 나머지 9명의 필드 플레이어가 두 겹, 세 겹 이렇게 수비벽을 쌓았는데요. 다행히 세트피스에서 2골이 나오면서 승점 3점은 챙겼습니다. 득점 장면을 먼저 보시죠. 전반을 거의 득점 없이 마칠 뻔했는데 전반 추가 시간에 다행히 황인범 선수가 선제골을 넣었습니다. 김보경이 왼발로 차는 척하면서 빠졌고 황인범이 오른발로 절묘하게 감아차면서 홍콩 골문을 열었습니다. 황인범 선수가 최근 대표팀 경기에서 극심한 부진으로 팬들의 굉장한 많은 비난을 받았는데 마음의 짐을 조금 덜 수 있는 그런 골이었습니다.

두 번째 골도 후반 막판에 되어서야 나왔는데요. 코너킥 상황에서 김보경의 헤딩 패스를 나상호가 다시 헤딩슛으로 연결했습니다. 상대가 밀집수비로 나서는 상황에서는 역시 세트피스로 공략해야 한다는 사실을 증명해 준 경기였습니다.

[앵커]
사실 골 넣은 선수 중에 나상호 선수도 그렇지만 황인범 선수 같은 경우에 정말 많은 비판을 받아오지 않았습니까? 그동안 벤투호에서 왜 저 선수를 계속 쓰는지 모르겠다, 이 정도 수준의 비판이 있었는데 이번 경기로 마음의 짐을 덜 수 있을 것 같아요.

[기자]
최근 대표팀 경기에서 부진했던 건 사실입니다. 좋은 모습을 많이 보여주지 못했고 좀처럼 라인업에 변화를 주지 않는 벤투 감독의 스타일과 맞물리면서 축구팬들이 굉장히 집중적으로 비난을 했습니다. 대표적인 벤투의 황태자다, 이렇게 꼽히는 두 선수들인데 황인범과 나상호 선수가 96년생 동갑내기고 대표팀에서도 방을 같이 쓰는 룸메이트입니다. 어제 두 선수가 나란히 골을 넣으면서 팀 동료들도 굉장히 많이 축하해 주는 모습이 보였는데요. 예전에 김영권 선수도 그랬지만 몇 경기 잘하면 여론이 확 바뀝니다. 그렇게 되면 다시 힘을 내는 계기가 되길 바라고요. 황인범 선수 얘기 들어보시죠.

[황인범 / 축구 대표팀 미드필더]
개최국이 우승하지 못했던 징크스를 깨기 위해 서로 많이 얘기도 하고 준비도 하고 있기 때문에 중국전과 일본전에서 갈수록 경기력도 좋아질 거로 믿고 있고 충분히 홈에서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을 겁니다.

[앵커]
황인범 선수 인터뷰 장면도 경직된 것 같은데 앞으로 많이 웃을 수 있는 경기를 했으면 좋겠고 아쉬운 점도 짚어보겠습니다. 2골, 경기 내용에 비하면 한참 모자란 느낌이 듭니다.

[기자]
그야말로 일방적인 경기였습니다. 어제 볼 점유율이 우리나라가 81%였거든요. 패스는 801개를 했습니다. 그야말로 쉴새없이 홍콩을 몰아붙였지만 정말 답답한 경기가 계속 이어졌습니다. 극단적인 수비 전술을 쓰는 약체를 상대로 이런 같은 상황이 매번 반복되고 있는데요. 상대가 예측하지 못하는 창의적인 전술이 없다는 뜻이 되겠습니다. 측면 돌파도 번번이 수비수들의 발에 걸렸고 크로스도 정확도가 떨어지고 서로 사인도 안 맞는 모습이었습니다. 그나마 세트피스로 2골을 뽑아내기는 했는데 반대로 말하면 필드골은 하나도 없었다는 뜻이죠. 800개가 넘는 패스를 했는데 필드골이 없었다는 점은 고민해 봐야 할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앵커]
800개가 넘는 패스. 세기도 정말 힘들었을 것 같은데 벤투 감독의 그동안 축구 철학을 보여주는 단어가 바로 점유율축구인데 월드컵 예선 때도 그랬고 약체들을 상대로는 점유율 축구가 효율이 떨어지는 느낌이네요?

[기자]
점유율 축구라는 뜻이 일단 볼을 오래 소유하면서 득점 기회를 만들어내는 그런 축구가 되겠는데 예전에 스페인이 세계 최강 자리 지킬 때 티키타카라는 단어를 만들어내면서 재미를 봤습니다. 하지만 스페인에는 워낙 발재간이 좋았던 선수들이 많았기 때문에 가능했는데 우리나라 선수들의 개인기와는 조금 차이가 있어 보입니다. 요즘은 무조건 점유율을 높이는 것보다는 공간을 이용하는 효율적인 축구가 더 대세입니다. 보시는 것처럼 송흥민 선수의 소속팀이죠, 토트넘이 대표적입니다. 한두 번의 패스로 순식간에 득점 기회를 만들어내는 이런 축구 스타일인데요. 불필요한 패스를 최소화하는 전술이 되겠습니다.

반면에 우리 대표팀은 세밀함이 부족하기 때문에 압도적인 패스 횟수와 점유율에도 생산성은 떨어지는 겁니다. 북한과 레바논을 상대로 득점 없이 무승부에 그친 이런 경기를 보셨듯이 같은 문제점이 계속 반복되고 있는데요. 전술 자체도 브라질을 상대할 때나 홍콩을 상대할 때나 다른 점이 거의 보이지 않습니다. 좀 답답한 모습을 계속 이어가고 있습니다.

[앵커]
전술에 유연성이 있었으면 더 좋았을 텐데 아쉬움이 드는 대목입니다. 지금 동아시안컵 대회 결과가 그렇게까지 중요한 대회는 아니지만 그래도 나갔으니까 우승컵을 들면 좋을 텐데 전망 어떻습니까?

[기자]
우리 대표팀이 이번에 남자 대표팀이 우승하면 3회 연속 우승인데요. 답답하기는 했지만 어쨌든 첫 경기에서 승점 3점을 챙겼고 15일에는 중국 그리고 18일에는 일본을 차례로 만납니다. 거의 일본과 우승을 다툴 것으로 예상되는데 가장 중요한 건 역시 부상입니다. 이미 김신욱, 이용, 홍철 이런 주축 선수들이 부상으로 대표팀에 합류하지 못했는데 어제 경기에서 김승대 선수가 상대 골키퍼와 부딪히면서 갈비뼈 골절이 됐죠. 그래서 대표팀에서 중도 하차가 확정됐습니다. 더구나 두 번째 상대인 중국은 워낙 거친 경기를 하는 팀으로 유명한데 김승대 대신 원톱으로 나설 이정협 선수가 진가를 발휘해 줘야겠고 어제는 별다른 활약이 없었던 김보경과 문선민도 K리그에서 보여줬던 그런 모습들을 보여줘야 할 시점입니다.

[앵커]
어제 김승대 선수 굉장히 고통스러워하던데 쾌유를 기원합니다. 오늘 이야기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지금까지 스포츠부 허재원 기자와 함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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