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라 태권도는 큰 선물"…절망을 날린 '희망의 발차기'

"파라 태권도는 큰 선물"…절망을 날린 '희망의 발차기'

2019.09.28. 오후 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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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라 태권도는 큰 선물"…절망을 날린 '희망의 발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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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7년, 덴마크 태권도 국가대표였던 리사 게싱(41)은 골수암 판정을 받았습니다. 생애 마지막 도전일지 모를 2008 베이징올림픽 본선 출전을 위해 구슬땀을 쏟고 있던 그에게 의사는 “연골에서 종양이 발견됐다”고 했습니다. 올림픽 개막을 불과 1년 앞둔 시점에서 청천벽력이었습니다.

당시 나이 29살, 포기할 수 없는 나이였습니다. 항암치료와 수술을 시작했습니다. 한때 희망도 품었지만 회복될 조짐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병원을 오간 지 5년이 된 2012년, 게싱은 종양이 자라던 왼쪽 손목을 절단했다. 2004년 그리스 아테네 대회 예선 탈락은 그의 마지막 올림픽 성적이 됐습니다.

그리고 절망이 찾아왔습니다. 절단된 손보다 더 큰 좌절감은 갈수록 피폐해지는 정신에서 찾아왔습니다. 그때 게싱을 일으켜 세운 ‘은인’은 당시 덴마크 태권도 대표팀 감독을 지낸 스승 비야네 요한센이었습니다.

요한센은 패럴림픽 태권도를 제안했습니다. 30대 중반의 나이에 인생에서 가장 혹독한 시기를 보내던 게싱은 그제야 바닥을 짚고 일어섰습니다. 게싱은 이제 덴마크 패럴림픽 태권도 국가대표로 2020 도쿄올림픽 본선을 향해 인생 2막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게싱은 28일 일본 지바현 마쿠하리 메세홀에서 세계태권도연맹 주관으로 열린 도쿄패럴림픽 테스트 이벤트 여자 K44 58㎏ 이상급에서 프랑스의 도전자 시엘 로라를 22대 2로 제압했습니다. 3라운드 경기에서 2라운드가 끝나기도 전에 20점 차이로 점수를 벌려 ‘점수 차 승’을 거둘 만큼 게싱의 기량은 압도적이었습니다.

게싱은 이 경기를 통해 도쿄패럴림픽 본선 출전 가능성을 재확인했습니다. 이미 태권도계 안팎에서 패럴림픽 본선 출전이 유력하게 거론되는 선수 중 한 명입니다. 2013년 스위스 장애인 태권도 챔피언십 우승을 시작으로 6년간 단 1패도 당하지 않았습니다.

게싱은 경기를 마치고 믹스트존에서 “58㎏ 이하급을 이상급으로 올려 패럴림픽 본선에 도전하고 있다”며 “내 방식대로 경기하고 있다. 아직 만족할 수준으로 기량이 올라오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올림픽에서 이루지 못한 메달의 꿈을 패럴림픽에서 달성할 때까지 걸음을 늦추지 않겠다는 얘기입니다.

게싱은 “한때 엄청난 좌절감이 찾아왔고 ‘나쁜 생각’도 가졌지만 지금은 아니다. 손목을 절단했던 2012년 여름에 요한센 감독에게서 전해 들은 패럴림픽 태권도는 나에게 매우 큰 선물이 됐다”며 “도쿄패럴림픽 본선 진출은 대단한 도전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습니다.

##김재형[jhkim03@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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