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성의출발새아침] "전두환, 스포츠 가치 무너뜨린 엘리트 스포츠의 시작"

[김호성의출발새아침] "전두환, 스포츠 가치 무너뜨린 엘리트 스포츠의 시작"

2019.03.13. 오전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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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성의출발새아침] "전두환, 스포츠 가치 무너뜨린 엘리트 스포츠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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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라디오(FM 94.5) [김호성의 출발 새아침]

□ 방송일시 : 2019년 3월 13일 (수요일)
□ 출연자 : 최동호 스포츠문화연구소 소장





◇ 김호성 앵커(이하 김호성): 하나의 키워드를 통해서 각 분야 전문가들의 주옥같은 칼럼, 오디오칼럼 보내드리는 시간입니다. 오늘은 스포츠 편입니다. 최동호 스포츠문화연구소장, 나와 있습니다. 안녕하십니까.

◆ 최동호 스포츠문화연구소 소장(이하 최동호): 안녕하세요.

◇ 김호성: 오늘의 키워드는 무엇이죠?

◆ 최동호: ‘전두환’입니다.

◇ 김호성: 며칠 동안 가장 핫한 이름 석 자 아니었나 싶은데요. 어떻게 이 같은 키워드를 정하게 되신 거죠?

◆ 최동호: 그러니까 전두환 씨가 사자 명예훼손 혐의로 광주지법에 출석하면서 뉴스의 중심에 올라섰죠. 그러면서 체육사적으로도 보면 전두환 씨가 체육에서도 특별한 시기를 만들어냈습니다. 집권했던 기간인 5공화국은 엘리트 스포츠가 굉장히 발전했던 시기였거든요. 그래서 오늘은 전두환과 스포츠, 5공화국과 스포츠라는 프리즘으로 지난 역사를 한 번 되돌아볼까 하는 생각에서 키워드를 ‘전두환’으로 정했습니까.

◇ 김호성: 그렇습니까. 지금 보면 5공화국 하면 스포츠 공화국이다, 이런 얘기까지 하는 분도 있었잖아요. 이 대통령은 스포츠하고 참 밀접한 연관이 있는 대통령이에요.

◆ 최동호: 그렇습니다. 그래서 체육인 중에는 되돌아보면 전두환 때가 가장 좋았다, 이런 얘기를 하시는 분도 계세요. 이 얘기는 뭐냐면 스포츠에 워낙 투자를 많이 하니까 체육계에 돈이 돌았죠. 행사하고 올림픽 하고 아시안게임 하고 하려고 하면 경기장 지어야 되고, 선수 육성해야 되고, 훈련 보내야 되고. 각종 프로그램이 만들어지다 보니까 돈이 투자가 되다 보니까 체육계도 돈이 잘 돌았던 시기이기도 하죠. 그런데 이제 5공화국 시대의 스포츠를 요약하자면 두 가지의 키워드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하나는 88 서울 올림픽이고요. 또 하나는 군부독재죠. 88 서울 올림픽은 전두환 정권에게는 명운을 건 이벤트였기 때문에 성공 개최를 위해서 경기장 짓고 선수 육성하고, 선수들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각종 혜택을 크게 줬죠.

◇ 김호성: 흔히 말하는 엘리트 스포츠의 시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겠어요.

◆ 최동호: 맞습니다. 또 군부독재라는 키워드는 전두환 시대 때 프로축구, 프로야구, 프로씨름 다 만들어졌거든요. 왜 이것을 만들었느냐. 우리가 흔히 얘기하는 국민들의 관심을 정치로부터 격리시키기 위한 3S 정책. 그러니까 스포츠(Sports), 스크린(Screen), 섹스(Sex). 이 3S 정책의 대표적인 수혜를 받아서 스포츠가 많이 발전했죠.

◇ 김호성: 지금 상무라고 부르는 국군 체육부대도 그때 5공화국 때 창설된 거 아니에요.

◆ 최동호: 예, 맞습니다. 그러니까 오늘날 우리가 얘기하는 한국 스포츠의 빛과 그림자가 이 시기에 전부 다 잉태가 됐거든요. 그러니까 빛이라고 한다면 엘리트 스포츠들의 경기력 향상인데. 말씀하신 대로 국군 체육부대 상무가 84년 1월에 만들어졌습니다. 그래서 실제로 많은 성과를 거뒀는데. 86년 아시안게임 금메달 93개 중에 15개, 그러니까 15%를 국군 체육부대가 따냈고요. 또 88 올림픽 금메달 12개 중에 3개, 25%를 또 국군 체육부대가 만들어냈습니다. 그리고 우리 정부 수립 이후에 최초로 문화체육관광부처럼 체육이 다른 분야하고 통합적인 부처로 운영되는 게 아니라 유일무이하게 5공화국 때는 체육부가 있었죠.

◇ 김호성: 그때 체육부장관이 있었던 거예요.

◆ 최동호: 예, 체육부장관도 초대 장관인 노태우였을 정도로 정권의 실세가 내려왔었죠.

◇ 김호성: 그러면 이게 사실은 그때 통치자가 스포츠 광이라는 표현이 어울릴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스포츠에 대한 지대한 관심이 있었기 때문에 이런 분위기가 만들어지지 않았겠어요?

◆ 최동호: 실제로 많은 분들이 말씀하시는 것처럼 전두환 씨는 스포츠를 굉장히 좋아했습니다. 또 육사 시저에 축구선수로 뛰었다는 것도 많이 알려진 사실이죠. 그러다 보니 독재정권 시대에 빚어졌던 일인데 지금 생각해보면 웃지 못 할 일도 사실 있었습니다. 뭐냐면 전두환 씨가 박종환 감독의 상당한 팬이었거든요. 그런데 박종환 감독이 국가대표 감독이 돼서 A매치를 치를 때 전반전 끝나고 휴식시간이 있잖아요. 그 경기 중계방송 보다가 박종환 감독한테 전화 걸어가지고 작전 지시를 내렸다. 거짓말 같은 얘기일 것 같은데 박종환 감독을 통해서 사실 그런 일이 있었다, 라고 확인된 일이고요. 그리고 우리가 주요 대회에서, 국민적인 관심을 모으는 대회나 경기에서 이기게 되면 대통령이 축전 보내기도 하잖아요. 이게 언제부터 시작됐냐면 바로 전두환 때부터였습니다.

◇ 김호성: 전화하는 모습 9시 뉴스에서 보여주고 그랬잖아요.

◆ 최동호: 예, 예. 전화를 걸기도 하고 축전 보내기도 하고, 심지어는 경기 끝나고 난 뒤에 전화 연결해서 대통령과 선수가 얘기하는 모습이 생방송으로 중계되기도 했었죠.

◇ 김호성: 네, 맞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스포츠 전체적인 전반적인 분위기가 좋았다는 빛 이면에는 또 그림자도 있지 않았겠어요?

◆ 최동호: 예, 그렇죠. 스포츠가 메달 따고 엘리트 선수 육성하는 게 전부는 아니죠. 학교체육도 있고 생활체육도 있고, 또 장애인 체육도 많이 있는데 5공화국 때의 스포츠는 엘리트 스포츠에 집중이 됐습니다. 체육의 다른 분야가 모두 다 희생이 됐죠. 학교에서는 선수 길러내기 위해서 스포츠의 교육적인 가치, 공정성이나 정의가 다 무너진 거고요. 또 심지어는 엘리트 스포츠를 육성할 때도 올림픽에서 메달이 가능한 종목을 집중적으로 육성했거든요. 우리나라 스포츠 얘기할 때 올림픽에서 기초종목이 약하다고 하죠. 효자종목 이야기하는데 효자종목은 비효자종목이 있다는 얘깁니다. 이게 이때 이런 구도가 만들어졌다는 얘기죠. 가장 안타까운 것은 우리가 스포츠를 보는 게 아니라 우리가 직접 하는, 참여하는 스포츠이고.

◇ 김호성: 생활체육.

◆ 최동호: 예, 그리고 스포츠의 교육적 가치가 스포츠를 통해서 페어플레이하고 인내하고 경쟁하는, 선의의 경쟁인데 우리 이런 거 다 무너졌잖아요. 스포츠 한 번 하면 성공하기 위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성적지상주의 이런 게 그림자로 지금 부작용이 막 나타나는 거죠.

◇ 김호성: 그림자를 빛으로 바꾸는 노력이 병행돼야 하지 않을까, 이런 생각이 드네요.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 최동호: 고맙습니다.

◇ 김호성: 지금까지 최동호 스포츠문화연구소 소장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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