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비꽃 지다', 한국의 밥 딜런 조동진 씨 별세

'제비꽃 지다', 한국의 밥 딜런 조동진 씨 별세

2017.08.28. 오후 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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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즈넉하고 담담한 목소리로 많은 이들의 마음을 어루만졌던 한국 포크계의 큰 별, 조동진 씨가 암 투병 중 오늘 새벽 세상을 떠났습니다.

오는 9월 16일 공연에서 모처럼 노래를 하기로 했던 터라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습니다.

1947년생인 조동진 씨 올해로 70세입니다.

1966년 미8군 록밴드로 음악을 시작했지만, 그 시절 '가수' 조동진의 목소리를 찾기는 어렵습니다.

가수보다는 록그룹 '쉐그린'과 '동방의 빛' 리드 기타리스트 또는 작곡가로 주로 활동했습니다.

단순해 보이지만 사실 부르기 쉽지 않은 조동진의 노래를 송창식, 양희은, 김세환 같은 동시대 최고 가수들도 온전히 소화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그렇다 보니, 자신의 노래를 직접 불러 첫 앨범을 내게 됐습니다.

음악을 시작한 지 13년 만이었는데요.

강호의 숨은 고수가 발표한 이 앨범은 여느 신인 가수의 앨범과는 차원이 다르다는 평을 받았습니다.

지금 나오고 있는 이 곡이 1집 타이틀 곡 <행복한 사람>입니다.

반응은 정말 대단했습니다.

<행복한 사람>과 함께 주옥같은 노래로 입소문을 탄 앨범은 1981년까지 무려 다섯 번에 걸쳐서 다시 발매됐고요.

30만 장이 팔렸습니다.

TV 같은 매체로 대중 앞에 서지 않는 그였지만, 이 곡과 앨범은 '조동진'을 가수로 세상에 알렸습니다.

오랜 무명에서 벗어난 이후엔 <동아 기획>의 수장으로 '음악 사단'을 이끌었습니다.

<동아 기획>은 1980년대를 대표하는 언더그라운드 음악인들의 산실이었지요.

많은 이들의 추억 속에 자리 잡고 있는 들국화, 김현철, 봄여름가을겨울, 시인과 촌장의 음악이 <동아 기획>에서 탄생했습니다.

지난해 20년 만에 6집을 발표하기도 했지요.

6집은 세월만큼 더 깊어져 있었습니다.

특유의 서정성 짙은 노랫말도 여전했는데요.

20년이 이렇게 빨리 가는 줄 몰랐다던 조동진 씨.

6집 앨범 감상회에선 그저 "기타를 집어넣는 데 10년, 꺼내는 데 10년이 걸린 셈이네" 라는 한 마디 감상평만을 남겼습니다.

시인에 비유될 만큼 서정적인 가사는 노래를 더 빛나게 했습니다.

저도 참 좋아하는 노래, <제비꽃>의 가사인데요.

여린 느낌의 보랏빛 제비꽃과 참 잘 어울리는 가사지요.

한 시인은 그의 재능이 부럽다고 할 정도였고요. 많은 이들은 노래 가사로 노벨 문학상을 받은 밥 딜런에 조동진 씨를 빗대곤 했습니다.

최근 방광암 4기로 수술을 앞두고 있다는 소식에 팬들은 쾌유를 기원했지만 끝내 병마를 이기지 못했습니다.

'제비꽃'을 부르던 가수는 마지막 공연도 못한 채 끝내 지고 말았지요.

하지만 마음을 울리는 조동진의 노래와 노랫말은 오래도록 많은 이들의 가슴에서 피어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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