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게 공개된 北 18세 수학영재의 극적 탈북 스토리

뒤늦게 공개된 北 18세 수학영재의 극적 탈북 스토리

2017.02.28. 오후 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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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7월 홍콩 국제수학올림피아드에 참가한 북한의 18살 수학 영재가 한국 총영사관을 통해 탈북했습니다.

북한에서 촉망받던 인재, 게다가 10대 소년의 '나 홀로 탈북'이었기에 더 큰 주목을 받았죠.

오늘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가 북한 수학영재 리정열 군의 망명 과정을 보도했습니다.

수학 올림피아드 폐막 다음 날인 7월 17일, 리 군은 인솔 교사의 감시가 느슨해진 틈을 타 홍콩 과기대 기숙사에서 탈출했습니다.

무작정 택시에 올라타고 홍콩 국제공항으로 출발한 리 군.

누군가 기다리고 있었을까요.

아닙니다. 만날 사람도, 심지어 여권도 없었습니다.

리 군은 그저 '공항에 가면 한국인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는 한 가닥 희망을 걸고 탈출했습니다.

공항 청사로 들어선 리 군은 무작정 한국 항공사 데스크를 찾았습니다.

그리고는 "나는 북한 사람이다, 한국으로 가고 싶다" 이렇게 자신의 신분과 목적을 밝혔습니다.

카운터 직원이 뛰어나와 한국 총영사관에 전화를 걸었습니다.

리 군과 통화가 연결된 영사관 관계자는 외교관이 탈북에 직접 개입할 수 없다는 원칙 때문에 택시를 타고 직접 한국 총영사관으로 와달라고 요청했습니다.

리 군은 다시 홀로 택시를 타고 총영사관으로 향했습니다.

공항에서 한국 총영사관으로 가는 40분, 리 군에겐 40년 같은 여정이었겠죠.

리 군은 2014, 15년에도 수학 올림피아드에 연달아 참여했습니다.

대회에서 만난 한국 학생들을 통해 남북의 차이를 알았습니다.

북한 강원도에 있는 집에서는 한국 방송 전파도 잡혔습니다.

고3, 2016년 대회는 마지막 참가였습니다.

리 군은 탈북 기회도 마지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탈북하는 데는 용기도 필요했겠지만 자금도 필요했겠죠.

리 군의 아버지는 아들의 탈북 계획을 말리지 않았습니다.

홍콩으로 떠나기 전 탈북 결심을 아버지에게 털어놓은 리군.

탈북자 가족에 대한 보복 우려에도 중학교 수학 교사였던 아버지는 오히려 미화 200달러(약 22만6천 원)를 구해 손에 쥐여 줬습니다.

절절한 부정을 안고 홀로 탈북한 리 군은 두 달만인 지난해 9월 일본을 거쳐 한국에 입국했습니다.

최근 국내 수학경시대회에서도 우승한 리 군, 곧 한국의 대학에 입학해 학기를 시작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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