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에 첨단 CG 기술을 심는 사람들

네팔에 첨단 CG 기술을 심는 사람들

2019.06.16. 오전 0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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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말라야'라는 거대한 지붕 아래 고요히 자리를 잡고 있는 나라.

그 날도 사람들은 별다를 것 없는 평온한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예고 없이 들이닥친 강진은 참 많은 것을 앗아 갔다.

아픔을 삼켜낸 4년의 세월, 조심스레 꿈의 기지개를 켜고 있는 청년들이 있다.

태어날 때부터 다리가 불편한 고빈다 군.

절망의 나날을 보내던 그의 마음속에는 어떤 꿈이 자라고 있을까?

지난 3월 카트만두 시내에 들어선 컴퓨터 그래픽 교육센터.

코이카와 한인 기업이 함께 손을 잡고 설립한 곳이다.

영화에 들어가는 특수효과는 물론 그래픽 디자인 수업이 한창이다.

5:1의 경쟁률을 뚫고 교육 기회를 잡은 청년들은 모두 부모를 잃었거나, 몸이 불편한 아픔을 갖고 있다.

고빈다 군의 눈이 총총히 빛난다.

[고빈다 네팔 / 21세·네팔 CG 교육센터 학생 : 저는 영화 특수효과를 배우고 있어서 나중에 꼭 영화 특수효과 제작자가 되고 싶어요.]

수업을 이끄는 사람은 한국에서 온 전문 강사들!

틈만 나면 전기가 끊기는 등 열악한 상황이야 더 말할 것도 없다.

말도, 문화도 낯선 네팔에서는 일상이 모험이다.

[민경애 / 강사·그래픽 디자이너 : 네팔에 오기로 결정하고 나서 급하게 네팔이란 나라에 대해 찾아보게 됐어요. 대한민국이랑은 많이 다른 나라 같아요. 길거리에 소가 막 돌아다니고 개랑 새들도 엄청 많아요. 가끔 원숭이도 지나다니고, 동물이 많다 보니까 길거리에 똥이 정말 많았죠.]

말이 통하지 않으니 수업 진도는 더딜 수밖에 없다.

게다가 대부분 컴퓨터를 처음 접하는 학생들이라 처음부터 애를 먹었단다.

[민경애 / 강사·그래픽 디자이너 : 아예 컴퓨터를 다뤄보지 못한 친구들이 너무 많았거든요. 원래 컴퓨터를 다뤄봤던 친구들도 굉장히 어려운데 아예 컴퓨터를 다뤄보지 못한 친구들에게는 당연히 어려웠을 거예요.]

[썬제이 샤캬 / 통역사 : 이 친구들에게 애니메이션 수업할 때 영어로 된 단어를 전달할 때 제가 먼저 배우고, 전달해야 되니까 그게 좀 힘들었어요.]

갑자기 밖에 나가 신나게 뛰는 학생들!

이것도 다 수업의 일부란다.

[허성회 / 강사, 그래픽 디자이너 : 수업에서 들었다고 해서 그걸 이해할 수 있는 게 아니고, 이런 과정을 통해서 제대로 만들어나가는 과정을 거치게 돼요. 실습을 통해서. 학생들은 아무래도 경험이 적다 보니까 동작을 분석하는 능력이 많이 떨어져요. 작업한 걸 같이 보면서 하나하나 수정해주는 과정을 거치는 거죠.]

세계에서 가장 가난하지만 교육열만큼은 가난하지 않은 나라.

인구 열 명 중 한 명이 해외로 진출해있고 '배움에 대한 의지'가 한여름 태양만큼이나 뜨겁다.

여기서 우리는, 네팔의 미래를 본다

[송다혜 / 네팔 코이카 관계자 : CG 산업 분야는 성장하고 있는 산업 분야이기도 하고 한국의 CG 기술이 할리우드에 뒤처지지 않을 정도로 많이 발전을 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 CG 전문가들이 네팔에 와서 네팔 사람들을 교육 시켜 준다면 그 사람들 또한 CG 산업 분야의 전문가를 이끌 수 있는 경쟁력 있는 분야라고 생각합니다.]

네팔 수도 카트만두에는 약 열두 군데의 그래픽 제작 업체가 있다.

대부분 미국이나 한국, 중국 등에서 하청을 준 회사들이다.

저렴한 인건비 대비 교육열은 높아 컴퓨터 그래픽 분야 전망이 밝은 편이다.

아주 느리지만 꿈을 향해 한 걸음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는 네팔 청년들.

[삼좐나 라이 / 20세·네팔 CG 교육센터 학생 : 이제 제가 장애인이라고 느껴지지 않습니다. 이렇게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얻어서 나도 무엇인가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디네쉬 카날 / 21세·네팔 CG 교육센터 학생 : 교육을 받으면서 팀워크를 쌓는 법을 배우고 다른 사람과 어울리는 능력이 많이 늘었습니다.]

[카루나 타망 / 25세·네팔 CG 교육센터 학생 : 애니메이션을 열심히 배워서 나중에는 제 이름을 건 스튜디오를 여는 것이 꿈입니다.]

달팽이는 느리지만, 절대 뒤로는 가지 않는단다.

다시, 희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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