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외상에 '긋는다'는 표현을 쓸까요?

왜 외상에 '긋는다'는 표현을 쓸까요?

2016.12.05. 오전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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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윤경]
동네 슈퍼에 단골손님이 출근 도장을 찍었습니다.

단골손님 : 나 왔어~

[조윤경]
손님이 왔는데 주인은 반갑지 않은 표정인데요.

단골손님 : 이거 알지?

[조윤경]
알고 보니 자주 외상을 긋는 손님이었군요.

이에 맞서는 주인의 반격, 외.상.사.절입니다.

슈퍼주인 : 이것 좀 보세요!
단골손님 : 왜 그래~ 우리 사이에~ 달아놔.

[정재환]
값을 나중에 치르기로 하고 물건을 사고파는 것을 '외상'이라고 하죠.

예전에는 가게마다 외상 장부가 있을 정도로 외상을 긋는 일이 흔했는데, 요즘에는 카드 사용이 생활화되어 외상을 긋는 일이 별로 없습니다.

[조윤경]
저도 요즘엔 통 못 본 것 같은데요.

[정재환]
그런데 외상을 할 때 주로 '긋는다'라는 표현을 쓰거든요. 왜 그런 걸까요?

[조윤경]
이 말은 1900년대 초 서울의 선술집에서부터 시작됐습니다.

선술집에 자주 드나드는 단골손님들은 잔술을 외상으로 마시곤 했는데요.

하지만 당시 선술집 주인들은 주로 글자를 모르는 경우가 많아서 외상 장부에 기록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벽에 외상 손님이 마신 술잔 수만큼 작대기를 그어서 표시하는 것이었습니다.

[정재환]
그런데 말이죠. 작대기만 그어져 있으면 누가 얼마나 마셨는지 헷갈리지 않겠습니까?

[조윤경]
그래서 선술집 주인들은 외상술을 먹는 손님의 특징을 벽에 그렸어요.

가령 코가 큰 사람은 코를 그려놓고, 얼굴에 사마귀가 있는 사람은 점을 찍어 놓았죠.

그런 다음 외상술의 잔 수대로 작대기로 그었는데요.

그 뒤부터 '외상'에는 '긋는다'는 표현을 쓰게 됐습니다.

[정재환]
오늘 배운 재미있는 낱말! '외상을 긋다'입니다.

[조윤경]
값을 나중에 치르기로 하고 물건을 사고파는 일을 뜻하는 말인데요.

1900년대 초 선술집에서 외상술을 팔고, 벽에 마신 잔 수대로 작대기를 그어서 표시하는 것에서 유래됐습니다.

[정재환]
예전에는 물건을 집어 들고 '달아놓으세요' 이 말 한마디면 외상거래가 성사됐습니다.

[조윤경]
손님과 주인 사이에 신뢰가 끈끈하게 쌓였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 같은데요.

[정재환]
요즘은 외상을 긋지 않고 카드를 긁는 편리한 세상이 됐지만, 가끔 손님을 믿고 외상을 주던 푸근한 인심이 그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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