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없던 나라의 설움이 담긴 '미역국을 먹다'

힘없던 나라의 설움이 담긴 '미역국을 먹다'

2016.09.26. 오전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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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환] 
남편이 바쁘게 아침상을 차리고 있습니다. 

오늘의 메뉴는 영양 만점 미역국, 그런데 기뻐하는 엄마와 반대로 아들은 화를 내는데요. 

[아들]
미역국 먹고 시험에서 떨어지면 어떡해! 나 시험인 거 몰라?

[정재환]
서운한 마음에 버럭 화를 내고 말았습니다.

[남편]
생일 축하해!

[아내]
고마워! 자기밖에 없어.

[정재환]
웬 케이크인가요? 

아하 알고 보니 오늘이 엄마의 생일이었군요.   

생일에도 먹고, 아기 낳은 후에도 먹는 미역국, 어쩌다 '시험에 떨어지고', '직위에서 떨려난다'는 뜻이 생겼을까요? 

[조윤경]
여기에는 우리의 아픈 역사가 숨어 있습니다.

1907년 일제 침략자들이 조선 군대를 강제 해산시킨 사건이 있었습니다.

군대가 해산돼 나라는 더욱 위기에 처하고 군인들은 일자리를 잃고 곤궁한 상황에 빠지게 됐죠.

이때 군대의 해산(解散)과 아이를 낳는 해산(解産)의 소리가 같아 해산(解産)때 미역국을 먹는 풍속을 떠올린 것에서 유래됐습니다.  

[정재환]
아~ 군대를 해산(解散)하라!

아이 낳는 해산 (解産)인가?

그럼 미역국을 먹으란 건가? 

이렇게 된 거로군요.

[조윤경] 
네. 그 후 '미역국을 먹으면 직장을 잃는다', '직위에서 떨려난다'식의 얘기가 구전으로 내려온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1947년에 발행된 '큰사전'을 보면 '미역국 먹다'를 '무슨 단체가 해산되거나 또는 어디에서 떨려남'을 이르는 은어로 기술하고 있습니다. 

[정재환]
오늘 배운 재미있는 낱말, '미역국을 먹다'입니다. 

[조윤경] 
시험에서 떨어지거나 직위에서 떨려난다는 뜻입니다. 

1907년 조선 군대가 일본에 의해 강제해산 당했는데요. 

해산(解散)이란 말이 아이를 낳는 해산(解産)과 같아 해산 때 미역국을 먹는 풍속과 연관 지으며 생겨났습니다.  

[정재환]
시험날에 미역국을 안 먹는 것보다 평소에 공부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은 성적을 받는 데 유리하겠죠.

[조윤경]
하는 일에서 미역국 먹지 않으려면 미리 준비하고 매사 꼼꼼하게 챙겨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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