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조의 밀서에 '뒤죽박죽' 표현…왜?

정조의 밀서에 '뒤죽박죽' 표현…왜?

2016.04.25. 오전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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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장각을 설치해 인재를 육성하고 화성을 건설하며 개혁을 꿈꿨던 조선의 제22대 왕 정조.

정조의 아버지 사도세자의 죽음이 정당했다고 주장한 조선 후기 문신 심환지.

지난 2009년, 친할 것 같지 않았던 두 명의 역사적 인물이 주고받은 비밀편지가 무려 300통 가까이 발견되었는데요, 그 편지 중 하나에 재미있는 단어 '뒤죽박죽'이 발견됩니다.

1797년 4월 11일에 보낸 편지에만 등장하는 뒤죽박죽은 다른 편지에서는 발견되지 않았던 한글 단어인데요, 도대체 어떤 내용의 편지였기에 뒤죽박죽이란 단어가 등장했을까요?

"지금처럼 벽파의 무리가 뒤죽박죽이 됐을 때는 종종 이처럼 근거 없는 소문이 있다 해도 무방하다. 이해할 수 있겠는가? 이만 줄인다."

정조가 뒤죽박죽이란 한글을 사용한 것에는 여러 의견이 있는데요.

편지를 쓰면서 마음이 격앙되어 한글을 썼다는 것과 뒤죽박죽을 대신할 만한 한자가 생각나지 않아 한글로 적었다는 것 등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 진실은 정조만이 알고 있을 것입니다.

정조는 뒤죽박죽 외에도 호로자식, 생각 없는 늙은이 등 거침없는 표현을 편지에 담았는데요, 재미있는 것은 그 당시 정조는 전통적 고문을 문장의 모범으로 삼는 문예운동을 벌였다는 것입니다.

청에서 들어오는 패관소설과 잡서의 수입도 금지하는 것은 물론 문체가 불순한 자는 과거에도 응시하지 못하도록 했죠.

정조는 심환지에게 보낸 편지에서 편지를 본 후 없애버릴 것을 계속해서 강조했는데요, 심환지는 어명을 거역하면서까지 이 편지들을 끝까지 보관했고 덕분에 정조의 비밀이야기도 오늘날까지 전해질 수 있었습니다.

성군으로 전해지던 조선의 22대 왕 정조.

그가 남긴 편지 속에서 솔직한 인간으로서의 면모를 엿볼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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