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파일] 'AI 알고리즘' 전성시대..."설명 요구할 권리" 시급

[와이파일] 'AI 알고리즘' 전성시대..."설명 요구할 권리" 시급

2021.04.13. 오후 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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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파일] 'AI 알고리즘' 전성시대..."설명 요구할 권리" 시급
사진 출처 : 게티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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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지금 이 기사를 보고 있다면 십중팔구 포털 사이트를 통해서일 겁니다. 정부 여론집중도조사위원회가 확인해보니 2018년, 포털 사이트 5곳(네이버, 다음, 네이트, 줌, MSN)의 인터넷 뉴스 이용 점유율은 89.3%에 달했습니다. 사실상 거의 모든 이용자가 매일 포털 사이트가 보여주는 대로 뉴스를 소비하고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언론사들이 적지 않은 비용과 인력을 투입해 구축한 홈페이지는 갖은 노력으로도 이용자들을 끌어오는 데 실패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포털 두 곳, 네이버와 다음은 사람 대신 '알고리즘'이 뉴스를 편집합니다. 어떤 뉴스를 전면에 배치하고 어떤 기사는 뒤로 뺄지 'AI'가 자동으로 정해주는 겁니다. 카카오는 2015년부터 모바일 뉴스에 AI 추천 서비스 '루빅스'(현재 카카오i)를, 네이버는 2017년부터 맞춤형 뉴스 추천 알고리즘 '에어스'를 도입했습니다.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 등 굵직한 계기마다 포털의 여론 독과점과 뉴스 편집 공정성이 도마에 오르자 문제를 일거에 해결하는 데우스 엑스 마키나로 사람 대신 AI를 선택한 셈입니다. 그 후 뉴스 편집에 대한 포털 측 입장은 확고부동해졌습니다. "뉴스 편집 알고리즘에 사람이 개입할 여지는 전혀 없고, 100% AI가 담당한다"는 말로 모든 논란에 대처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불완전한 인간이 완전무결한 기술을 만들 수 없으니 완벽한 알고리즘도 존재할 리 없습니다. 작년 10월까지 서비스된 네이버 '많이 본 뉴스'의 언론사별 점유율을 보면 <중앙일보>와 <조선일보>, <연합뉴스> 3곳의 비중이 39.9%에 달했습니다. 네이버와 뉴스 콘텐츠 제휴를 맺은 언론사가 70여 곳임을 고려하면 편중 현상이 두드러져 보입니다.

다음의 뉴스 편집 패턴은 YTN에서 직접 분석했습니다. 4월 6일부터 12일까지 일주일간 다음 모바일 홈에 게시된 기사들을 언론사별로 집계했습니다. 물론, 네이버와 다음을 직접 비교하기는 무리입니다. 그럼에도 네이버 '많이 본 뉴스'에서 상당한 경쟁력을 입증한 언론사 기사라면 다음 모바일 홈에도 많이 노출되지 않겠느냐는 상식적 물음에 충실하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결과는 상당히 달랐습니다. 네이버 '많이 본 뉴스' 점유율 압도적 1위였던 <중앙일보>는 다음 모바일 홈에선 노출 빈도가 5위에 그쳤습니다. 특히 2위였던 <조선일보>는 노출 빈도가 무려 14위로 급전직하했습니다. 반대로, 네이버 '많이 본 뉴스' 16위 매체인 <뉴스1>과 23위 <뉴시스>는 다음 모바일 홈에서는 각각 2위, 3위로 '떡상'했습니다. 이에 따라 <연합뉴스>와 <뉴스1>, <뉴시스> 등 뉴스통신사 3곳의 기사 노출 비율은 다음에서 32%(전체 73개 매체)까지 늘어났습니다.

두 포털이 왜 이리 차이가 나는지 현재는 알 길이 없습니다. 알고리즘이 철저히 베일에 싸여있어 '설계 변수가 많이 다른가 보다'는 단편적 추론에 그칠 뿐입니다. 이 비교치가 너무 투박하다고 속단하기는 이릅니다. 스트레이트 제작진의 분석입니다.

네이버에서 새 ID 2개를 만들어 ID별로 2주간 각각 진보·보수 성향 기사만 읽도록 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진보와 보수를 가리지 않고 <중앙일보>와 <조선일보>, <연합뉴스> 기사는 'MY 뉴스' 추천 빈도가 타 매체보다 훨씬 높았습니다.
다음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어떤 걸 읽었든 성향과는 무관하게, 모바일 홈에 <연합뉴스>, <뉴스1>, <뉴시스> 순으로 기사가 추천됐습니다. YTN 분석 내용과도 정확히 일치합니다. 맞춤형 정보가 주어져 갈수록 이용자의 확증 편향이 강화된다는 '필터 버블'마저 성립하지 않는 결과입니다.

포털의 뉴스 편집 알고리즘이 편향돼 있다거나 특정 매체에 유리하다는 의구심은 그래서, 경쟁에서 뒤처진 회사의 악다구니로만 치부할 수 없는 겁니다. 알고리즘이 텍스트 기사와 영상 콘텐츠가 첨부된 방송 기사를 구분하지 못해 포털 뉴스 추천에서 방송사가 후순위로 밀리는 건 당연해 보입니다. 하지만, 포털에서 특정 매체 기사만 반복해 소비되고 있다면 여론 다양성 측면에서라도 간단히 보아 넘길 일은 아닙니다.

이와 관련해 네이버는 스트레이트 첫 보도에 정정보도 청구 소송을 냈고, 별도로 뉴스 알고리즘 검토위원회를 꾸려 외부 검증에 나서기로 했습니다. 다음은 언론사별 온라인 뉴스 전략에 따른 결과일 뿐 알고리즘에 특별한 문제는 없다는 입장입니다.

일각에서는 포털 뉴스 편집 알고리즘 공개를 주장하기도 합니다. AI 기술도 결국 만들어진 것이니 뉴스 추천에 문제가 있다면 포털 사업자가 책임져야 한다며, 기본 원칙만큼은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는 겁니다. 다음 창업자인 이재웅 전 쏘카 대표도 "AI 시스템이 정치적으로 중립적인지 판단하기 위한 감사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포털 뉴스 경쟁력 확보에 사활을 건 언론사들로서는 반색할 이야기입니다. 반면, 우려의 목소리도 함께 나옵니다. 뉴스 추천의 공정성 혹은 중립성 기준이 사람마다 제각각이라 알고리즘을 공개해도 논란은 똑같을 것이라는 반박입니다.

다만, 유럽연합의 경우 2016년 4월, '일반개인정보보호규정(GDPR : General Data Protection Regulation)'을 통과시켜 '설명을 요구할 권리'를 인정했습니다. 사용자가 알고리즘이 내리는 자동화된 의사 결정에 의문이 들 경우 작동 원리에 대한 설명을 기관 등에 요구할 수 있는 겁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포털 측은 공정성이 강조된 시점마다 뉴스 서비스에서 힘을 빼왔습니다. '뉴스 편집'을 포기하고, '많이 본 뉴스'를 없애고, '실시간 검색어'를 폐지하는 등 책임 소재를 줄이는 데 방점을 두고 변화해온 겁니다. 종래에는 성가시기만 하고 가성비 떨어지는 뉴스 서비스 자체를 없애버릴 것이라는 이야기마저 들려옵니다.

물론 '기레기'로 요약되는 언론 개혁이 보다 시급한 과제임은 부정할 수 없어 'AI 뉴스 추천' 이슈는 부차적으로 느껴질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온라인 뉴스 이용자의 89%가 여전히 포털을 통해 뉴스를 소비하는 현실에서 관련 논의를 무작정 미루기도 어렵습니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논란이 재발할 가능성 또한 매우 큽니다. 설명을 요구할 권리까지는 아니더라도, 요즘 들어 부쩍 '신의 영역'으로 평가받는 알고리즘에 대해 인간들이 제대로 설명을 들을 기회 정도는 주어지길 바랍니다.

권민석 기자(jebo24@ytnpl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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