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파일] 잠재적 전쟁터로 변해가는 우주...軍, 레이저 우주물체 추적·감시 기술 개발 착수

[와이파일] 잠재적 전쟁터로 변해가는 우주...軍, 레이저 우주물체 추적·감시 기술 개발 착수

2021.01.27. 오후 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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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당국, 레이저로 우주 물체 추적·식별 기술 개발 착수
북한, 8차 당 대회에서 군사정찰위성 강조
중국·러시아·일본, 우주 군 전력 강화 움직임
[와이파일] 잠재적 전쟁터로 변해가는 우주...軍, 레이저 우주물체 추적·감시 기술 개발 착수
레이저 기반 우주물체 감시·추적 기술 개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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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당국이 레이저로 우주 물체를 추적·식별하는 기술 개발에 착수했습니다.

뜬금없이 왜 군 당국이 우주 얘기를 했을까요?

최근 북한은 8차 당대회에서 군사정찰위성으로 정찰 정보 수집 능력을 확보하겠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사실 북한은 365일 24시간 북한 곳곳을 속속들이 들여다 볼 수 있는 미국의 군사위성을 의식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10월 북한이 자정을 넘겨 열병식을 진행할 당시 미국 현지 시각은 오전 10시로 대다수 사람들이 활동하는 시간대였던 만큼, 북한이 미국의 첩보 위성이 대북 정보활동을 하는 시간대를 확인해 대응했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군사위성이라고 선언해놓고 대륙간탄도미사일, ICBM 기술을 개발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도 있지만, 북한의 군사위성에 대한 의식과 갈증이 큰 건 분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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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군도 올해 업무보고에서 군사위성 확보를 통한 우주·사이버 안보 역량 강화 목표를 제시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국방과학연구소 (ADD) 부설 방위산업기술지원센터가 '차세대 우주물체 정밀 추적·식별과 능동 대응 기술' 개발을 위한 통합 착수 회의를 개최한 겁니다.

이 기술은 지상에서 발사한 레이저의 왕복 시간을 계산해 인공위성과 우주 물체의 궤도를 정밀하게 추적·예측할 수 있습니다.

한반도 상공을 지나는 인공위성과 우주 물체에 대한 감시·추적 능력을 확보하기 위해 이 기술 개발에 착수한 겁니다.

ADD 등에 따르면 한반도를 지나는 위성은 하루 천여 개에 달하고 이 가운데는 중국과 러시아의 '킬러 위성'도 있습니다.

'킬러 위성'이란 레이저나 미사일로 적의 군사 위성을 파괴하려고 만든 인공위성인데 어릴 적 만화 영화에서 보던 게 이제 현실이 됐습니다.

심지어 중국의 경우 '로봇 팔'을 가진 킬러 위성을 개발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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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레이저 기반 우주 물체 감시·추적 핵심 기술 개발 주관은 지난해 6월부터 공모와 협상 절차를 거쳐 한화시스템이 선정됐고, 한국천문연구원, 한국표준과학연구원, 광주과학기술원, 한국광기술원, 두산, 공주대학교, 연세대학교 등 국내 위성 추적, 레이저 개발과 관련된 전문 기술을 보유한 기관도 참여하게 됩니다.

오는 2025년까지 약 450억 원의 예산이 투입되는 레이저 우주 물체 추적·감시 기술은 미래에 우주가 새로운 싸움터가 될 것이란 예측에 따른 것으로 보입니다.

한때 공군의 슬로건이 '우주 공군'이었던 것 기억하시나요?

지난해 9월 최초로 '위성 감시 통제대'를 창설한 공군은 '스페이스 오디세이 프로젝트'란 이름의 우주 전력 발전 계획을 수립했습니다.

1단계인 2030년까지 우주 기상 예·경보 체제, 고출력 레이저 위성 추적 체계 등 우주 감시 체계를 갖추게 됩니다.

2040년까지 2단계에서는 수송기를 이용해 공중에서 위성을 발사하고, 우주 작전 연동 지휘 통제 체계도 구축한다는 계획입니다.

3단계인 2050년까지는 공중 기반 대우주 작전 체계를 구축하고, 아군 우주 전력 위협에 대한 억제 능력을 확보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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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도 3단계 계획을 수립해 '육군 우주력' 확보에 나설 계획인데, 1단계로 2025년까지 사이버전과 전자전 개념을 연구하고, 지상에서 우주에 있는 적의 '킬러 위성'을 파괴하는 레이저 무기 체계 개념 연구 등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2단계로 2025~2030년까지 우주 정보 통합 공유 체계와 소형 위성 지상 발사체 등을 개발하고, 3단계로 2030년부터 육군 위성 통합 운영 센터 구축, 저궤도 전술 정찰 위성과 소형 통신 위성군 등을 개발한다는 방침입니다.

우리 주변국 상황은 어떨까요?

지난해 11월 일본은 한반도와 중국 동향을 감시하는 첩보위성이 수집한 정보를 전송하는 데이터 중계위성을 성공적으로 발사했습니다.

데이터 중계위성을 사용하면 위성이 관측한 자료를 보낼 수 있는 시간이 9배로 늘어나 일일 평균 9시간 전송이 가능해진다고 합니다.

스가 요시히데 총리는 정보수집 위성을 최대한 활용해 계속 일본의 안전 보장과 위기 관리에 만전을 기하겠다는 방침을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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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최근 일본 방위성은 북한과 중국 등의 변칙 궤도로 날아가는 극초음속 신형 미사일을 인공위성으로 감시하는 최신 기술을 파악하기 위해 연구 용역 사업을 발주했습니다.

일본 마이니치 신문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 정부 연구 사업 비용으로 약 8,800만 엔이 올라간 이 사업에 234원을 써낸 미쓰비시 전기가 낙찰돼 14일 연구용역 계약이 정식으로 체결돼 논란이 일기도 했습니다.

미쓰비시 전기가 수주한 사업은 여러 인공위성을 같은 고도에 배치해 미사일을 감시하고 탐지하는 '림(Rim) 관측' 기술의 실용화에 관한 조사연구로 알려졌는데 위성 사업의 '촉망 받는' 장래를 고려해 승부수를 던진 셈입니다.

이어 2020년대 중반에는 일본 정부가 우주 공간에서 중국이나 러시아 군사위성 등의 공격에 대비한 방어용이라며 다른 위성을 무력화하는 '방해 위성'을 띄우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습니다.

일본 정부는 이미 정보수집위성, 통신위성, 위치 측량 위성을 이용하고 있는 자위대에 지난해 5월 '우주 작전대'를 창설했는데 이 우주 작전대가 방해위성을 운용할 전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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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우주 개발을 놓고 미국과 경쟁하던 러시아는 어떨까요?

2019년 러시아 인공위성 '코스모스 2542'호에서 분리된 '코스모스 2543호'는 새로운 물체를 다른 궤도로 쏘아 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를 놓고 미국은 다른 위성 궤도에 특정 물체를 발사해 미국의 군사위성을 위협하고 있다고 주장했고, 러시아는 다른 러시아 위성의 작동 상태를 파악하기 위한 사찰 위성이라고 맞섰습니다.

지난해 3월에도 미국 우주 사령부는 러시아의 '코스모스 2543'호가 궤도와 시간을 조정해 미 군사위성 KH-11호를 160㎞ 뒤에서 바짝 쫓고 있다고 밝혔고, 미 국무부는 러시아의 우주 활동은 정치적이라며 우려를 표명했습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과 러시아의 위성요격용 킬러위성이 미국과 일본의 위성에 요격 훈련을 위해 반복적으로 접근했다고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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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우주 개발에 적극적인 중국은 풍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러시아를 지원하며 노하우를 전수받고 있어 우주가 잠재적인 전쟁터로 변해가고 있는 형국입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미국 바이든 행정부도 트럼프 행정부의 유산인 '우주군'은 살생부에서 제외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일단 방위산업기술지원센터 측은 YTN과의 통화에서 이번 기술 개발은 국민에게 위협이 될 수 있는 우주 쓰레기, 잔해물, 발사체 추락을 대비하기 위한 감시, 추적을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다만 워낙 많은 위성들이 쏘아올려진 만큼, 우리도 위성을 올린 마당에 위성을 추적, 감시하는 능력을 갖추고 위협에 대비하는 게 필요하다며 당장 현존하는 위협은 아니지만 이런 기술 개발이 군에서도, 민간에서도 운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습니다.

안전 측면을 강조했지만, 결국 우리 군도 이제 우주에서의 군사적 위협을 더 이상 좌시할 수 없는 상황까지 왔다는 인식을 보여준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입니다.

##이승윤[risungyoon@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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