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파일]평생 철장에 갇혀 지낸 댕댕이들..."이제 꽃길만 걷자"

[와이파일]평생 철장에 갇혀 지낸 댕댕이들..."이제 꽃길만 걷자"

2020.12.19. 오전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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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파일]평생 철장에 갇혀 지낸 댕댕이들..."이제 꽃길만 걷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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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동물보호단체가 강원도 춘천에 있는 이른바 개 농장을 급습했습니다.
흡사 닭장과도 같은 좁은 철장 안에 어미와 새끼강아지 수십 마리가 갇혀있었습니다.
발을 땅에 디딜 수 없고, 차디찬 겨울 칼바람을 그대로 맞아야 하는 철제 '뜬장' 안 이었습니다.

[와이파일]평생 철장에 갇혀 지낸 댕댕이들..."이제 꽃길만 걷자"



▶강아지 공장 구출 작전…농장주는 오리발

동물보호단체 회원들이 다가가자 강아지들은 온몸으로 반가움을 표시했습니다.
떨어질 듯, 꼬리를 격하게 흔들고, 비좁은 철장 틈새로 앞발과 얼굴을 내밀어 서로 손길을 달라고 버둥거렸습니다.
사람 손길이 그리웠던 겁니다.
하지만 어미 개들은 낯선 이들을 경계했습니다.
필시 이번에도 자신의 새끼들을 데려가기 위해 찾아온 사람들이라 생각했을 겁니다.

문제는 농장주가 소유권을 포기하느냐였습니다.
현장에 나타난 농장주는 동물 보호 단체를 내쫓았습니다. 호락호락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동물보호단체가 한 수 위였습니다.
사전에 불법 증거들을 차곡차곡 수집했습니다.
문제의 개 번식장은 자치단체의 허가를 받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번식장이 있는 곳은 상수원인 의암호 주변으로 가축시설이 들어설 수 없는 곳이었습니다. 실제로 분양까지 이뤄진 것을 확인할 수 있는 증빙 자료도 확보한 뒤였습니다. 하지만 농장주는 분양은 하지 않았다고 잡아뗐습니다.

자치단체에서 수의사와 함께 현장 점검을 한 끝에 농장주는 불법 사항을 인정하고 강아지들의 소유권을 포기했습니다. 동물보호단체가 모아온 증거 앞에 더는 오리발을 내밀 수 없었던 겁니다.


▶38마리 구조…남겨진 '5마리'

성견 17마리와 강아지 21마리 모두 38마리의 개가 현장에서 구조됐습니다.
고양이 한 마리도 함께 구조했습니다. 하지만 5마리의 개들은 함께 데려올 수 없었습니다.
현행법상 5마리 이하의 개 사육은 '반려동물' 범주 안에 들어가 명백한 학대 증거가 없다면 소유권을 박탈하기 어렵기 때문이었습니다.
구조를 마무리할 때쯤, 철장 안에 남은 강아지 5마리가 애처롭게 울었습니다.
남겨진 것도 모자라 친구 혹은 어미, 새끼들과 또 생이별해야 하는 것을 아는 것 같아 보였습니다.

구조된 강아지들은 곧바로 동물병원으로 옮겨졌습니다.
성견 10마리가 심장사상충에 감염돼있었고, 피부병에 걸려 털이 듬성듬성하거나, 진드기가 몸에 득실거렸습니다.
이제 막 출산한 어미 개는 한쪽 폐가 모두 망가져 있었습니다.
서둘러 치료를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치료 비용이 만만치 않습니다.
구조한 개의 치료비용은 최소 3천만 원, 동물보호단체는 십시일반 돈을 모으고 후원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며칠 뒤, 동물보호단체는 반가운 소식을 다시 전했습니다.
사육장에 남겨 두고 온 5마리. 농장주가 소유권을 포기하지 않았던 5마리도 동물보호단체에 소유권을 넘겼습니다. 철장 안에 남겨져 애처롭게 울던 모습이 계속 눈에 밟힌 터라 마음이 무거웠는데, 짐을 던 기분이었습니다.


▶불법 강아지 공장, 왜 사라지지 않을까?

강아지 공장이라 불리는 불법 번식장은 정확한 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습니다.
수천 곳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될 뿐입니다. 자치단체는 인력부족을 이유로 적극적인 단속에 나서지 않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또 대부분 무허가 불법 번식장으로 눈에 띄지 않는 외곽에 운영하다 보니 현실적으로 단속이 어려운 것도 사실입니다. 무엇보다 이런 강아지 공장을 동물보호단체가 하나하나 직접 찾아 자치단체에 신고해 구조하기에는 그 수가 너무 많습니다.

이런 불법 번식장을 뿌리 뽑는 방법이요? 간단합니다.
불법 번식장을 통해서 강아지를 입양하지 않으면 됩니다.
강아지를 팔겠다는 농장이 있다면 해당 자치단체에 정식으로 허가를 받은 농장인지 문의하면 됩니다.
그리고 강아지를 살 때 현금영수증을 요청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불법 무허가 번식장이라면, 세금 문제가 있어 현금 거래를 요구할 것입니다.
혹시라도 다른 업종으로 영수증을 떼 준다면 불법 무허가 농장일 가능성이 큽니다.

무엇보다 '유명 품종 견'만을 고집하지 않는 것도 성숙한 애견 의식도 필요합니다.
강아지 공장이 암암리에 성행하는 건 이런 품종 견 선호 때문입니다.
강아지가 가지고 있는 저마다의 개성을 본다면 굳이 유명 품종 견이 아니어도 평생의 친구, 가족이 될 수 있습니다.


▶"반려견, 입양하세요."

동물보호단체는 단순히 외모만 보고 강아지를 구매하면 안 된다고 말합니다.
그 귀여운 외모는 언젠가는 분명 싫증이 나고 강아지는 버림받게 될 겁니다.
반려견도 가족입니다.
우리는 싫증 났다고 가족을 버리지 않습니다.

전국 수많은 유기 동물보호센터에 수십만 마리 강아지가 새 가족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습니다.
진짜 가족이 되어줄 생각으로 반려견을 입양하는 문화가 자리 잡는다면, 불법 강아지 공장도 언젠가는 사라질 겁니다.


"구조된 강아지들의 가족이 되어주세요."
구조견들 입양 카카오톡 채널 'WEACT'(입양 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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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기자:진민호
취재기자:홍성욱[hsw0504@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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