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막뉴스] 내가 부른 '교가', 작곡가의 충격적인 정체

[자막뉴스] 내가 부른 '교가', 작곡가의 충격적인 정체

2019.03.04. 오전 10:12
댓글
글자크기설정
인쇄하기
AD
일제강점기, 대학으로는 유일하게 신사참배를 거부하고 자진 폐교했던 숭실대학교.

많은 독립 운동가를 배출한 자랑스러운 역사를 가지고 있지만, 역설적이게도 교가는 친일 음악가 김동진이 작곡했습니다.

독립운동가 김창숙 선생이 재건한 성균관대학 교가 작곡가는 일본의 대동아 건설을 찬양했던 이흥렬.

민족문제연구소가 친일인명사전에 등재한 친일 음악가는 김동진, 현제명, 이흥렬, 김성태, 이렇게 4명으로 대표됩니다.

이름만 대도 대표곡이 떠오를 정도로 유명한 작곡가들인데, 과거 친일 행적도 함께 가지고 있습니다.

희망의 나라, 가고파, 섬집아기 같은 가곡이나 동요로 잘 알려졌지만, 이들은 침략전쟁을 미화하는 이른바 '군국가요'를 만들고, 일제를 찬양하는 음악가 단체에서도 왕성한 활동을 했습니다.

그러나, 친일 청산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단순히 명작곡가로만 알려졌고, 초·중·고는 물론 대학교까지 이들이 만든 노래를 교가로 삼고 있습니다.

대학의 경우 YTN이 확인한 것만 숭실대와 성대는 물론 서울대와 국민대, 건국대 등 29곳이 친일 음악가의 교가를 사용합니다.

[○○대학교 : 저희뿐만이 아니라 전체적으로 특정 몇몇 분들이 그렇게 진행(작곡)을 하셨었잖아요. 저희만의 특별한 (작곡가 선택 이유가) 있다고 말씀드리기 모호하더라고요.]

초·중·고로 범위를 넓혀 조사했습니다.

이흥렬의 곡을 쓰는 곳이 138개 학교로 가장 많습니다.

김동진 32곳. 김성태 30곳. 현제명 14곳 등 친일파 작곡 교가를 쓰는 초·중·고, 대학교는 YTN이 확인한 것만 모두 214곳.

이렇게 친일파의 노래로 밝혀진 교가를 부끄럽게 여기고 바꾸려는 노력도 최근에는 일부 지역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광주 지역 5개 학교는 재학생과 동문의 뜻을 모아 친일 음악가가 만든 교가를 교체하기로 했습니다.

[이승오 / 광주 제일고등학교 교장 : 졸업식에서도 학생들이 교가를 부르지 않겠다고 해서 교가를 부르지 않았습니다. 교가를 부르면서 모교에 대한 자긍심을 키워가는데, 그 교가가 친일파가 작곡했다는 사실은 매우 충격적이었을 것이라고 생각이 들고….]

그러나, 여전히 대다수 학교의 구성원들은 교가를 누가 작곡했는지 모르고, 알아도 바꿀 시도조차 하지 않습니다.

[방학진 / 민족문제 연구소 : 친일 행위가 많은 국민에게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에 그런 일들이 벌어진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많은 연구를 통해서 친일 음악인들의 일본강점기 행위가 밝혀진 만큼 교가를 바꾸는데 해당 학교는 물론이고 관계 당국, 국민적인 관심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3·1 운동이 일어난 지 꼭 100주년이 되는 해.   

그러나 올해도 새 학기 입학식에서는 전국 학교 수백 곳의 교정에서 친일파의 노래가 울려 퍼지고 있습니다.

취재기자ㅣ홍성욱
촬영기자ㅣ김태형, 문한수
그래픽ㅣ우희석
자막뉴스ㅣ서미량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