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달리보기] 섭지코지, 파도와 바람 그리고 초원뿐이던 기억

[제주 달리보기] 섭지코지, 파도와 바람 그리고 초원뿐이던 기억

2016.07.06. 오후 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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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달리보기] 섭지코지, 파도와 바람 그리고 초원뿐이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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섭지코지는 성산일출봉과 더불어 제주를 처음 찾는다면 당신의 발자국이 남겨질 가능성이 대단히 큰 곳이다.

코지는 바다로 돌출되어 나온 지형을 뜻하는 곶의 제주 방언. 문자 그대로 오른쪽은 해안절벽, 왼쪽은 푸른 초원이 펼쳐진 곳으로 바람을 맞으며 산책하기엔 이만한 곳이 없다.

[제주 달리보기] 섭지코지, 파도와 바람 그리고 초원뿐이던 기억

오늘날 제주여행의 상징과도 같은 오름과 올레길은 성산일출봉과 섭지코지의 바리에이션이라 해도 크게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산책로 끝자락의 방두포 등대도 붉은 오름이다.

물론 타지역 같은 이름의 오름에 밀려 그 이름을 아는 이가 많지는 않다.

[제주 달리보기] 섭지코지, 파도와 바람 그리고 초원뿐이던 기억

처음 섭지코지를 찾았을 때는 저 동화 속에 나오는 집 같은 곳은 없었다.

2003년 드라마 ‘올인’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탄생한 올인 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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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당 모양을 하던 올인하우스는 또 오간데 없이 사라지고, 몇 년 전 코지하우스라는 정체불명의 과자하우스로 바뀌어 있다.

이곳이 그냥 풀밭이던 풍경을 기억해본다.

에밀리 브론테의 ‘폭풍의 언덕’의 느낌이 이곳이 아닐까 하는 생각은 이제 저 과자하우스로 인해 안중에도 없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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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봉화를 지내던 연대를 내려가면 완만한 구릉지대가 나타나고, 이곳의 유채밭은 섭지코지 최고의 절경을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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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진 그림은 하나 더 있다. 등대너머 지니어스 로사이와 글라스하우스다.

달라지지 않은 그림을 본 적은 없는 여행자는 감흥이 없다. 마치 원래 그 자리에 있었던 것처럼 자연스러울 것이다.

하지만 달라지기 전 풍경을 기억하는 이에겐 그 달라짐의 광경을 보는 마음이 복잡하다.

자연친화적인 건축을 앞세우고 있지만, 바람과 초원, 그리고 돌 외에는 아무것도 없는 게 자연친화적인 게 아닐까.

[제주 달리보기] 섭지코지, 파도와 바람 그리고 초원뿐이던 기억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15년동안 달라진 게 이것밖에 없다면 괜찮은 것인가.

물론 섭지코지의 변화가 이런 나같은 사람을 위해 존재하는 것은 아닐 터, 아쉬운 마음을 바닷가에서 한참이나 서성이다 놓아 보낸다.

제주를 사랑하는 이들이 구석구석 자기만의 제주를 만드는데 골몰하는 이유가 어쩌면 이것 때문인지도 모른다.

트레블라이프=양혁진 anywhere@travellif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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