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룡산 '갑사', 마음의 안개가 걷히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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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1.11. 오후 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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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룡산 '갑사', 마음의 안개가 걷히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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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토요일 오후, 동학사엔 함박눈이 소록소록 내리고 있다'

이상보의 '갑사로 가는 길'의 첫문장은 이렇게 시작된다.

계룡산 '갑사', 마음의 안개가 걷히는 곳

벌써 방문횟수가 수년간 열번이상은 될 듯 하지만 아직 갑사로 가는 길을 모른다. 매표소에서 갑사로 올라가는 길을 모른다는게 아니다.

내비게이션을 찍고 가서도 아니고 관광버스나 택시를 타서도 아니다. 갑사를 갈때는 항상 형이 있었다. 가족이나 친구가 함께 한 적도 있지만 형이 없었던 적은 없었다.

계룡산 '갑사', 마음의 안개가 걷히는 곳

적어도 내겐 갑사로 가는 길은 '형'이 안내하는 길인 셈이다.

◆ 습관처럼 이어진 갑사로 가는 길

벌써 수년째 대전에 근무하는 형을 만나러 가는 길엔 항상 습관처럼 갑사가 함께였다.

아예 주말에 형과 함께 갑사 인근에 방을 잡고 회포를 푼적도 있지만, 대개 대전에서 만나 술과 함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 후 아침에 갑사로 달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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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열에 아홉은 숙취 상태에서 갑사를 향했지만 갑사로 가는 길에서 거짓말처럼 머리가 맑아지곤 했다.

공기 좋고 물 맑은 곳이기도 하지만 그 전날 이미 마음을 어지럽히던 이런저런 고민과 불만을 털어놓은 터라 한결 가벼워진 마음의 편안함도 작용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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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끼와 나무, 혹은 이끼낀 나무

산을 두고 이끼와 나무를 말하다니. 일종의 넌센스다. 나무와 이끼가 없는 산과 계곡이 있는가.

하지만 누군가가 갑사와 계룡산에서 단풍을 찾듯, 갑사의 이끼와 나무는 내게 특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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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표소를 지나 갑사로 가는 양쪽의 길. 거의 항상 오른쪽 길을 밟아 올라가고 내려올때는 반대로 내려왔다. 달리 이유가 없는 일종의 루틴이다.

겨울이라 수량이 부쩍 줄었지만 그 맑기만은 한결같은 계곡물. 이끼는 그 자체로 중요한 생명체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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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사를 오르면 만나게 되는 민박집. 비시즌이라 문이 닫혀 있지만, 날 풀리면 하룻밤 묵고 싶은 정취를 지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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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사의 나무들은 수령 몇백년된 이름난 고목들이 아니지만 이곳저곳 뒤집어보면 그 하나하나가 조화로이 있어야 할 자리를 제대로 찾은 듯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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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이 전화를 걸어와 서울 발령 사실을 알렸을때 제일 처음 머리에 든 생각은 "이제 갑사는?"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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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건 없다. 갑사는 세월의 폭탄을 맞고 어느덧 중년이 된 형과 나를 이어주는 보이지 않는 끈이었다.

언제가 될지 알수 없지만 다음 '갑사로 가는 길'에도 형이 옆에 있을 것이다. 아니 형이 옆에 없다면 갑사엔 가지 않을 것 같다.

트레블라이프 = 양혁진 anywhere@travellif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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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 TIP : 금요일 오후 일과를 일찍 마무리 할수 있다면 친구나 가족과 1박 2일로 갑사를 찾아도 좋다. 해 넘어 가는 계룡산의 실루엣과 하늘에서 쏟아지는 별을 바라보면 더 이상 바랄게 없이 행복해진다.

저녁 식사와 숙박을 한번에 해결하기엔 수정식당을 추천할 만 하다. 사람들 입맛이 다 다르지만 버섯전골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평균 이상의 점수를 받을 수 있다.

이동 거리가 조금 있지만 해물 칼국수가 먹고 싶다면 궁중 칼국수를 검색하시길. 얼큰함이 일품이다. 오랜 갑사길에 나름 검증받은 곳이라 할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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