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랑색 잠수함을 타고 [김지혜의 가족캠핑⑦]

파랑색 잠수함을 타고 [김지혜의 가족캠핑⑦]

2015.12.23. 오전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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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감한 한 가족의 겨울 캠핑 도전기, 일곱 번째

◆ 에피소드 #12- 툰드라에서 온대림으로

지금 우리 가족은, 집에 있다. 난방이 제대로 되고, 각자의 방이 있는데도 거실 러그에 옹기종기 모여 받아쓰기 공부를 하고, 휴대폰과 태블릿 PC로 게임 배틀을 하며 저마다의 시간을 보낸다. 고개 너머 누가 무엇을 하는지 빤히 보이고, 게임 그만 하라는 잔소리가 성가실 법 한데도 아무도 한정된 '영역'을 벗어나지 않는다. 모여 앉아있는 공간을 눈짐작으로 재어보니 채 두 평 남짓, 딱 우리가 캠핑을 가서 모여 앉는 자리 만큼이다.

크리스마스를 닷새 앞둔 토요일 저녁 8시, 경기도 파주시 감악산에 도착했다. 드문드문 밝혀진 불빛이 시야에 들어온다. 익숙하고 반가운 느낌. 여지없이 또 험난할 이 밤을 함께할 동료들이 미리 와서 자리를 잡고 있는 것에 마음이 편안해졌다. 이번엔 추위와 바람에 대비한 아이템을 두어 가지 더 챙겨 왔으니 지난번 보다는 아무래도 좀 낫지 않겠냐는 생각이 들었고.

파랑색 잠수함을 타고 [김지혜의 가족캠핑⑦]

이번 캠핑의 과제는 '방한 설비의 보강'이었다. 채 24시간을 머무르지 못할지라도 크리스마스를 캠핑장에서 보낼 '야심찬' 계획을 준비한 우리로서는 이번 일정이 매우 중요했다.

다소 험난한 주말을 몇 주 지내자 자연스레 대비책이 필요해졌고, 중형 가스난로 한 대와 바람막이 용도로 사용할 텐트 하나를 우선 시험 삼아 사용해 보기로 했다.

컴컴한 밤에 헤드렌턴을 머리에 쓰고 나무에 간이 조명을 달아놓은 채 분주하게 짐을 나르고 텐트를 설치하고 있는 우리 모습을 가만히 보고 있노라니 왠지 웃음이 났다. 대체 무엇이 우리를 이렇게 열심히 움직이게 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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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피소드 #13- 저기 멀리 핀란드에 계시는 산타할아버지께

추위와 바람을 막을 방법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하지만 새로운 장비를 들이기에는 이미 때가 늦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우리 부부는 '현명한 캠퍼로서 자원을 재활용 할 것'에 의기투합하고는 남편 사무실에서 처분 대상이었던 가스난로와 13㎏짜리 LPG가스 1통, 그리고 처음 캠핑을 시작했을 때 구비했었던 파랑색 소형 텐트를 바닥과 이너텐트를 분리해 낸 채로 동원했다.

의자와 테이블을 놓고 나니 공간이 다소 옹색하긴 하지만 그런대로 만족스러웠다. 너무 넓지 않은 덕분에 부탄가스 난로 두 대로도 겨울밤 추위를 막아내는 것이 가능했고, 무엇보다 무리해서 살림을 늘이지 않은 것이 다행스러웠기 때문이다.

파랑색 잠수함을 타고 [김지혜의 가족캠핑⑦]

산타클로즈 할아버지가 과연 어디로 오실 것인가.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아이들은 집을 비우지 말아야 한다며 야단이다. 이 문제를 놓고 고민하던 나는 결국 '그분'에게 편지를 한 통 이렇게 띄우는 것으로 아이들과 합의했다.

"산타 할아버지, 이번 크리스마스에 저희 가족은 감악산 캠핑장에 가서 기다리고 있을께요. 집으로 오시지 말고, 꼭 거기로 오셔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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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레블라이프=김지혜 excellentg@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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