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로 걷는 여행, 불국사①] 천년을 윤회하는 추억

[뒤로 걷는 여행, 불국사①] 천년을 윤회하는 추억

2015.12.08. 오전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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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로 걷는 여행, 불국사①] 천년을 윤회하는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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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생에도 난 또 국민학교에 입학해야 하리라
가슴에 매단 망각의 손수건으론 연신 업보의 콧물 닦으며
체력장과 사춘기 그리고 지루한 사랑의 열병을
인생이라는 중고시장에서 마치 새것처럼 앓아야만 하리라

-엘 살롱 드 멕시코, 진이정-

경주를 한번도 오지 않은 한국 국민이 있을까. 아주 어리거나, 어릴때 외국으로 이민 간 사람이 아니면 아마도 없을 것이다. 수학여행, 가족여행 등등으로 한번은 경주땅에 발을 디디게 된다. 그리고 그 경주를 대표하는 관광지가 불국사다.

"네가 가봤어?" "거기서 먹어본거야?" 사람들과 얘기를 나눌때 어딘가를 가봤다는 건 그 지역에 대한 대단한 공감과 영향력을 함께 가진다. 그렇지 않은가.

역설적이게도 바로 이런 이유로 누구도 경주와 불국사를 말하지 않는다. 가보지 않은 사람이 없고, 몇 십년 전이나 지금이나 딱히 변한게 없는데 어떤 새로운 주제로 무슨 얘기를 할수 있겠는가 말이다.

◆ 불국사 다리 이야기

불국사를 가면 누구나 찍게 되는 첫번째 사진을 다시보자. 이 다리앞에 30여년전 수학여행때 서 있었지만 기억이 없다. 당시 사진을 봐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분명히 나는 이곳에서 서성거렸고, 친구들과 웃었으며, 신기한듯 두리번거렸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불국사의 다리라고 하면 고개를 갸우뚱한다. 저 계단처럼 보이는게 국보인 청운교, 백운교의 이름을 가진 다리다. 연화교, 칠보교도 역시 국보다.

대웅전으로 통하는 부처의 세계와 속세를 이어준다는 상징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그래서 다리이다.

◆ 연못에서 먹던 도시락

정문을 통해 바로 만나게 되는 연못.

저 연못 근처 어딘가에서 20년전 지금의 아내와 도시락을 싸들고 와서 놀았다. 그때 먹었던 반찬은 기억나는데 연못가 어디쯤이었는지가 오히려 기억이 없다.

[뒤로 걷는 여행, 불국사①] 천년을 윤회하는 추억

지금 애 둘 키우느라 매일 전쟁터에 나간 군인과 다를바 없는 아내는 그때 불국사를 기억하고 있을까.

◆ 가족여행, 속절없는 시간들

세번째는 10여년전 가족여행이다.
그때는 조잘거리며 장난치던 조카와 딸이 있었고, 정정하시던 아버지와 어머니가 계셨다.
지금은 아빠와 더이상 놀아주지 않는 사춘기에 접어든 딸이 있고, 무릎이 좋지 않아 고생하시는 어머니가 계신다. 그리고 아버지는 이제 곁에 없다.

[뒤로 걷는 여행, 불국사①] 천년을 윤회하는 추억

불국사는 특유의 분위기와 냄새가 있다.
그것은 절에서 맡는 향 냄새가 아니다.

[뒤로 걷는 여행, 불국사①] 천년을 윤회하는 추억

무엇이 나로 하여금 불국사를 특별하게 하는가. 우연의 조합인가.
그저 유구한 역사속에 한 시대의 의미로서만, 좁게는 나 자신의 개인적인 추억만 간직하고 갈뿐이다.

그렇다면 불국사의 천년이 훌쩍 넘는 역사는 이곳을 찾아온 숱한 사람들의 추억의 윤회이리라.

불국사를 마주하면 아득해지는 시간속에 이곳에 서 있었던 사람들을 상상하게 하고, 그 상상은 나를 역사 앞에 한없이 겸손하게 만든다.

트레블라이프=양혁진 anywhere@travellif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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