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수월봉, 떨어지는 해 보며 잠깐 쉬었다 가세

제주 수월봉, 떨어지는 해 보며 잠깐 쉬었다 가세

2015.12.01. 오후 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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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수월봉, 떨어지는 해 보며 잠깐 쉬었다 가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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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에 자동차로 갈 수 있는 오름이 있다고?”

수월봉을 처음 알게 된 건, 이 한마디 때문이었다.

좋은 경치가 눈에 들어오려면 배가 고프지 않아야 하고, 몸이 고되지 않아야 한다.
제주도 여행 중, 마침 다리가 고됐던 터라 차로 갈 수 있는 오름이란 말에 냅다 가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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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라가보니 무슨 ‘기상대’가 있단다.
기상대? 엥? 거기 민간인 출입금지 구역 아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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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구역이 민간인에게 개방돼 있을 리는 없지만, 그래도 상당 부분을 개방하고 있다.
특히 5층엔 전망대가 있다는데 입장료를 받는 것도 아니라고 하니 망설이지 말고 들어가 보기로 한다.
4층에서는 기상사진 전시회를 연중 열고 있으니 잠깐 들러도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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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은 1층에 있다. 엘리베이터도 1층에 있는 것 같지만, 운행은 2층에서부터 한단다.
전망대가 있는 5층까지 올라가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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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망대는 그다지 넓지 않다. 하지만 규모가 작기에, 여기 저기 옮겨 다닐 필요 없이 한 자리에 앉아서 고산리 앞바다의 차귀도며 매바위, 누운섬을 모두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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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의 혼을 끊고 도망가려는 적국의 밀사가 탄 배를 격추시킨 매.
파도에 휩쓸려가면서도 자식이 굶어 죽을까 걱정하는 어머니…
사람이 살지 많은 무인도일지라도 각자 저마다의 이야기를 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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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보니, 수월봉 자체에도 이야기가 하나 전해져 온다.
수월봉은 약 400년 전 고산리에 살았던 처녀 ‘수월’이의 이름에서 따왔다던가.
어머니가 병에 걸렸는데 어떤 약을 써도 답이 없었단다.
마침 지나가던 한 스님이 이를 안타깝게 여겨 100가지의 약초를 가르쳐주면서, 그걸 다 먹으면 낫는다고 말했다지.

99가지의 약초를 다 구했지만, 단 하나 ‘오갈피’라는 약초는 구하질 못했단다.
그러다가 고산리의 한 절벽에 그 약초가 있다는 걸 알게 됐다고.
수월이는 오빠 ‘녹고’와 함께 절벽으로 달려갔다.
녹고의 손을 붙잡은 채 절벽을 타고 내려가 약초를 캐는데 성공했다.

거기까진 좋았지…
문제는 수월이가 녹고에게 약초를 건네주자마자 긴장이 풀렸는지 정신을 잃어버렸다는 거지.
녹고 역시 기뻐서 흥분한 나머지 수월이의 손을 놓아버렸는데, 이 탓에 수월이는 절벽 아래로 떨어져버리고 녹고는 넋을 잃은 채 하염없이 울부짖었다던가.
수월이가 떨어진 오름이라고 해서 ‘수월봉’,
수월봉에서 흐르는 물을 녹고가 흘린 눈물이라 해서 ‘녹고물’이라 일컫는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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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산비(靈山碑)라는 건 말 그대로 ‘이 산은 신령스럽고 영험한 산’이란 의미에서 세우는 비석인데, 아무리 봐도 비석의 느낌이 ‘메이드 인 21세기’다.
알고 보니 오리지널은 조선 영조 때 세워진 건데 일제강점기에 훼손된 걸 지역주민들이 지난 2000년 11월에 복원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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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로 오를 수 있는 오름이니, 자동차 여행 중인 여행객이라면 잠깐 들러서 쉬어가는 것도 괜찮을 듯하다.

트레블라이프=유상석 everywhere@travellif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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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 TIP: 이왕이면 오전이나 한낮보다는 오후, 특히 해가 질 무렵에 가자.
이곳의 하이라이트는 지는 해가 바다로 잠겨가는 모습이니까.

수월봉 아래에는 산책로가 조성돼 있으니, 거기를 걸어보는 것도 ‘힐링’이 될 수 있다.

화장실은 고산기상대 바깥의 공중화장실과 기상대 1층 내부 화장실이 있는데 이왕이면 기상대 내부 화장실 강력 추천. 관광지 화장실 중, 이렇게 청결하고 관리 잘 된 화장실도 드물다. 화장지, 비누, 온수는 기본. 비데도 설치돼 있다!

특히 차귀도 잠수함을 이용한 관광객이라면 잠깐 들르는 것도 괜찮다. 차로 1~2분이면 갈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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