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도, 작고 사소한 여행의 재발견

강화도, 작고 사소한 여행의 재발견

2015.11.05. 오전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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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도, 작고 사소한 여행의 재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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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 소리 나게 멋진 풍경과 '야호'소리가 절로 나는 먹거리도 많다지만,가을이 깊어가는 강화도에서 발견한 것은 작고 사소한 것들에서 느낀 행복이다.

당일 여행코스로 원래 배를 타고 석모도까지 들어가려 했으나 선착장에 도착했을땐 벌써 애매해진 시간. 그러면 어떤가. 섬에 애인이 기다리는 것도 아니고 군부대로 복귀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그래서 차를 타고 강화도를 이곳저곳 둘러봤다. 가다가 마음에 드는 곳에 잠시 세우고, 시장이 선 곳에선 아예 주차를 했다.

강화도, 작고 사소한 여행의 재발견

들판에 잘익은 벼들이 황금색으로 출렁이고, 안갯속 서해 바다에 떠 있는 배들이 한폭의 동양화를 선사한다.

강화도, 작고 사소한 여행의 재발견

이 정도면 한시간 남짓 달려 강화도를 찾을 매력은 충분하지 않는가.

인삼축제와 5일장

강화대교를 넘는데 차가 조금 밀린다. 오늘 무슨 날인가.
그렇다, 역시나 무슨 날이었다. 강화 인삼축제.

강화도, 작고 사소한 여행의 재발견

인삼 한뿌리 무료 퀴즈 행사에 사람들이 바글바글하다.
나도 줄서고 싶은 충동을 꾹 눌러 참았다.

강화도, 작고 사소한 여행의 재발견

그리고 강화농협뒤로 쭉 늘어선 장터.

족발은 견뎌냈지만, 수제 어묵과 도넛에는 여지없이 무너진다.
그리고 그게 이날의 점심이었다.

강화도, 작고 사소한 여행의 재발견

인삼축제도 끝났는데 지금 리뷰나 하고 있냐고?
아니다. 1년 사시사철 강화도 5일장이 열리니 참고하라는 말이다.
2,7일로 열리는 강화도 5일장은 속된말로 없는게 없다고 한다.

이건 이미 인삼축제를 보고서 짐작한 바다. 땅 좋고 물 좋은데 없는게 무엇이겠는가.

5일장은 촌놈인 내겐 잊을수 없는 기억의 한 자락이다.
아마도 걷기 시작한 그날부터 5일장에 장 보러 나가는 어머니를 졸라 졸졸 따라다녔을 것이다. 그 많은 인파들 속에서 한번은 어머니를 잃어버려 파랗게 질리던 기억까지.

아이들은 이 글을 보지 못하겠지만, 어머니는 전달해주셨으면 한다.
길을 잃거나 어머니를 놓쳤을때는 싸돌아 다니면 안된다.
그곳에서 죽어라 기다리면 찾아주신다. 명심할 것.

약간은 서러운 서해안의 낙조

해안도로를 달려 도착한 후포항.

강화도, 작고 사소한 여행의 재발견

관광객과 나들이객으로 보이는 일련의 사람들이 낚시 삼매경에 빠져있다. 한쌍의 연인은 뭐가 즐거운 듯 연신 서로를 바라보고 웃으며 낚시에 빠져 있다. 폼새로 봐서는 한마리 낚기도 어려워 보이지만 그런건 안중에도 없는 듯 즐거움만 가득하다.

강화도, 작고 사소한 여행의 재발견

그리고 후배가 알려준 후포항 앞바다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라르고빌 카페. 문자 그대로 전망 끝내준다.

테라스에 세 테이블이 꽉 차 있었는데 마침 우리가 들어가니 가장 구석 테이블의 손님이 일어난다. 아이쿠, 이렇게 반가울수가...

낭만과는 도저히 연결지점을 찾을수 없는 후배에게 이런 곳을 어떻게 아냐고 물으니, 석사 논문을 쓰다가 도저히 글이 나오지 않아 우연히 찾게 된 곳이라고 한다. 사람은 역시 알수가 없다. 이 친구에게 이렇게 감성적인 구석이 있었다니...

하지만 이해가 안된다. 이런 곳에 앉아서 논문이나 쓰고 싶었을까.

강화도, 작고 사소한 여행의 재발견

서해안의 낙조는 남해안이나 동해안과는 조금 다르다.

동해와 제주가 장엄하다면 서해 바다의 낙조는 조금 구슬프다.

작은 어선들이 점점이 뿌려진 서해바다의 길게 늘어진 해는 박양숙의 '어부의 노래'가 배경음악으로 떠오를 정도다. 생각이 이쯤 진행되면 집에 갈 때가 되었다는 신호다.

똑같은 코스로 다음주에 누가 또 가자고 하면 나는 따라나설 것이다. 이정도면 강화도에 바치는 최상의 찬사 아니겠는가.

글·사진 = 양혁진 anywhere@travellife.co.kr

travel tip : 신촌에서 들어가는 버스가 있지만 특정 장소의 M.T등을 가는게 아니라면 역시나 차를 가지고 가야 편하게 돌아볼수 있다.

배를 탈 생각이면 미리 시간표를 확인하고 일찍 떠나라.

5일장을 가건 길거리에서 고구마나 옥수수를 사먹건, 대하를 사들고 오건 현금이 든다.

물론 식당에서 음식먹고, 카페에서 커피 한잔하고 올거면 현금은 필요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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