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나라 간 아들이 준 100명의 새 삶”

“하늘 나라 간 아들이 준 100명의 새 삶”

2015.11.07. 오후 11:15
댓글
글자크기설정
인쇄하기
AD
이영훈(가명, 37세)씨는 중학생 때 갑자기 생긴 고관절 통증 때문에 병원을 찾았다. 당시에는 정확한 병명을 알 수 없었지만, 일 년 뒤 서울대 병원에서 희귀병인 ‘강직성척추염’이란 진단을 내렸다. 이후 힘든 입원치료와 약물치료를 시작한 이 씨의 사춘기는 병마와의 싸움으로 점철된 고통의 시간이었다.

특히 몸의 중심을 제대로 잡지 못해 크게 넘어지는 일이 다반사였다. 그러면서 점차 이가 빠졌고 결국 삼십대에 들어선 이 씨는 치아를 모두 잃었다.

하지만 고통을 인내했던 긴 시간은 축복의 통로로 바뀌었다. 한국인체조직기증지원본부(이사장 서종환)가 인체조직 이식이 필요한 저소득층 중증장애인에게 지원하는 ‘천사의 미소’사업을 통해 이 씨의 임플란트 시술을 도왔다. 이 씨는 몇 년에 걸쳐 상악에 치조골이식을 동반한 임플란트 5개를 심고 6개월 뒤 보철치료를 받았다.

인체조직기증을 통해 새 삶을 얻고 희망을 보았다는 이 씨는 “인체조직기증에 대한 인식이 확산돼 희망을 얻는 이들이 늘어나길 바란다”고 말한다.

주는 이가 없었더라면 이씨와 같은 사람들에게 새 삶은 열리지 않았을 것이다. 한승희(57) 씨는 3년 전 사랑하는 아들을 하늘로 떠나보냈다. 서른 세 살의 건강했던 아들이 어느 날 뇌출혈로 갑자기 쓰러진 것이다. 수술을 받고도 가망이 없다는 의료진들의 소견에 하늘이 무너져 내렸다.

슬픔도 잠시, 한 씨는 병원으로부터 장기기증과 인체조직 기증을 권유 받았다. 섣불리 결정할 수 없는 일이었다. 혹여 아들을 두 번 죽이는 일은 아닌지, 아들이 원치 않는 결정을 내리게 되는 것은 아닐지 한참을 고민하고 망설였다.

그럼에도 한 씨는 가족들과의 상의 끝에 병원의 권유를 받아들였다. 평소 봉사활동을 하며 의로운 일에 앞장서곤 했던 아들의 모습이 눈에 밟혔기 때문이다. 결국 사랑하는 아들을 진정으로 되살리는 길을 택한 한 씨는 아들의 인체조직 기증이 새 삶을 간절히 소망하는 이들에게 생명의 마중물이 되길 소망했다.

한 씨는 “비록 아들을 하늘나라에 보냈지만 새 생명을 얻은 100여 명의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에 위안을 얻는다”며 “우리는 한 하늘 아래 살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인체조직기증지원본부는 7일 서울 청담동 일지아트홀에서 인체조직 기증자와 수혜자의 이러한 사연을 나누고 인체조직기증문화 확산을 위한 ‘2015 감사의 날 토크콘서트’를 열었다.

방송인 오상진 씨와 정다희 씨의 사회로 진행된 이번 행사에는 기증자 유가족인 한승희 씨와 수혜자인 이영훈 씨, 인체조직기증 희망서약자가 무대에 올라 ‘기증 스토리’를 낭독했다.

이날 이들의 사연을 들은 관객들은 함께 울고 웃으며 ‘생명 나눔’의 진정한 의미를 되새겼다.

또 관객들은 인체조직 퀴즈쇼, 축하공연 등을 통해 인체조직기증에 대해 알아가는 시간을 가졌다.

서종환 이사장은 인사말을 통해 “인체조직기증은 새로운 생명을 탄생시키는 참사랑”이라며 “참여해 주신 분들에게 감사드리며 그 뜻이 확산될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말했다.

인체조직기증이란 세상을 떠난 후 피부, 뼈, 연골, 인대, 혈관, 심장판막 등을 기증하는 것으로 1명의 기증으로 100명의 생명을 살릴 수 있는 생명 나눔이다.


[YTN PLUS] 취재 공영주, 강승민 / 촬영·편집 정원호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