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전병원으로 사용된 통도사...'작은 기억이라도 소중하게'

야전병원으로 사용된 통도사...'작은 기억이라도 소중하게'

2020.06.25. 오전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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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경남 양산의 통도사는 우리나라 3대 사찰 가운데 한 곳인데요.

지난 6·25전쟁 때 국군 야전병원으로 사용됐지만, 역사적 가치를 공식적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를 박종혁 기자가 살펴봤습니다.

[기자]
우리나라 3대 사찰 가운데 하나인 통도사의 대광명전.

안으로 들어서니 오랜 세월의 흔적이 역력히 드러납니다.

전각의 벽과 기둥에는 또 다른 역사의 흔적이 파편처럼 새겨져 있습니다.

바로 6·25 전쟁 때 부상병들이 남긴 낙서입니다.

'단기 4284년 5월 29일 도착하여 6월 12일 떠나간다'

단기 4284년은 서기 1951년으로 전쟁이 한창이던 때였습니다.

이렇게 전각에는 언제 이곳에 와서 떠났는지를 못 등 날카로운 것으로 새긴 글과 그림.

또 통도사를 떠나며 느낀 감성을 표현한 시 등이 새겨져 있습니다.

모두 이곳이 전쟁 때 제31 육군병원 분원 그러니까 야전병원이었음을 나타내는 증거입니다.

[정대 스님 / 통도사 사해과장 : 육군병원 분원으로 인정받기 위해서 조사를 하다 보니까 전각에 낙서가 있어서 낙서를 자세히 살펴보게 되었습니다. 대광명전과 명부전에서 각종 낙서가 발견되어서….]

전각 바깥벽에도 탱크와 지프 차 등 그림이 그려져 있습니다.

통도사에 있는 여러 전각들은 전쟁 당시 부상병들을 치료하기도 하고 또, 군의 다른 종교 시설로도 사용되었다는 스님들의 증언도 전해지고 있습니다.

통도사가 한국 전쟁 때 야전병원으로 사용되었다는 기록은 이미 지난해에 발견됐습니다.

통도사 용화전의 미륵존불을 다시 조성한 이유를 적은 기록에 관련 내용이 포함된 겁니다.

육군병원이 설치되었고, 2년 동안 부상병 3천여 명을 치료했다고 기술돼 있습니다.

구체적인 사실 확인을 위해 통도사 측은 육군본부나 국가기록원에 조사를 요청했지만 특별한 답을 얻지 못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올해에는 전각에서 낙서와 시, 그림 등 다른 증거가 더 나온 겁니다.

[이병길 / 통도사 역사문화 연구가 : 발견은 되었다 하더라도 보존이 되지 않는다면 잊히는 문화유산이 될 수밖에 없고 역사적 기록도 소멸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한국 전쟁 70주년을 맞는 시점에서 작은 역사적 기록이라도 소중히 여기는 노력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YTN 박종혁[johnpark@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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