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N팩트] 너도나도 출렁다리 경쟁...안전은 뒷전

[취재N팩트] 너도나도 출렁다리 경쟁...안전은 뒷전

2019.12.20. 오전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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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출렁다리 160여 곳…2010년 이후 증가 추세
지자체 3곳 중 2곳꼴로 출렁다리 설치
공사비도 천정부지…많게는 200억 원 규모
특색 없이 모방하기 급급…출혈경쟁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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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경치 좋은 산이나 호수 등을 연결해 아찔한 체험을 즐길 수 있는 출렁다리가 유행처럼 전국 곳곳에 들어서고 있습니다.

너무 많다 보니 지자체끼리 출혈경쟁이 우려되는데요.

더 큰 문제는 설치와 안전 관리에 관한 명확한 규정조차 없다는 겁니다.

취재기자 연결해 자세히 들어보겠습니다. 송세혁기자!

우선, 현재 전국에 출렁다리가 얼마나 설치돼있는 건가요?

[기자]
출렁다리가 관광명소로 떠오르자 지자체마다 너도나도 앞다퉈 놓고 있는데요.

최근 행정안전부가 조사한 결과를 보면, 전국에 있는 출렁다리는 160곳이 넘습니다.

이 가운데 60%인 100곳은 2010년 이후 건설됐는데, 갈수록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지역별로는 경북이 34곳으로 가장 많고, 경남 30곳, 전남 19곳, 충북 16곳 등의 순이었습니다.

전국 기초자치단체 3곳 중 2곳꼴로 설치한 셈입니다.

[앵커]
생각보다 훨씬 많군요. 그런데 숫자만 늘어난 게 아니라 규모도 경쟁하듯 커지고 있다면서요?

[기자]
네, 전국 출렁다리 가운데 길이가 100m가 넘는 곳은 전체의 20%가 넘는 36곳입니다.

특히 이 가운데 30곳은 2010년 이후 지어진 것으로 최근 들어 규모가 점차 커지는 추세입니다.

지금은 지난 4월 개통한 충남 예산 출렁다리가 402m로 가장 길지만,

내년엔 충남 논산에 600m, 2022년엔 경북 안동에 무려 750m짜리 출렁다리가 들어설 예정입니다.

길이 경쟁을 하면서 공사비용도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수십억 원 규모였던 공사비가 이제는 기본이 100억 원, 많게는 230억 원이 넘는 곳도 있습니다.

공사비는 대부분 국비와 지방비 등 혈세로 메우고 있습니다.

[앵커]
이렇게 비슷비슷한 시설이 너무 많이 들어서면 아무래도 관광객 유치에 한계가 있지 않을까요?

[기자]
네, 특색 없이 따라 하기에 급급하다 보니 지자체끼리 출혈경쟁이란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지난 2009년 개통한 충남 청양 천장호 출렁다리는 지난 2015년 탐방객이 77만 명을 기록하기도 했는데요.

전국 곳곳에 출렁다리가 생기면서 탐방객이 갈수록 줄어 올해는 36만 명까지 떨어졌습니다.

출렁다리의 관광객 유치 효과가 일시적이고 제한적이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실제로 최근 큰 인기를 끌었던 원주 소금산 출렁다리 역시 개장 첫해인 지난해 185만 명이 찾았는데요.

올해는 59만 명으로 불과 1년 만에 1/3 수준으로 급감했습니다.

[앵커]
더 큰 문제는 많은 사람이 몰리는 시설인데도 안전관리가 허술하다면서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지난 8월 행정안전부가 조사한 결과 전국 출렁다리 3곳 중 1곳은 최근 4년간 단 한 차례도 안전 점검을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앞서 지난해 감사원도 길이 100m가 넘는 전국 출렁다리 22곳을 대상으로 안전 점검을 했는데요.

그 결과 전남 강진군 저두 출렁다리와 망호 출렁다리 등 4곳은 케이블 연결상태 불량이나 볼트 풀림 등 안전에 문제가 발견됐습니다.

또 파주 감악산 출렁다리와 진안군 구봉산 출렁다리 등 13곳은 바람을 견디는 안전성 실험을 받지 않고 설치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하지만 사고 위험을 줄일 설치와 안전관리 규정조차 제대로 마련되지 않았습니다.

이 때문에 현재는 차량이 다니는 도로교나 보도육교 등의 기준을 준용하는 실정입니다.

전문가 의견을 들어보시죠.

[황의승 / 경희대 사회기반시스템공학과 교수 : 일시적으로 사람이 많이 몰리는 경우가 많아서 그때 사고가 나면 굉장히 위험하지 않습니까? 일상적인 관리나 이런 것을 일반 도로교 수준 정도로 (강화해야 합니다.)]

[앵커]
안전 관리에 문제가 확인된 만큼 빨리 대책이 마련돼야 할 것 같은데, 어떤 대책이 추진되고 있습니까?

[기자]
네, 정부는 뒤늦게 지난 9월 출렁다리를 시설물안전법상 3종 시설물로 지정해 관리할 것을 지자체에 권고했습니다.

하지만 법적 구속력이 없다 보니 여전히 손을 놓은 곳이 많습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출렁다리 설계기준을 마련하고 이를 토대로 1·2종 시설물로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말 그대로 중장기적인 대책이다 보니 언제 마련될지는 불투명합니다.

지금도 출렁다리를 짓고 있는 지자체가 한두 곳이 아닌 데, 허술한 안전 관리가 그대로 방치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송세혁 [shsong@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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